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불교회관 건립 추진 一指 스님

기자명 이학종

'아시아 관문 인천을 포교의 요충지로'

일지 스님은 인상으로 보나 말솜씨로 보나 포교와는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스님에게는 중생 포교에 대한 겸손과 포용 그리고 열정이 있었다.


'학교(동국대 불교대학원) 다니는 동안 숙식이나 해결하겠다는 생각으로 걸망 메고 인천에 왔는데, 꼼짝없이 예서 뼈를 묻게 될 것 같네요.'

인천광역시 부평시장 인근의 한 작은 건물에 '마하연 포교당'을 내고, 전법(傳法)에 앞장서고 있는 일지(一指) 스님의 첫마디가 예사롭지 않다. 내던지듯 툭툭 털어 내는 경상도 풍의 억양은 스님의 인상과 썩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준다.

일지 스님은, '천강에 비친 달'에 모시고 싶다는 신문사의 제안에 '나 같은 사람이 훌륭한 스님들이나 나오는 곳에 어떻게 명함을 내밀 수 있겠느냐'며 완강히 거절을 했다. 그러나 '인천지역 포교에 다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니겠느냐'는 상투적(?)인 설득에 그만 '아, 그런가? 그렇겠군요. 그런데, 그렇긴 해도 왠지….'라며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언제든 편리한 시간에 방문해달라'고 생각을 바꾸는 기민함도 가지고 있다. 필시 '포교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하겠다'는 평소의 소신이 영향을 주었을 터다. '그래요. 언제든 오십시오. 뭐, 괜찮겠지. 욕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욕 좀 먹지 뭐, 하하. 하여간 기사를 잘 써주셔서 인천불교회관 불사가 성취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인천지역의 대표 전법도량이 될 인천불교회관의 원만한 건립은 요즘 일지 스님이 안고 있는 최대 화두다. 다 알다시피 인천은 우리 나라에서 불교세가 약한 대표적인 도시. 서울과 인접해 있고 사실상 동일 생활권인데도 이상하리만큼 불교 교세가 미미하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불교세가 확대될 기미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런 까닭에 인천에는 불교 불모지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다. 따라서 불교에 관한 한 척박하기 그지없는 이 곳에 전법도량을 세워 부처님의 정법을 펼치겠다는 일지 스님에겐 아무리 큰 찬사를 보내도 과하지 않다.

일지 스님이 인천에 온 지는 올해로 꼭 10년이다. 강산이 한 번쯤 변한 세월이라 그런지 '공항과 항만 등 세계로 나아가는 관문인 인천에 제대로 된 포교도량이 들어서 불교가 확산될 때 전국적으로 균형 있는 교세확장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스님의 원력은 조금씩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남동구 구월동의 행정과 상업의 요충지에 위치한 인천불교회관의 골조공사가 마무리되면서 골격을 드러낸 것이다. 외벽과 내장공사를 서두르면 내년 6월쯤 개관이 가능하게 되었으니 일지 스님의 감회는 언설로 표현될 성질의 것이 아니리라.

인천 불교 중흥 거점…내년 6월 개원

영유아-노인 복지-교육 시설 갖출 계획

빈주먹으로 인천으로 들어와 20억이 넘는 대작불사를 진행시키는 것은 차라리 기적이라 해야 옳다. 스님 스스로도 놀랄 때가 많단다. 지중한 인연을 맺은 마하연 포교당 불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 미안할 따름이지만 그래도 자신보다 더 열심히 회관 불사 모연(募緣)에 나서는 신도들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곤 한다.

인상으로 보나 말솜씨로 보나 포교와는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일지 스님이 이렇듯 '일류 포교사'가 된 비결은 겸손과 포용, 열정에 있다. 스님에겐 아무리 살펴봐도 특별한 구석이 없다. 유창한 말솜씨가 있는 것도, 빼어난 외양을 갖춘 것도, 또 입이 딱 벌어지는 학력이나 수행이력도 없다. 지극히 평범한 보통 스님일 뿐이다. 그러나, 이 평범함이 오늘의 기적을 이뤄 가는 최대의 동력이니, '평상심이 도(道)'라는 선가의 가르침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일지 스님이 인천에 '발목'을 잡힌 동기는 이렇다. 한 도반 스님의 소개로 인연을 맺은 능인사에서 처음 만나는 인천불교의 모습이 부처님의 가르침과 영 동떨어져 있더라는 것이다. 매년 정초만 되면 방생을 가자, 부적을 써달라, 손 없는 이삿날을 잡아달라 등등 신도들의 요청을 접하면서 정말로 이 지역 불자들을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스님은 즉시 일년에 두 차례씩 3개월 과정의 불교교양대학을 개설, 불자들에게 참 불교, 즉 부처님의 바른 가르침을 알리기 시작했고, 그 효과는 대단했다. 작은 건물에 세를 얻어 개설한 지금의 포교당으로 와서도 교양대학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작은 포교당으로는 믿어지지 않게 매 기수마다 100명이 넘는 불자들이 입학해 공부를 하고 있다. 이동인구가 많아 졸업생들이 다 절에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마하연 포교당을 거쳐간 불자들이 많은 것만으로도 대 만족이다. 그들에게 바른 불교를 알게 한 것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일지 스님의 강점은 달변이나 해박한 불교지식에 있지 않다. 염불과 의식의 대가였던 문중 노스님에게 배운 염불 솜씨만큼은 빠지지 않는다고 자부하지만 나머진 내놓을 게 없다는 스님의 솔직한 고백이다. 그리고, 경전이나 학문적인 분야는 전공을 한 교수나, 박사 스님들에게 맡기는 것이 나을 것이고, 기초교리 정도야 신도들을 일선에서 많이 대한 자신이 낫다는 생각으로 대학을 운영하다보니 성과가 좋은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다. 스님의 포교 성공비결은 한 마디로 열린 마음, 열린 자세에 있는 것이다.

불사비용을 마련할 생각을 하면 일순 눈앞이 캄캄해지지만 스님은 요즘 그럴듯하게 그려진 인천불교회관 조감도를 보며 운영계획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재미로 살아간다. 우선 회관 주위에 주택가가 없으니 마음놓고 목탁을 칠 수 있어 좋고, 시청과 경찰청, 백화점, 통신사, 터미널, 지하철역사가 주변에 위치해 있으니 오가는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부처님 품으로 끌어들일 수 있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면 저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1층은 어린이 놀이방 및 사무실(문화공간), 2층은 회관 및 교육시설, 3층은 요사체와 노인복지시설, 4층은 대법당을 머릿 속에 배치해 놓고 이 공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가를 생각하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서울에 와서 살다가 불교청년회 시절 인연을 맺었던 전남 강진의 옥련사로 출가해 불문(佛門)에 든 일지 스님. 출가 후 늘 어머니 같은 노인들을 잘 모셨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생각을 가지고 있던 스님은 운문사 강원을 졸업하고 납자의 길을 가려다가 중앙승가대에 사회복지학과가 생겼다는 말을 듣고 그 길로 상경, 입학했다. 나중에 노인을 모시더라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스님은 더 깊은 공부를 위해 동국대 불교대학원에 진학, 연구과정을 이수하기도 했다. 이렇듯 스님은 공부를 위해 부전살이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기야 그것이 계기가 돼 인천까지 오게되었으니 필시 인천과는 숙세의 인연이 있었던 것이리라.

스님은 요즘 기쁨과 근심이 교차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년 인천불교회관에 입주할 생각에 뿌듯함을 만끽하다가도 불사금 생각을 하면 이내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스님은 '내가 복이 부족해 불사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며 스스로에게 책임을 돌린다.

그러나, 걱정할 것이 무엇이랴. 일지 스님의 단호한 표정 속에는 벌써 인천불교의 밝은 미래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는데….



이학종 기자
urubella@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