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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묵 스님의 풍경소리]

기자명 법보신문

도의국사 종조인 조계종에 온갖 불교 망라
승가교육 재편때 정체성 확립 방안 찾아야

얼마 전 모시던 스님의 재에 몇 분 스님이 자리를 같이 하게 되었다. 내게는 낯설었지만 다른 스님의 말로는 대자암 무문관에서도 몇 철을 나는 등 열심히 정진한 분이라 했다.

그런데 대뜸 그 스님이 당신은 이번에 분한신고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종단에 귀속시킬 재산도 없지만 더 이상 종단에 기댈 것도 없어서 그저 비승비속으로 여생을 농사짓고 혼자 수행하며 살겠다고 마음을 굳혔다는 것이다. 잘 알지 못하는 분이기도 했지만 ‘그러면 안 됩니다’라는 말이 선뜻 나오지는 않았다. 이처럼 종단 구성원으로서의 자부심을 갖지 못하고 포기하려는 스님이 더러 있음을 보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근본 원인이 무엇일까? 그리고 그 문제의 근원이 종단 정체성의 부족에 있다고 보았다. 현 종단이 간화선 수행을 중심으로 전래의 한국불교를 포섭한 통합종단을 표방하기에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 하더라도 이제 그 한계점을 넘기고 있는 듯 하다. 현 종단의 구성원은 조계종의 종지 종풍에 맞게 수행하기에 종도로써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종단의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승적을 두고 있음으로 인정되고 있지 않나 싶다.

이는 ‘바라문을 바라문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바라문 가문에서 태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바라문의 행을 함으로써 바라문이라 할 수 있다’는 부처님 말씀에 어긋나는 일이다. 포용과 원융도 좋지만 중심이 서있지 않은 포용과 원융은 서로를 살리는 길이 아닌 서로를 매몰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요즘 많은 스님들이 간화선 수행에 문제를 제기하며 미얀마 등 남방불교 쪽에 가서 수행하고 오는 분들도 많이 있다. 그리고 이런 저런 명상 수행법을 계발하거나 배워오는 분들도 매우 많이 있다. 거기서의 수행을 간화선 수행에 접목시켜 수행하는 분도 있고 더러는 간화선 수행보다는 남방 쪽 수행이 더 훌륭하다 하면서 그 쪽 수행만을 고집하고 포교하는 분들도 있다. 그리고 명상법을 응용해 당면 문제를 풀어주고 신심을 장양함을 통해 더 높은 차원의 수행으로 이끄는 분이 있는가하면 그 명상법을 능사로 삼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이런 저런 수행법을 조도법(助道法)으로 활용 할 수 있겠지만 앞서 말의 후자처럼 그것만을 고집하려한다면 과감히 종단에서 분리해 나가야 된다고 본다. KTX 역에 근무하는 승무원이 고속버스가 좋으니 터미널로 가자고 하는 것이 사리에 맞지 않듯이 이 또한 그러하다고 본다.

이런 경우는 종단에 있어서는 재산 문제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 시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다 같은 불제자인데 하고 용인할 뿐 거의 문제의식조차 없다. 그러다보니 도의국사를 종조로 하는 조계종은 그저 간판일 뿐 안에는 비법(非法)사법(邪法) 잡술(雜術)마저도 포함된 온갖 불교가 망라되어 있다.

개념의 혼재가 심각한 시대일수록 자기정체성을 명료히 할 때 존재 의미가 있고 힘을 가질 수 있다. 종교에서는 더욱 그런 점이 요구되고 그것이 서로가 함께 사는 길일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내가 남방불교가 불교가 아니라거나 하열한 가르침이라고 보기 때문이 아니라 한 집안에 뒤섞여 있는 것이 결코 서로에게 득 될 것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조계종 교육원에서는 현 교육원장 스님이 취임한 이래 승가의 제반 교육에 대해 전면적으로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듣고 있다. 그 고민의 중심에 무엇보다도 대한불교조계종이란 종단의 정체성 확립 문제를 두었으면 한다. 그리고 종도 모두가 종단이 다시금 굳건하게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으면 한다. 

정묵 스님 manib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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