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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추회요 강설] 진공〈眞空〉은 분별없고 주객〈主客〉 사라져 텅 빈 자리

기자명 법보신문

움직이지 않는 본 마음자리는 진공이요
온갖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은 묘유이다

진공이 묘유이고 또한 묘유가 진공이니
‘반야심경’ 공즉시색·색즉시공과 같아

 
趙州의 無. 일지 이홍기 作. 법련사 소장.

16. 생각하기 어려운 것

居見聞之地 卽見聞之不及 處思議之際 卽思議之不測 皆由不思議體 自不可得故 卽思不可思. 經云 所思不可思 是名爲難思.

‘보고 듣는 곳’에서 보고 들을 수 없고 ‘생각하는 곳’에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이, 모두 ‘생각할 수 없는 바탕’으로 말미암아 본디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생각하는 곳’에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경에서 “생각하는 곳에서 생각할 수 없는 것, 이를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라 한다.”고 하였다.

강설) 진공묘유(眞空妙有)에서 진공(眞空)은 온갖 시비분별이 떨어지고 주객이 사라져 텅 빈 곳이다. 이 자리는 시비를 분별할 수 있는 ‘나’도 사라지고 ‘나’가 분별할 수 있는 ‘대상경계’도 사라진 부처님의 영역이니, 분별심으로 헤아리는 중생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없는 바탕’이므로 이를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한다.

17. 법계의 성품을 관하라

華嚴踈云 由迷境唯心 方能現妄境 又 喩正由無性 方成萬境也. 故云 諸法性如是. 應觀法界性者 卽眞如理觀 一切唯心造者 卽唯識事觀. 以理觀唯識之性 諸佛證此 爲成佛之體 以事觀唯識之相 衆生達此 爲出離之門. 如華嚴演義云 良以 一文之妙 攝義無遺 一偈之功 能破地獄. 故普賢菩薩 告善財言 我此法海中 無有一文 無有一句 非是捨施轉輪王位而求得者 非是捨施一切所有而求得者. 釋曰 以一是一切之一故 稱性之一故.

『화엄소』에서 말하였다.
‘경계가 오직 마음’인 줄 모르므로 허망한 경계가 벌어진다. 또 바로 ‘결정된 성품이 없으므로 온갖 경계를 만든다.’ 깨우치니, 그러므로 ‘온갖 법의 성품이 이와 같다’고 한다.

‘시방법계 참 성품을 보아야 한다.’는 것은 곧 ‘진여의 이치로 보는 것’이고, ‘온갖 법을 오직 마음이 만든다.’는 것은 곧 세상의 모든 것을 ‘오직 마음의 작용으로 보는 것’이다. ‘모든 부처님이 이치로 오직 마음의 성품을 보는 것’으로써 이를 증득하여 성불의 바탕으로 삼고, ‘중생은 현상으로 오직 마음이라는 모습을 보는 것’으로써 이를 통달하여 생사를 벗어나는 문으로 삼는다.

이는 『화엄연의』에서 “진실로 문장 하나의 오묘한 이치로 온갖 이치를 다 거두어 버릴 것이 없고, 게송 하나의 공덕으로 지옥의 온갖 고통을 다 없앨 수 있다.”고 말한 것과 같다. 그러므로 보현보살이 선재동자에게 일러 “내가 지닌 많은 법 가운데 문장 하나 구절 하나라도 전륜성왕의 자리를 버리지 않고 구한 것이 없었으며, 온갖 소유물을 버리지 않고 구한 것이 없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를 풀이하여 “하나는 모든 것의 하나이므로 법의 성품에 맞추어서 말하는 하나이다.”라고 하였다.

강설) “시방법계 참 성품을 보아야 한다는 것은 곧 진여의 이치로 보는 것이다.”는 ‘진공묘유(眞空妙有)’에서 ‘진공’을 말하고, “온갖 법을 오직 마음이 만든다는 것은 곧 오직 마음의 작용으로 보는 것이다.”는 ‘묘유’를 말한다.

“이치로 오직 마음의 성품을 보는 것으로써 모든 부처님이 이를 증득하여 성불의 바탕으로 삼는다,”는 것은 진공을 터득해야 성불할 수 있다는 소리이고, “현상으로 오직 마음이라는 모습을 보는 것으로써 중생은 이를 통달하여 생사를 벗어나는 문으로 삼는다.”는 것은 묘유의 실체인 공성(空性)을 알아야 생사를 벗어난다는 것이다. “문장 하나의 오묘한 이치”는 진공을 말하고 “온갖 이치”는 묘유를 말한다.

“게송 하나의 공덕”이란 게송 하나의 뜻으로써 공성을 알려주는 이치를 터득하여, 그 진여의 이치로 온갖 중생계의 차별을 떠나 그들의 고통에서 벗어나겠다는 소리이다. “전륜성왕의 자리도 버리고 온갖 소유물을 버렸다.”는 것은 온갖 집착을 벗어났다는 것이다. 온갖 집착을 벗어나 공성을 터득하였기에 문장 하나 구절 하나라도 이 공성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纂靈記 云. 有京兆人 姓王失其名. 本無戒行 曾不修善 因患致死. 被二人引 至地獄. 地獄門前 見一僧 云是地藏菩薩 乃敎誦偈云 若人欲了知 三世一切佛 應觀法界性 一切唯心造. 菩薩授經已 謂之曰 誦得此偈 能破地獄苦. 其人誦已 遂入見王. 王問 此人有何功德. 答云 唯受持一四句偈 具如上說. 王遂放免. 當誦此偈時 聲所至處 受苦之人 皆得解脫. 後三日方穌 憶持此偈 向諸道俗說之. 參驗偈文 方知是華嚴經夜摩天宮 無量菩薩雲集所說 卽覺林菩薩偈. 意明地獄心造 了心造佛地獄自空耳. 故知 若觀此心 言下離苦. 不唯破地獄界 乃至 十法界一時破. 以入眞空一際法故 則平等眞法界 無佛無衆生.

『찬령기』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경조 지방에 이름은 모르지만 왕씨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행실이 좋지 않아 평생 나쁜 짓만 일삼다가 병환으로 죽었다. 두 명의 지옥사자에게 끌려가다 지옥의 문 앞에서 지장보살을 만났다. 지장보살은 게송을 외우라고 가르쳤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부처님
그 분들을 중생들이 알고자 하면
시방법계 참 성품을 보아야 한다
온갖 법을 마음이 다 만들었음을.

지장보살은 가르침을 주시며 “이 게송을 외우면 지옥의 고통을 없앨 수 있다.” 하였다. 왕씨는 게송을 외우고 염라대왕을 만나게 되었다. 염라대왕이 “이 사람에게 무슨 공덕이 있는가?” 물으니, 지옥사자가 “오직 네 구절 게송 하나만 외우고 있을 뿐입니다.” 대답하며 지옥의 문 앞에서 있었던 일을 전부 설명하였다. 염라대왕은 이 사람을 지옥에서 내보냈다. 또 이 게송을 암송할 때 이 소리를 들은 ‘지옥고(地獄苦)’를 받던 중생들이 모두 해탈하였다.

삼일이 지난 뒤 이 사람은 다시 살아나 이 게송을 기억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이 일을 설명하였다. 나중에 이 게송이 『화엄경』에서 야마천궁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보살들이 모였을 때 설해진 각림보살의 게송이란 것을 알았다.

그 뜻은 ‘지옥도 마음이 만들었음’을 밝혀, 마음이 만들어낸 부처나 지옥은 본디 ‘공(空)’임을 알게 하였다. 그러므로 이 마음의 실상을 보면 그 자리에 바로 지옥고를 벗어난 줄 알아야 한다. 지옥을 없앨 뿐만 아니라 중생계 모두를 한꺼번에 없앤다. ‘진공(眞空)’으로서 하나인 법에 들어가니 평등한 참 법계로서 부처도 없고 중생도 없다.

此非妙術神通 假於他勢 以法如是故 可驗自心不可思議神妙之力. 高而無上 淵而不深 延而不長 促而非短 廣而無相 顯而無蹤 有而不常 無而不滅 照體獨立 稱性普周 妙萬物故 稱之爲神 孕一切故 名之爲母. 統御該攝 通變無窮. 任照忘疲 若明鏡之寫像 應緣無作 猶虛谷之傳聲. 居方而方相分明 處圓而圓文顯現. 在悟而悟成諸佛 墮迷而迷作衆生. 跡任千途 本地不動.

이는 묘한 신통으로 다른 힘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법이 이와 같으므로 자신의 마음에서 불가사의하고 신묘한 힘을 증험할 수 있다. 이 법은 높고 높아 더 높을 것이 없고 깊고 깊어 더 깊을 것이 없다. 늘리려고 해도 더 늘어날 것이 아니고 줄이려고 해도 더 짧아질 것이 아니다. 넓혀가도 어떤 모습이 없고 드러나도 어떤 자취가 없다. 있으면서 영원하지 않고 없으면서 사라지지 않는다. 비추는 바탕이 덩두렷하여 그 성품에 맞추어 두루 온갖 사물에 오묘한 작용을 하므로 이를 ‘신(神)’이라 하고, 온갖 것을 품고 있으므로 어머니라 부르기도 한다. 전체를 통괄하여 싸안아 거두며 하나로 통하면서 변화하는 게 끝이 없다.

비추는 작용에 모든 것을 맡겨 지칠 줄 모르니 밝은 거울에 비추이는 그림자 같고, 인연을 따르면서 의도하는 바 없으니 빈 골짜기의 메아리와 같다. 모난 곳에 있으면 모난 모습이 분명하고 둥근 곳에 있으면 둥근 모습이 나타난다. 깨달음에 있으면 깨달아 모든 부처를 이루고 미혹한 데 떨어지면 미혹하여 중생이 된다. 흔적이 여러 갈래로 나타나나 본디 마음자리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강설) 움직이지 않는 본디 마음자리는 ‘진공(眞空)’이요 온갖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은 ‘묘유(妙有)’이다. ‘진공’에서 온갖 인연이 모여 연기법으로 ‘묘유’가 드러나고, 그 ‘묘유’는 실체가 없으므로 ‘진공’이다. 진공이 묘유이고 묘유가 진공이니 반야심경에서 말하는 ‘공즉시색(空卽是色) 색즉시공(色卽是空)’과 같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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