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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洗心淸心] 모두를 위한 거짓말

기자명 법보신문

황토 빛 흙에서 하얀 목련이 피어나더니 오늘 아침 개울가엔 마침내 노란 개나리가 가득 피어올랐다. 기상이변으로 3월 장마라고 호들갑을 떨기도 하고 꽃들이 피지 않아 봄 채소와 과일이 흉작일거라며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대지는 우리들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묘한 조화를 부리며 갖가지 고운 빛의 꽃들을 피어나게 한다.

얼마 전 불교계가 온당치 못한 정치적 간섭일로 뒤숭숭하더니, 갑작스러운 군함의 침몰로 온 나라 안이 뒤숭숭하다. 두 가지 사건은 전혀 별개인 듯하지만 먼데서 바라보는 사람의 눈에는 많은 동질성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 두 사건에서 느끼는 것은 사건 자체보다 어쩌면 이일로 인해 난무하는 거짓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더 큰 혼란에 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 그로 인해 마음이 상하는 것 같다.

정치인으로부터 내부를 간섭하는 것 같은 발언을 듣고 그 대상이 된 스님에게 의견을 전한 마음이야 원만한 관계를 원하는 좋은 뜻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로인해 크게 맘이 상해서 부당함을 주장하는 상대를 향해 던진 거짓 발언은 더 큰 실망을 안겨준다. 정말 너무나 통속적인 거짓의 표본을 보는듯하여 씁쓸하다.

전혀 그 스님을 모른다고 했다가, 몇 번 만난 적이 있지만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고 둘러 대고 있을 때 인터넷에는 그 스님과 함께한 행보의 사진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거짓으로 얼버무리는 모습은 많은 사람들의 조소를 자아내게 한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함선 침몰 사건’으로 수많은 우리 젊은이들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최첨단 과학시대임에도 실종자들을 찾을 수 없는 현실에 경악을 금할 길이 없다. 하지만 이 사건을 전해 듣는 많은 사람들은 국방을 책임지고 있는 장관의 입에서 사고 시간이 수시로 바뀌고 또 한편에서 아군의 함선이 침몰해 가고 있을 때 밤하늘을 나르는 새떼를 적의 침입으로 오인하고 함포사격을 하고 있는 군이라니, 어떻게 이들을 믿고 살아야 할지 허탈함이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든다. 함포를 새총쯤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말들을 믿고 싶지 않다. 정말이지 우리 해군사에 오점으로 길이길이 남을 사건이 아닐 수 없다. 발표가 계속 뒤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들이 믿고 의지해야 할 것은 과연 무엇인가.

진해에 다녀왔다. 군항제 깃발은 연평 앞바다에서 순직한 군인들의 슬픔을 전하기라도 하듯 허공에 소리 없이 아우성을 지르고 벌써 피어올라야 할 벚꽃도 스스로 자제하는 듯 아직까지 꽃망울을 감추고 있었다.

그들의 희생을 진정 위로하고자 한다면 진실을 이야기해야 한다. 우리는 누구의 잘못을 손가락질하고 비난만 할 수 있는 독한 민족이 아니다. 그 누구든 이해하고 용서하며 함께 아픔을 나눌 줄 아는 민족이다. 우리 불자들은 자비의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니 잘못은 거짓으로 포장하지 말고 진실로 참회하면 될 일이다.

모두를 위한 거짓이라고 둘러대지 말자. 어쩌면 모두를 볼모로 자신들만을 위한 새로운 잔치를 준비하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다. 부처님께서는 거짓말을 비구의 자격을 박탈하는 엄중함으로 경책하셨다. ‘세상의 모든 종교와 도덕의 첫 구절은 거짓 없이 진실하라’는 가르침으로 문을 열고 있다.
햇살이 더없이 따스하다.

올 봄에도 우리들의 믿음을 져버리지 않고 피어오르는 봄꽃의 설렘을 함께 가슴에 품고 희망의 삶을 살아갔으면 한다.

약천사 주지 성원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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