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학계에도 봄이 왔다. 긴 겨울을 보낸 학술단체들이 새봄을 맞아 학술대회 일정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한국불교학회, 보조사상연구원, 불교학연구회, 한국선학회 등이 최근 춘계학술대회 일정을 확정한 것을 비롯해 20여 개 단체에서 올 상반기 크고 작은 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중 한국불교학회가 108산사 순례기도회와 공동으로 4월 11일 개최하는 국제학술대회도 눈여겨 볼만하다. ‘순례’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학술대회는 불교적인 순례에 대한 이론적 토대가 전무하다시피 한 가운데 인도 델리대 바트 교수, 중국 북경대 방웨이왕 교수, 일본 슈치인대학 요리토미 모토히로 교수, 동국대 교수 해주 스님과 김용표 교수, 일본 류코쿠대학 이광준 교수 등이 참여해 다양한 관점에서 순례를 다각적으로 조명한다. 이에 앞서 한국불교학회는 4월 10일에는 제51회 전국불교학술대회를 개최하며 새로운 신임회장도 선출할 예정이다.

불교교단사연구소와 법륜교수불자회가 4월 30일 대구 불광사에서 여는 학술대회도 특별하다. ‘승가의 지도자상과 한국불교의 전통’이란 주제로 율장에 나타난 지도자상(이자랑), 테라와다에 비추어 본 한국불교의 방향성(임승택), 중국 선불교에 나타난 지도자상(신규탁), 조계종단 종정의 역사상(김광식) 등 다양한 방면에서 불교의 지도자상을 고찰하게 된다. 불교학연구회와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가 5월 7~8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실에서 공동으로 개최하는 학술대회는 아뢰야식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자리다. 이평래 충남대 명예교수가 ‘아뢰야식과 여래장’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는 것을 시작으로 아뢰야식의 기원에 관한 연구사 검토(김성철), 아뢰야식의 형성과정에 미친 종자설의 영향(박창환) 등을 비롯해 13명의 학자들이 아뢰야식을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부산·경남권 학자들이 주축이 돼 이끌고 있는 동아시아불교문화학회가 5월 29일 부산 안국불교대학에서 개최하는 학술대회도 주목할 만하다. ‘21세기 불교의 진로와 과제’란 주제로 열리는 이날 학술대회에선 국내학자는 물론 대만, 일본, 미국의 학자들이 참여해 21세기 불교가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방향과 과제를 모색한다. 이 학회 공동회장인 강동균 동아대 교수는 “이번 학술대회는 20세기에 전개된 주요한 불교 흐름을 반성적·총제적으로 정리해 보고 그것이 갖는 문제점과 과제를 검토함으로써 그 연장선에 있는 21세기 불교의 진로가 보다 뚜렷하게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도 한국불교심리치료학회가 5월 29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공연장에서 ‘마음챙김, 수용 그리고 심신치유’란 주제로 개최하는 학술대회도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인도철학회가 4월 23일 중앙승가대 본관에서 ‘불전번역의 전통과 현대적 가치’란 주제로 여는 학술세미나도 뜻 깊은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지난해에는 사찰에서 개최한 학술대회가 상당수에 이르렀던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거의 없다는 점도 눈에 띄며, 보조사상연구원,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 한국불교선리연구원, 불교평론 열린논단 등은 올해에도 매월 1회 발표회나 콜로키움을 지속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