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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컵 쓰면 나무 4725만 그루 살려요”

기자명 법보신문
  • 해외
  • 입력 2010.05.17 16:41
  • 댓글 0

제천 간디학교 ‘짱 언니’ 장희숙 선생님
세번의 100일 출가 후 생명 배려하는 삶 발원
학생들과 논밭 일구며 공생의 가치 함께 배워

 
생명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생태적 삶을 사는 장희숙(사진 맨 왼쪽) 씨. ‘짱 언니’로 통하는 그녀에게 참 교육이란 더불어 사는 삶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다.

충북 제천시 덕산면의 한 동네, 가게 앞에서 봄볕을 즐겼다. 제천 간디학교 선생님을 기다리는 시간이 좀 늘어지길 바라기도 했다. 곧 그녀가 마중 나왔다. 제천 간디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뒹굴며 대안적인 삶을 사는 장희숙(33, 무애향) 선생님.

재래식 화장실에서 나온 거름으로 농사를 짓고, 풍력과 태양열로 학교 전력을 자급하며, 일회용품은 일절 안 쓰고 밥과 반찬을 남기는 일은 거의 없다. 물론 간디학교가 지향하는 공동체 삶이지만 그녀의 생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일상의 대부분을 학교서 보내고, 집에 있어도 철저하게 생태적인 삶을 살고자 노력하기 때문이다.

육식 끊고 일회용품도 안 써

“아이들과 지역주민, 소외된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꿈꾸며 우리가 끝없이 서로에게 요구하는 것은 바로 ‘소통’이에요. 왜 서로 좀 더 나누지 못하는지, 좀 더 깊이 이야기하지 않는지. 간절한 소통의 목표는 결국 상대를 이해하고 인정하며 받아들일 수 있는 경지 아닌가요. 그곳에 닿는 길은 ‘무아’의 상태이기에 먼저 실천하려 해요.”

그녀는 흙과 가까워지는 삶을 꿈꿨다. 그래서 5년 동안 간디학교에서 선생님으로 지냈다. 문득 삶의 쉼표, 혹은 느낌표가 필요했다. 2008년 3월 휴직했다. 티베트나 네팔 등 오지여행을 계획했다. 그러던 중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 티베트인들과의 감동적인 만남을 경험한 후 『티베트의 아이들』『나는 그곳에서 사랑을 배웠다』 등을 썼던 정희재 작가에게 깨달음의 장을 추천받았다. 출국 전 꼭 가보라는 권유였다. 출국을 한 달 앞두고 깨달음의 장에 다녀왔다. 거기서 100일 출가를 알았고 비행기 표를 연기했다. 길었던 생머리를 싹둑 잘랐다. 아예 빡빡 밀었다. 출가를 두 번 더 했으니, 휴직 1년을 꼬박 출가한 셈이다.

“많이 가벼워졌어요. 대안학교 선생님이란 이렇게 살아야한다는 당위의 그물에 묶인 저를 자유롭게 놓을 수 있게 됐어요. 육 고기는 아예 먹고 생선과 해물을 조금씩 먹게 됐고, 다른 생명들을 위한 생활도 시작했답니다.”

학교 인근서 자취하지만 걸어서는 1시간이 족히 걸리는 거리. 차가 있지만 여태 걸어 다녔다. 개인적으로 숟가락과 젓가락, 개인 컵과 시장바구니, 손수건은 항상 들고 다닌다. 식당을 가면 불쑥 나무젓가락을 내밀 때가 있다. 그럴 때 숟가락과 젓가락, 컵이 제일 유용하다고. 얼마 전 학교 선생님들도 동참하고 싶어 해 정토회에서 숟가락 젓가락 50개를 공동구매해 나눠 가졌다.

그녀의 작은 변화는 지구에 깃든 생명들에게 미치는 긍정적인 나비효과의 시작이다. 1km당 자가용은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210g를 내뿜고, 1년간 한국인이 소비하는 종이컵은 약 120억 개로 이로 인해 약 13만 2000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종이컵의 폐해는 나무 4725만 그루를 심어야 할 정도다. 일회용 면도기, 칫솔, 종이쟁반, 나무젓가락 등 일회용품은 연간 3952억 원의 자원을 낭비하고 278억 원의 쓰레기 처리비용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휴지 대신 손수건을 사용하는 일 역시 다른 생명을 지키는 배려다. 하루에 휴지 두 장씩 쓴다면 1년에 700장을 소비한다. 종이 1톤 생산에 펄프 1톤, 펄프 1톤 생산에 30년생 소나무 20그루를 잘라야 하는데, 휴지를 덜 쓴다면 그만큼 나무는 덜 잘리고 기후온난화의 속도도 다소 늦춰질 것이다.

“소박한 생활만이 대안”

 
간디학교 아이들이 설거지 하는 곳에 직접 써 붙인 빈그릇 운동 포스터.

지난 5월 10일 유엔은 ‘세계 생물 다양성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결과는 끔찍했다. 보고서는 인간이 만들어낸 무분별한 자연파괴와 환경오염이 인간의 생존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자연의 역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상에 존재하는 조류 1만여 종, 양서류 6만여 종, 포유류 5000여 종이 멸종위기에 직면해 있다.

현재까지 발견돼 인류가 알고 있는 생물은 동물 약 150만종, 식물이 50만종 정도. 환경단체들은 생물의 멸종속도를 ‘평균 20분에 1종’으로 추정하고 있다. 20분에 1종씩 사라진다는 얘기다. 특히 보고서는 아마존 정글이 이미 30% 감소했고 이는 폭우와 기후온난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 정도이니 절약을 넘어 생명을 공경하는 마음만이 생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그녀의 생활이 넌지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실시 중인 빈그릇 운동은 그녀에게 생활이다. 한 방울의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깃들어 있다. 한 톨의 밥에도 만인의 노고가 스며 있으며 한 올의 실타래에도 베 짜는 이의 땀이 서려 있다. 어찌 욕심 부려 많이 담아가 남기고 버릴 수 있을까. 아이들은 스스로 포스터도 만들어 붙이는 열의도 보였다.

그녀는 생태화장실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생사모’ 회원이며, 100일 출가 후엔 고구마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고사모’를 만들었다. 고사모에서는 놀라움을 경험한다고. 고구마를 심을 땐 아이들이 태교해야 한다며 조용히 하라고 떠들고, 벌레나 유충이 나오면 신기해 한다는 것. 생명과 소통하는 과정이라 믿는 그녀는 이런 과정이 즐겁다.

“국문학을 전공하고 교직 이수를 하면서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 좋았어요. 그러나 교육이 사람의 본성을 있는 그대로 길러내기보다 입시, 출세, 명예를 위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방법을 가르치는 현실이 싫었어요. 모든 생명은 그 본성이 고유하게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본성을 알고 생긴 대로 각자 자기답게 꽃피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그 사실을 가르치는 일이 교육이라 믿어요.”

옛날, 스님들은 씨앗을 심을 때 새와 벌레가 똑같이 나눠 먹으라고 한 호미 자국에 세 개씩 심었다. 갓 돋은 싹은 행여 다칠까 밟지 않았고, 살아있는 물고기를 팔면 사다 제 목숨만큼 살라고 강물에 풀어줬었다고 한다. 닮고자 한다면 발치라도 따라갈 수 있다.

그녀는 어디서든 마음 청정한 사람이 부처이고 그 사람이 머무는 곳이 곧 법당이라 여긴다. 하여 삶을 수행삼아 가볍고 단순 소박하게 살고자 한다. 머무는 발끝마다 연꽃 향기 가득하도록 마음을 닦고 너와 나를 구별하지 않고 함께 행복한 길을 찾고 싶어 한다.

간디학교에서, 그녀의 삶에서, 나와 다른 생명들에 대한 배려로 자유로워지고 있는 그녀. 간디학교 아이들에게 ‘짱 언니’로 통하는 그녀의 웃음이 수행자의 장삼 자락처럼 봄바람 아래 살랑인다.

간디학교=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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