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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기독교 몰이해 땐 ‘정체’

  • 집중취재
  • 입력 2010.04.12 09:44
  • 수정 2012.11.1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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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내적 충실성 외적 개방성’ 강조
이웃종교 이해할 때 불교 풍요롭게 될 것

 
진정한 종교간 화합은 상호 교리에 대한 충분한 이해에서 비롯된다. 사진은 4대종교 성직자 축구대회 모습.

지난 4월 7일 성공회대에선 부활절을 맞아 북한산 심곡암 지월 스님을 초청해 강연회를 열렸다. 이날 지월 스님은 채플시간에 참여한 200여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불교와 명상수행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했고 학생들의 호응도 뜨거웠다. 이웃 종교에 대한 이해를 위해 마련된 이번 초청강연회는 성공회대 교목실 측의 의도대로 학생들이 잘못된 편견을 무너뜨리고 폭넓은 사고에 도움을 줄 수 있었던 것이다.

 

불교에 적대적이고 훼불을 일삼는 것도 주로 기독교이지만 이웃종교와 대화하려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역시 기독교계다. 지난해 6월말 인천가톨릭대 신학생들 20여 명이 조계사를 찾아 평소 배웠던 불교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평소 궁금했던 점도 허심탄회하게 물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의 불교계 상황으로선 전혀 생각도 못할 일이었다.

 

당시 신학생들을 인솔했던 가톨릭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 대화위원회 총무 송용민 신부는 “신학생들도 불교학을 1학기 정도 배운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초청이나 방문 외에도 대화의 형태는 다양하다. 개신교가 주도하는 대화문화아카데미는 최근 기독교 학자 4명, 화엄학자 4명, 비교종교학자 4명, 동학연구자 1명 등이 참여해 매월 마지막 토요일 만나 ‘화엄세계와 하느님 나라’라는 주제로 토론하는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또 가톨릭이 중심이 된 신앙인 아카데미는 지난 3월부터 불교강좌를 개설해 붓다의 생애, 열반에의 길, 불교공동체의 형성, 대승불교-보살의 이상, 보살, 상좌불교, 티베트불교, 중국불교, 한국불교, 일본불교, 세계종교로서의 불교 등 주제로 5월말까지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 기독교인들이 이웃종교를 이해하려는 배경에는 가톨릭 신학자인 한스 큉이 종교간의 평화를 위해 ‘내적 충실성, 외적 개방성’이라는 역설적 원리가 깔려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요컨대 자기 종교의 본질에 충실하면 타종교에 대해 자유롭게 열리고, 반대로 자기 종교의 본질을 미처 깨닫지 못한 채 일부 지엽적인 교리가 전부인 줄 알면 배타주의에 사로잡힌다는 논리다.

 

또 교단 내에 이웃종교에 정통한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한 몫 톡톡히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005년 동국대에서 불교로 박사학위를 받은 곽상훈 신부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톨릭 교단에서 다른 여러 방면에 전문적 식견을 갖춘 사제 인력을 양성하는 계획에 따라 불교를 공부하게 됐다”며 “그리스도교와 불교의 교류가 무엇보다 우선되는 만큼 가톨릭 사제의 입장에서 그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불교계엔 기독교에 정통한 스님이나 재가자가 극히 드물고 학자들마저 이웃종교에 지극히 무관심하다. 본지가 최근 「한국불교학」, 「불교학연구」, 「보조사상」, 「불교학보」, 「한국선학」 등 한국연구재단에 등재된 불교 저명 학술지 5종에 게재된 2115편의 논문을 분석한 결과 종교간 비교나 다원주의적 관점에서 쓴 논문은 전체 96편으로 전체의 4.54%에 불과했다. 다시 이를 세부적으로 분석할 경우 유교 및 도교와 비교한 논문이 44편으로 가장 많았고, 인도사상과 비교 18편, 종교일반 18편, 기독교와 관련된 논문은 불과 10편이었다.  도표 참조

 

모든 것은 변한다는 제행무상을 기본교리로 삼는 불교는 그 역사 자체가 그 시대와 지역의 문화를 받아들여 변화해온 과정이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불교는 새로운 문화로 정착된 기독교를 왜 외면하는 걸까?

 

서강대 종교학과 서명원 신부는 그 이유로 △한국 불교가 조선시대를 거쳐 일제강점기와 이승만 정권 아래서 계속 박해와 부당한 대우를 받아 외국 종교에 대해 거부감을 느껴 긍정적 관심이 일어나지 못했고 △기독교인들이 자기 종교를 소개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상대방을 개종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어 불자들로 하여금 첫 순간부터 거부반응을 일으키게 하고 △선종(禪宗)의 영향으로 언어를 통한 종교간 만남의 가능성 자체가 어려웠고 △어떤 불자들은 이웃 종교를 방편으로만 생각할 뿐, 그것의 궁극적인 가치까지는 인정하지 못함으로써 개신교 못지않게 불교적인 입장에서 종교적 배타주의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불교를 통해 내 인생이 확 바뀌었다”는 서 신부는 그러나 “불교가 이웃종교에 무관심한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종교에 대한 이해는 그 사람의 인간관과 세계관을 보다 넓고 풍요롭게 해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상대방의 종교를 모를 때 그 종교에 흡수되거나 극단적인 대립으로 나타난 것은 역사적인 사실이다. 목사로 불교학을 전공한 이찬수 종교문화연구원장은 “종교적 현상들은 굳이 다른 점을 보려하지 않는다면 공통된 점이 훨씬 많다”며 “언젠가 동국대에서 기독교를 가르치고 싶은 것이 내 작은 소망”이라고 강조했다.

 

■ 불교학 등재학술지에 게재된 기독교 연구 논문

논문 제목

저자

게재학술지

연도

 극락과 천국의 내세관적 비교

원의범 

불교학보 6집

1969

 원시근본불교를 중심한

 불교와 기독교의 십계비교고

조용길

불교학보 29집

1992

 다르마와 하느님-캔트웰

 스미스의 불교이해

유제동

보조사상 10집

1997

 기독교와 불교의 인간과 자연의 관계- 

 창세기와 기세경을 중심으로

윤영해

불교학보 42집

2005

 비교종교학의 관점에서 본 한국불교의

 頓漸論爭-頓悟頓修 없이는

 그리스도교가 무너진다

서명원

보조사상 24집

2005

 종교의 역할-자비와 아카페를 중심으로

곽상훈

불교학연구 10호

2005

불교의 승가계율과 기독교

수도규칙의 정신 비교연구

서명원

보조사상 30집

2008

 Christian Zen - What Christian 

 Learns from Buddhist Meditation?        

문영석

한국선학 21집

2008

 중국 근대불교의 서학(西學)의 흡수와

 비판-티모시 리차드의 『대승기신론』

 번역을 중심으로

김제란

한국불교학 51집

2008

 비교사상적 관점에서 본 지눌의 선사상

길희성

보조사상 31집

2009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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