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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우 스님의 계율칼럼] 대중과 목욕하는 법

기자명 법보신문

목욕하는 법에도 많은 것 깨닫는 도리 있어
몸 씻는 일에도 수행자 본분 잃어선 안 돼

비구들의 대중생활에서 목욕하는 법은 보름마다 목욕하게 하였다. 기파 동자가 부처님께 말씀 드린 바에 의하면 “비구가 많이 먹고 나서 목욕하지 않으면 병이 낫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므로 병이 났을 때나, 운력, 먼 길을 다녀왔을 때, 또한 목욕을 해야 한다.

『열반경』에 이르되, “목욕은 일곱 가지 병을 낫게 한다. 첫째는 몸이 가볍고 편안함이오. 둘째는 바람 기운을 제거함이오. 셋째는 몸이 마비되는 현상을 없앰이오. 넷째는 학질을 제거함이오. 다섯째는 몸의 열기를 제거함이오. 여섯째는 더러운 때를 제거함이오. 일곱째는 몸이 청정하고 눈이 밝아진다”고 했다.

먼저 더운물로 얼굴을 씻고, 위로부터 아래까지 천천히 씻어야 하며, 덤벼들어 뜨거운 물이 옆 사람에게 뿌려지게 하면 안 된다. 욕탕 안에서 오줌 누면 안 된다. 사람들과 함께 시끄럽게 떠들고 이야기 하거나 웃으면 못쓴다. 인천보감에 말하기를 “어떤 사미가 목욕하면서 떠들고 웃고 희롱하며 장난한 탓으로 끓는 물 지옥에 가서 나는 과보를 받았다”고 했다. 그 일을 경계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욕실에 새겨 두었다.

“산이 험하고 먼 길에, 그 나무가 땔감을 마련하여서 가마솥의 물을 데우니, 그 부지런함을 본받음이로다. 한 달에 한 번 목욕하는 총림에서는 들어봄이 드물거늘, 사미가 실없이 희롱하고 웃는 것으로, 뜨거운 열탕지옥에서 데침의 과보를 받음이로다. 마음을 씻고 생각을 씻어서, 날로 새롭고 또 새롭게 하라. 무엇으로 덕을 갚고, 홀연히 수인(水因)을 깨달음이로다.”고 했다.

탕 안에서 으슥한 데를 씻으면 못쓴다. 으슥한 곳이라는 것은 대소변을 보는 곳이다.
부스럼이나 옴이 있는 이는 나중에 목욕하여야 한다. 혹 무서운 창병이 있는 이는 더욱 회피하여 남의 눈에 띄지 않게 하라. 제멋대로 오래 씻어서 뒤에 사람에게 방해되면 안 된다. 옷을 벗고 입을 적에 스스로 천천히 해야 한다. 욕탕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깨끗이 씻고 천천히 행동하며, 씻은 물은 탕 안에 튀어 들어가게 하면 못쓴다.

물이 차거나 더우면 법(法例)대로 방(梆)을 두드려야 한다. “법례대로 방을 두드리라”는 것은 욕탕 안에 소판(小板)을 설치하거나, 소방(小梆)을 안에 설치해 두어서 탕의 물이 차가우면 두 번 울리는데, ‘냉탕’이라는 두 글자의 표현이다. 탕의 물이 뜨거우면 세 번 울리니, 불을 그만 때라는 세 글자의 표현이다. 만일 물을 더 쓰고자 하면 한 번 울린다. 목욕 물 데우는 소임자 욕두(浴頭)가 그 소리를 듣고 곧 더하고 덜함을 안다.

욕탕 안에서는 그렇게 당당할 필요가 없다. 마치 큰일이라도 한 것처럼 시끄럽고 수선스럽게 하면 대중에 누가 되는 것이다. 이외 에도 욕실에서 어른을 만나면 조용히 씻고 물러나고, 큰절을 올리거나 시중을 든다고 수선을 피워서 마음 쓰이게 하면 안된다. 어른을 만나면 못 본 척 하라는 것이 아니다. 조용히 옆에 가서 삭발을 돕는 일이나 등을 밀어 드리는 일은 꼭 도와드려야 할 예의이다. 어른이 욕실에 들어오시면 비켜드리고 도와드릴 일이 있으면 부담스럽지 않게 도와드려야 한다.

요즈음은 절 안에도 씻기 위한 좋은 목욕탕은 있다. 시중의 것과 시설과 기타의 뛰어남은 차이가 있다. 몸 씻는 일이 아닌 다른 것을 말하는 실덕을 하기 쉽다. 여하튼 몸 씻는 일 하나도 수행에 손실을 살피는 것은 지혜로운 이의 몸가짐이다. 아무튼 옛 사람들이 사려 깊게 말씀하신 목욕하는 법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깨닫게 한다. 

철우 스님 조계종 계단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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