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한국불교 선(禪) 중흥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던 백파 스님의 사상을 선양하기 위한 ‘백파사상연구소’가 개원됐다.

조계종 제24교구 본사 선운사는 4월 5일 서울 종로구 현대뜨레비앙 922호에서 문도 스님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백파사상연구소’ 개소식을 봉행했다.

백파연구소는 백파 스님의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설파 스님을 비롯해 그 문손인 석전 박한영 스님과 그 제자들과 운허, 청담, 청우 스님 등 제자들의 업적과 사상을 연구해 한국불교 중흥에 기여한다는 취지로 출범한 연구단체다.

이날 개소식에서 선운사 주지 법만 스님은 “지난 2008년부터 백파 스님의 문중을 중심으로 스님의 사상을 조명하는 학술세미나가 꾸준히 진행되면서 전문 연구소가 출범하게 됐다”며 “백파 문중 모두가 일심으로 노력해 연구소가 확고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밝혔다.

또 초대 연구소장을 맡은 선일 스님(인천 법명사 주지)은 “조선 후기 한국불교의 중흥에 앞장선 백파 스님과 그 계열의 한영,만암,청담 스님 등이 남다른 열정으로 침체됐던 한국불교의 선과 교를 부흥시킬 수 있었다”며 “이 같은 스님들의 업적과 사상을 오늘날 다시 조명함으로써 한국불교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백파연구소는 장기적으로 백파,석전,학명,해안 스님의 문집 번역을 비롯해 행장과 사료 발간 등을 진행할 계획이며 스님들이 주석했던 선운사지, 내장사지, 내소사지, 구암사지 등에 대한 관련 자료들을 수집할 방침이다. 또 매년 백파 및 석전 스님의 사상, 불교음악, 차문화, 선사상 등을 주제로 춘추계 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 추계학술대회에서는 백파 스님과 초의 스님이 벌린 선문논쟁의 의미와 한국 선의 정체성과 향후 과제 등을 다룰 계획이다.

조선 후기 불교중흥에 매진한 백파 스님은 1767년 전라도 무장에서 태어났다. 12세 때 선운사에서 시헌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으며 설파,설봉 스님의 문하에서 수학했다. 이후 장성 백양사에서 후학을 지도했으며, 청도 운문사에서 선(禪)의 지침서인『선문수경(禪門手鏡)』을 저술하기도 했다. 1830년(순조 30) 구암사로 옮겨 선강법회(禪講法會)를 열어 선문(禪門) 중흥의 종주가 되는 등 평생 한국불교 중흥을 위해 매진했다.

저서로는 『정혜결사문(定慧結社文)』, 『선문수경(禪門手鏡)』, 『오종강요기(五宗綱要記)』, 『법보단경요해(法寶壇經要解)』, 『선문염송기(禪門拈頌記)』, 『금강경팔해경(金剛經八海經)』, 『선요기(禪要記)』등이 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