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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 논문게재료 징수 부당하다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10.03.22 14:25
  • 댓글 0

불교학계, 편당 10~16만원 납부 의무화
대학 지원 없는 강사 논문 쓸수록 ‘궁핍’

유력 학술단체들이 연구자들의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하면서 받는 논문게재료의 정당성 여부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등재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면 대학으로부터 상당한 성과급을 받는 교수와 달리 아무런 혜택도 없는 시간 강사들까지도 게재료와 심사비를 내도록 하는 것은 부당함을 넘어 어려운 처지의 학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없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불교 관련 학회에서 논문 게재료를 받는 학회는 한국불교학회, 불교학연구회, 한국선학회, 인도철학회 등이 대표적으로, 이곳에서 발간하는 것은 모두 한국연구재단(구 학술진흥재단)에 등재된 저명 학술지다. 이들 학회는 현재 한 편의 논문을 실을 때마다 연구자로부터 10만원에서 26만원의 게재료(심사비 포함)를 받고 있으며, 한국연구재단 등 지원을 받아 논문을 완성한 경우에는 30만원의 게재료를 받고 있다. 또 이중 2곳은 교수와 강사의 게재료에 있어 별다른 차별을 두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도표 참조〉

■불교학계 논문게재비 (심사비 포함)

A학회

교수

26만원

강사

16만원

B학회

교수

15만원

강사

15만원

C학회

교수

18만원

강사

13만원

D학회

교수

10만원

강사

10만원

이들 학회는 논문게재료를 받는 이유로 열악한 재정 탓을 꼽고 있다. A학회 실무자는 “매년 몇 번 씩 발간하는 학술지와 학술대회를 열기 위해선 많은 재원이 필요하지만 현재의 저조한 회비납부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연구자들의 논문게재료를 받지 않고서 학술지를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대단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학회의 재정난을 논문게재비로 해결하려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학회 회원이 회비를 내는 것이 기본적인 의무라면 좋은 논문을 발표하고 학회지에 게재할 수 있는 것은 회원으로서의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 미국, 유럽 등 외국 학회에선 회비 납부 의무를 명확히 하지만 회원에게 논문게재비를 요구하는 일은 전혀 없다는 게 외국에서 공부한 연구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보다 큰 문제는 강사들에게도 게재료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교수의 경우 정부나 학술지원단체로부터 지원을 받기가 쉬울 뿐 아니라 등재학술지에 논문을 쓰면 대부분 대학에서 적게는 30만원에서 많게는 수백 만원이 넘는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교수가 등재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면 비록 학회에 게재료를 내더라도 부담이 전혀 없을뿐더러 오히려 현행 학계 풍토에선 교수들이 논문게재료를 내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박사과정을 마친 소장학자나 시간강사들의 처지는 전혀 다르다.

어려운 연구자 현실 배려해야

딱히 지원을 받을 수 없는 탓에 어렵게 논문을 쓰고도 경제적인 손실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다수 강사들이 일년 내내 강의와 논문을 쓰고도 교수 연봉의 20~30% 수준의 임금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논문게재료 문제는 부조리한 학계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강사들이 등재학술지를 외면하기는 어렵다. 등재학술지(혹은 등재후보학술지)에 얼마나 논문을 실었는가에 따라 주로 교수 업적이 평가되듯, 강사들도 등재학술지 게재 논문 편수가 교수임용 평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강의한다는 한 불교연구자는 “최근 등재지에 논문을 실어 흐뭇하면서도 한편으론 ‘억울하면 교수하라’는 말을 새삼 실감했다”며 “논문게재료를 내는 것보다도 어려운 처지를 고려치 않는 학계의 현실에 화가 날 때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재정난을 겪는 학회들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논문게재료 대신 회원들의 회비 납부 의무를 크게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들이 많다. 회비는 학회의 기본적인 물적 토대지만 현재 불교학계 회비 납부율은 15~20% 수준이다. 300명의 불교학자가 학회 회원으로 가입해 있어도 실제 학회비를 내는 학자는 40여 명에 불과한 것이다. 이러다보니 회장은 여기저기 돈을 얻으러 다니는 ‘화주보살’ 역할을 마다할 수 없으며, 심지어 회장 선출 때부터 화주 문제가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는 부작용을 낳고 있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한국불교학회의 회비 납부 증가 현황은 눈여겨 볼만하다. 처음 450여 명의 회원 중 회비납부자는 겨우 50여 명이었지만, 불과 2년 새 250명이 넘는 회원들이 회비를 납부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현 집행부가 회원들에게 회비 납부를 지속적으로 요청하는 동시에 논문 발표 및 게재, 회장 선거 투표권 부여 등도 회비 납부자로 한정했던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동국대 불교대학의 한 교수는 “좋은 논문 한편 쓰려면 보통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리는데 힘들게 논문을 쓰면서 더 궁핍해져서야 되겠냐”며 “학회 회원들이 각각 권리와 의무를 인식하고 배려할 때 학회는 물론 불교학의 발전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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