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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생명 순환 끊는 살생”

기자명 법보신문

스님·교무·신부·목사 등 성직자, 15일 공동기도회
상주보 현장까지 순례…종교계, 반대 운동 전개

종이 울렸다. 원불교 교무들이 10번의 타종으로 4대강 사업으로 파헤쳐질 흐르는 강에 깃든 생명들을 위로했다. 낙동강은 말없이 고요히 흘렀다.

스님과 교무 그리고 신부와 목사 등 4대 종교 성직자들이 참여하는 종교환경회의가 3월 15일 경북 상주시 낙동강 경천교 부근 모래밭에서 ‘생명의 강을 위한 4대 종단 공동기도회’를 봉행했다. 4대 종교 성직자들이 낙동강 현장에서 기도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독교환경운동연 상임대표 최완택 목사와 에코붓다 유정길 공동대표, 천주교 안동교구 생명환경연대 대표 김진조 신부의 여는 말에 이어 참석자들은 모두 손에 손을 잡고 ‘모두 함께 회복을 기원하는 춤’을 췄다.

‘천성산 도롱뇽’ 지율 스님의 제안으로 참석자들은 모래 위에 ‘흐르는 강’을 글씨를 적고 흙으로 쌓고 덮으며 강바닥을 파헤치는 정부의 국책사업을 비꼬기도 했다.

이날 불교, 원불교, 가톨릭, 개신교 등 4대 종교는 공동결의문에서 “강은 인간의 헛된 욕망을 정화하고 새와 물고기 등 생명을 잉태하고 보존하는 생명 그 자체”라며 “강의 줄기를 막고 보를 쌓는 것은 강과 인간 그리고 자연의 순환 고리를 끊는 살생의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4대강 사업은 국민적 저항에 부딪친 바 있는 대운하 사업의 또 다른 이름이며 국토의 생명줄인 강물을 인위적으로 가둬 대지의 모든 생명체를 위협하는 무모한 국책사업”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끝까지 민심을 저버린다면 종교인들은 온갖 불의로 점철된 4대강 사업을 전국 곳곳의 사찰, 교회, 성당, 교당에서 모든 종교인들이 온 국민들과 함께 힘을 모아 끝까지 저지해 나갈 것임을 결의한다”고 천명했다.

낙동강변을 따라 걷던 참석자들이 지율 스님에게 공사현장을 직접 보고자 청했다. 참석자들은 상주보 공사현장으로 향했다. 상주보 공사현장은 여전히 강바닥을 헤쳐 모래를 푸는 굴삭기와 이를 실어 나르는 트럭의 굉음이 찬바람을 타고 날카롭게 휘날렸다.

지율 스님은 “둔치가 파헤쳐졌다. 이곳 농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야생동물의 보금자리가 없어지고 있다”며 “아름다운 모래밭과 이렇게 파헤쳐진 둔치를 잊지 말고 기억하며 기도해달라”고 당부했다.

공동기도회 이후 종교계의 4대강 사업 반대 운동과 더불어 생명의 강 살리기 행동이 본격적으로 이어진다. 불교환경연대와 에코붓다 등은 4월 17일 조계사 앞에서 1만여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환경법회를 봉행하고, 3월 27일 기독교 환경운동연대는 팔당 유기농단지에서 순례와 기도회를 열 예정이다.

한편 기도회에는 4대 종교 성직자를 비롯해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시민 등 200여 명이 참여했다.

상주=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다음은 공동선언문 전문.

 

강은 그대로 흘러 합니다.

오늘 우리는 세상의 어떤 가치와도 바꿀 수 없는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되새기며 지난날 탐욕과 이기심에 빠져 악업의 굴레를 이어갔던 사실에 진실한 참회의 시간을 갖고 새로운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고자 이곳 낙동강변에 모였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대자연이 가져다 준 ‘생명평화의 순리’와 ‘상생의 이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어리석음, 분노, 탐욕의 독심에 빠져 내 이웃과 사회와 인류의 미래를 훼손하며 살아왔습니다. 산을 뚫고 물길을 막는 것이 내 몸의 뼈를 깎고 혈맥을 막는 일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당장의 욕심과 편의를 위해 방관해왔던 우리의 안일함이 엄청난 환경재앙으로 돌아오고 있음을 뒤늦게 깨닫고 있습니다.

강은 생명체입니다. 인간의 헛된 욕망을 정화하고 새와 물고기 등 생명을 잉태하고 보존하는 생명 그 자체입니다. 한 번 훼손되면 회복하기 힘든 것이 자연의 이치이듯이 강의 줄기를 막고 보를 쌓는 것은 강과 인간 그리고 자연의 순환 고리를 끊는 살생의 과정이며, 어떠한 경제적 논리로도 대신할 수 없는 무거운 죄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수많은 종교인들과 환경단체, 그리고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목 놓아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이유 또한 이러한 까닭에 있습니다.

또한 대다수의 국민들이 주지하고 있듯이 4대강 개발 사업은 국민적 저항에 부딪친 바 있는 대운하 사업의 또 다른 이름이며 국토의 생명줄인 강물을 인위적으로 가둬 결국 우리가 딛고 있는 대지의 모든 생명체를 위협하는 무모한 국책사업입니다. 제대로 된 환경 평가나 예산심의 조차 없이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여하는 4대강 사업은 과거에 해왔던 여러 국책 사업과 달리 국토의 근간을 흔들고 자연의 본성을 파기한다는 측면에서 그 자체가 이미 재앙입니다.

이러한 재앙을 수수방관한 우리 종교인들도 부끄러움을 느껴야 합니다. 종교도 제 구실을 못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종교조차도 경제 논리에 함몰된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현 정부의 무모한 개발 정책에 대해 이토록 무력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 종교인들이 무소유의 정신으로 살아간다면 무서울 게 무엇이 있어 수수방관만 하겠습니까. 적어도 세간 사람들과는 달리 인간다운 삶의 버팀목은 돼야 할 것입니다. 우리 종교인들에게 생명, 평화에 대한 수호는 종교적인 의무이자 도덕적인 요청입니다. 이제 이러한 종교인의 소명에 따라 생태와 환경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행동으로 옮겨 실천해야 할 때입니다.

여러분 지금 낙동강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풍경들이 우리 발아래 무너져 가고 있습니다. 다음세대에 올 사람들은 우리를 향해 그 집행자이며 공범이며, 방조자라고 부를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다시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간절히 요청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가 끝까지 민심을 외면하고 저버린다면 우리 종교인들은 온갖 불의로 점철된 4대강 사업을 전국 곳곳의 사찰, 교회, 성당, 교당에서 모든 종교인들이 온 국민들과 함께 힘을 모아 끝까지 저지해 나갈 것임을 결의합니다.

2010년 3월 15일
종교환경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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