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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전공하는 불교학자 전무

기자명 법보신문

[집중취재]불교, 이웃종교 이해 무지
불교학 박사 학위 신부-목사 꾸준히 배출
서강대 등 기독교대학 불교강좌 적극 개설
다종교사회서 소통 뒷걸음…포교 빨간불

불교와 더불어 한국사회의 주류 종교인 기독교에 대한 불교계의 이해가 사실상 무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톨릭이나 개신교 신학대 중 불교학을 가르치는 곳이 많지만 동국대나 중앙승가대, 강원 등엔 기독교 강좌조차 개설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불교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목사나 신부들이 상당수에 이르는 것과는 달리 불교계에는 기독교를 전공한 출가자나 불교학자가 단 한명도 없을 뿐더러, 다른 종교와의 대화 모임조차 주도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늘날 한국사회가 갈수록 서구화되고, 불교인(1072만명)보다 기독교인(개신교 861만명, 가톨릭 514만명)이 훨씬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기독교에 대한 불교의 몰이해는 다종교사회에 역행하는 것일 뿐 아니라 기독교의 선교전략에 적절히 대응하기 어렵고 포교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본지가 최근 「한국불교학」, 「불교학연구」, 「보조사상」, 「불교학보」, 「한국선학」 등 한국연구재단에 등재된 불교 저명 학술지 5종에 게재된 2115편의 논문을 분석한 결과 불교와 기독교를 비교한 논문은 단 10편에 불과했다. 이는 평균 3~4년에 1편 정도 주요 논문집에 실리는 것으로 불교학자가 200~300여 명에 이르고 한 해 쏟아지는 논문도 수백 편에 이른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더욱이 이들 논문들조차 불교에 정통한 목사, 신부, 기독교 대학 교수가 쓴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불교 교리에 밝은 기독교인들은 많지만 기독교에 밝은 불교인은 극히 드물다. 서강대, 가톨릭대, 감리교신학대, 강남대, 한신대 등 기독교계 대학에 종교 관련학과(종교학과·종교철학과·종교문화학과)가 개설돼 불교를 가르치고 있으며, 종교학 관련 학과가 없는 성공회대, 서울가톨릭대, 인천가톨릭대 등에서도 불교과목을 꾸준히 지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불교종립대인 동국대나 중앙승가대, 강원 등에는 기독교 강좌가 전혀 개설되지 않고 있다. 신라에서 조선시대까지 대다수 고승들이 당대의 사상과 문화를 꿰뚫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러한 불교계의 현실은 오랜 불교 전통과도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성철 스님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서명원(서강대 종교학과 교수) 신부가 “기독교에서 뭔가 배우려는 불자를 지금까지 만나본 적이 없다”고 고백한 데에서 드러나듯 이웃종교에 대한 불교계의 무관심은 사실 극단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런 탓에 불교와 기독교와 만남 또한 대부분 기독교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가톨릭 중심이 된 신앙인아카데미, 시튼연구원, 종교신학연구원과 개신교 중심의 종교문화연구원, 대화문화아카데미 등에서 불교와 기독교간의 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불교계 주도로 이뤄지는 대화모임은 아직까지 없는 실정이다. 불교계가 일부 종교에 대해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비판하지만 정작 불교계가 다른 종교와의 ‘소통’을 외면하고 거부하는 것이다.

김용표 동국대 교수는 “기독교 교리를 단순한 구원론으로 취급하면서 마치 기독교를 다 아는 것처럼 여기는 것은 어리석을 만치 단순한 생각”이라며 “한국불교가 기독교 문화와 사상에 대한 이해가 없인 보편적이고 세계적인 종교로 발돋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시대에 뒤떨어진 고리타분한 종교로 전락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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