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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묵 스님의 풍경 소리]

기자명 법보신문

조계종단에서 강원 강사는 찬밥 신세
풍토 개선 안되면 인재 양성은 불가능

요즘 종단 교육원에서 종단 미래는 물론 한국 불교의 장래를 위해서는 교육 개혁이 시급하다고 여러 안을 내놓고 있다. 그 안의 내용들이 개인적으로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바이지만 설령 바람직하다 해도 현실에서는 요원하지 않을까 싶다.

교육이 바로 서려면 그 중 가장 중요한 축인 교육자가 우선 제대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종단 풍토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지금 교육 개혁을 벼르는 교육원에서조차 현직 강사들을 안중에도 두지 않고 무시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원 소임자들의 이번 처사는 일반 행정 소임자들과 별반 다름이 없다.

선종 집안이다 보니 그럴 수 있다 싶기도 하지만 강사는 수행을 하지 않는 글쟁이로 취급당하기 일쑤이다. 오랜만에 만난 어떤 도반은 선방에 나가지 않고 아직도 경전이나 붙들고 강의나 하고 있냐면서 핀잔을 준다. 그런 말투에는 여태 정신 못 차리고 남 살림만 하고 있냐는 비아냥거림이 담겨있다. 그래서인지 종단에서도 경전을 공부하는 이력은 취급도 안 한다. 금번에 종법에 초임주지 취임 자격조건을 보완하면서 선원 안거 2철만을 필수조건으로 넣었을 뿐이다. 그리고 강사는 큰 절에서 꼬박 결제를 나지만 안거도 인정해 주지 않는다.

종단에 법이 정비되면서 이런 저런 자리에 서려면 필수적으로 채워야 되는 안거를 명시하면서도 그렇다. 즉 강사는 조계종단에서 법적으로도 정식 수행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어려움은 경전을 통해 이해된 앎과 삶이 하나로 딱 꿰어지지 않는 데에서 오는 수행자 본연으로서의 갈등이다. 그러면서도 경을 공부할수록 불법이 더욱 깊고 넓다는 것을 느끼다보니 한발 한발 내딛게 된다.

위상면에서 보아도 그렇다. 가령 강사는 사중의 한축에 들지 못한다. 통도사에는 그래도 예전에 운허 노스님이 강주로 계실 적 조실 스님처럼 모셨고 그 전통이 남아 강주 스님만은 자리나마 위에 모신다. 하지만 대부분의 큰절에서 강사의 자리는 사중 필요에 따른 보조석일 뿐이고, 사중 일에 협조적이지 않으면 언제 빠질지 모르는 기약 없는 자리이다. 이러다보니 때로는 수행자의 당당함을 잃고 뭐하려 이리 사나 하는 자격지심에 휩싸이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강사는 준 학인이 되어 틀에 박힌 생활을 감내해야만 한다. 그리고 모범이 되어야만 한다. 그러기에 초탈의 모습으로 수행자의 기상을 맘껏 드러내기보다 잔잔한 일상 속에서 감화를 이끌어내야만 하는 스트레스가 있다. 그리고 때론 모르면서도 가르쳐야 하고 스스로도 잘 안되지만 그 길을 제시하고 이끌어야만 하는 모순도 범해야 한다.

이렇듯 조계종단에서의 강사는 자리매김하지 못한 채 맴도는 주변인이면서도 막중한 책임과 기대를 담보해 내야만 하는 자리에 있다. 그러다보니 오래도록 강단에 남아있는 분들이 드물다. 더러 강단에 계신 몇몇 어른 스님들은 천성적으로 호학하시고 원력이 지중하신 탓에 그런 저런 점을 감내하실 뿐이지 종단 풍토가 받쳐 주어서가 절대 아니다.

따라서 이런 종단 풍토가 개선되지 않고는 훌륭한 인재가 강사로 유입되기 힘들고 후진 양성이 제대로 이루어 질 수 없다. 그러면 아무리 좋은 교육과정을 마련한다 하여도 그 교육을 소화해 낼 교육자가 없게 된다. 이에 따라 많은 시간 심사숙고 끝에 교육 개선안을 만들어 낸다하여도 그저 한 여름 밤에 꿈에 지나지 않는다.

정말 교육 불사를 바람직하게 도출해 내려면 목적과 당위성에만 급급해 가장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될 것조차 무시하며 허공 꽃을 움켜지는 것처럼 일을 하지 말고 지금 바로 이 자리부터 충실 하게 진행했으면 한다.

정묵 스님 manib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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