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사마타 수행체계인 ‘시네뻬리’. |
‘마음(心)’으로 비유되는 ‘소(牛)’를 점차 길들이는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한 목우도(牧牛圖)는 깨달음에 이르는 선(禪)의 수행과정을 표현한 그림으로 심우도(尋牛圖) 혹은 십우도(十牛圖)라고도 한다. 그러나 이와 유사한 그림이 티베트에도 있다는 사실은 물론 그 교의적인 배경에 대해선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차상엽 금강대 HK연구교수는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가 3월 17일 금강대 본관 3층에서 개최한 제12차 콜로키움에서 ‘시네뻬리(Zhi gnas dpe ris, 止圖)’라 불리는 티베트식 목우도를 심도 있게 조명했다.
티베트의 사마타(止) 수행체계를 도상으로 묘사하고 있는 ‘시네뻬리’의 교리적인 배경, 각 단계별 그림의 상징성, 목우도와의 관계 등에 대해 고찰한 차 교수는 먼저 ‘시네뻬리’의 교학적 배경이 겔룩파 개조인 쫑카빠가 15세기 초에 쓴 『보리도차제대론』에 있음을 문헌학적인 근거를 들어 밝혔다. 이는 시네뻬리가 중국 목우도의 원조라는 일본 카지야마 유이치의 학설을 깨는 것으로 오히려 11세기 조성된 목우도의 영향으로 15세기 이후 ‘시네뻬리’가 형성됐음을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
차 교수는 이어 도상학적인 의미에 대해서도 밝혔다. 티베트의 가장 핵심적인 수행방법 중 하나로 아홉 가지 마음을 머물게 하는 것인 ‘구종심주(九種心住)’의 점차적인 단계를 표현한 ‘시네뻬리’에서 코끼리는 ‘마음’, 코끼리의 검은색은 ‘마음의 가라앉음’, 원숭이는 ‘마음의 산란’, 원숭이의 검은색은 ‘마음의 들뜸’, 토끼는 ‘마음의 미세한 가라앉음’, 갈고리는 ‘자각[正知]’, 올가미는 ‘집중(念)’ 등을 의미하고 있음을 티베트 문헌을 토대로 규명했다.
차상엽 교수는 “시네뻬리는 티베트가 인도불교의 연장선이나 중국불교에 영향을 받은 소수민족의 문화라는 단층적인 측면이 아니라 인도와 중국이라는 양문화의 수용과 변용을 통해 티베트 고유문화를 꽃피웠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