지난해 조계종은 1994년 개혁종단 출범 이후 처음으로 사실상 추대를 통해 제33대 총무원장을 선출했다. 선거과정에서 비방과 흑색선전 등 악습적인 구태가 크게 줄었을 뿐 아니라 선거 때마다 문제로 지적돼 온 금품살포, 여비 문화도 개선했다. 이로 인해 조계종은 종단 뿐 아니라 세간으로부터도 선거문화의 혁명을 이뤄냈다는 찬사를 받았다. 특히 신임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종단 내 각 문중과 이해관계를 달리하던 모든 정치계파까지 끌어안으면서 종단의 소통과 화합에 초석을 다졌다는 평가까지 받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전북 지역에 거주하는 한 스님이 “자승 스님이 조계종 제33대 총무원장으로 당선된 것은 무효”라며 느닷없이 서울지법에 ‘당선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해 모처럼 무르익고 있는 종단의 화합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이 스님은 소장에서 “자승 스님은 승적을 임의로 조작하고 학력조차도 허위로 기재했다”며 “총무원장으로 당선된 것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주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자승 스님의 승적문제는 이미 총무원장 선거과정에서 마무리 됐던 사안이다. 자승 스님의 승적과 관련해 종단 안팎에서 논란이 제기되자 당시 승적 업무를 담당하던 총무원 총무부와 호법부는 기자회견을 열어 “사실조회 결과 문제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조계종 중앙선관위도 후보자격을 심사한 결과 “승적에 하자가 없다”고 최종 결정했다.
그럼에도 총무원장 스님의 승적문제를 세간의 사법부에 의뢰한 것은 이유 불문하고 종단의 화합분위기를 깨려는 불순한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근거 없는 주장으로 종단을 혼란하게 하고 종단의 위상을 실추시키는 소송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호법부는 이 스님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