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본말사들이 연구소를 잇따라 개원함에 따라 사찰의 역사·문화·인물에 대한 정리와 선양은 물론 사찰 이미지 제고 및 지역포교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서울 대원정사와 부산 황련사가 대원불교사상연구원과 불교문화콘텐츠연구소를 각각 개원한데 이어 올 상반기에 김제 금산사, 고창 선운사, 대구 정토사가 연구소를 설립했으며, 공주 마곡사와 안성 도피안사도 연내에 연구소를 설립한다. 또 평창 월정사도 내년 봄 연구소를 발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사찰에서 운영하는 연구소가 대여섯 곳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사찰들의 잇따른 연구소 설립은 대단히 긍정적인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도표참조
더욱이 이들 사찰은 연구소 설립을 통해 사라져 가는 사찰 자료를 수집하고 체계화할 뿐 아니라 사찰문화의 대중화와 지역포교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그 활동이 주목되고 있다.
금산사가 지난 3월 설립한 사단법인 우리문화연구원은 연꽃축제와 미륵사지 관련 연구는 물론 전북지역의 불교문화, 지역문화 등을 폭넓게 연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그 뒤를 이어 4월 개원한 선운사 백파사상연구소는 조선후기 고승인 백파스님을 중심으로 석전, 학명, 해안 스님 등 고승들의 문집을 번역하고 행장과 사료 발간 등을 진행하게 된다. 같은 달 문을 연 정토사 삼국유사연구원도 한국인의 문화적 정체성은 『삼국유사』에 있다고 파악하고 강연회, 문화강좌, 학술대회 등을 추진하며, 『삼국유사』를 통해 다문화 가정 구성원들이 문화적·정신적·역사적 일체감을 갖도록 다양한 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오는 8월 설립 예정인 마곡사와 도피안사 연구소도 주목할 만하다. 마곡사는 백범 김구 선생이 출가했던 사찰이라는 특성을 살려 백범김구기념사업협회 및 김구재단과 논의해 백범의 불교사상과 백범의 생태사상에 대해 연구할 수 있는 연구소 설립을 진행 중에 있다. 또 도피안사는 윤회가 불교신앙의 핵심이라고 보고 경전과 선어록에 나타난 윤회사상에 대한 조명과 함께 환생사상 등에 대해 연구해 나갈 방침이다. 여기에 월정사도 내년 5월 조계종 초대종정을 지낸 한암 스님 탄신재일에 맞춰 한암 스님의 사상을 통해 바람직한 승가상 및 사회상을 제시할 수 있는 한암사상연구소 개원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같은 사찰 연구소의 잇따른 설립은 각 사찰이 지닌 ‘소프트웨어’의 질적 향상은 물론 불교계 이미지의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크게 늘고 있는 ‘박사 스님’들을 이들 사찰에서 적극 활용할 경우 스님들이 박사학위를 받고도 학문 활동을 접어야 하는 일도 줄 것으로 보인다.
김광식 동국대 연구교수는 “사찰연구소는 그 절의 문화콘텐츠를 고급스럽고 풍성하게 할 수 있는 대중화의 토대”라며 “사찰들이 각각의 특성과 규모에 맞는 내실 있는 연구소를 만들어 지속적으로 운영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사찰운영 연구소(원) 현황
사찰명 | 연구소(원)명 | 개원 연도 |
순천송광사 | 보조사상연구원 | 1987 |
속초 계태사 | 고려화불연구소 | 1989 |
평택 수도사 | 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소 | 1992 |
양평 보리사 | 선재사찰음식연구소 | 1995 |
영천 은해사 | 일연학연구원 | 1996 |
경주 분황사 | 원효학연구원 | 1996 |
부산 홍법사 | 청소년교육연구소 | 2007 |
합천 해인사 | 대장경연구원 | 2008 |
서울 대원정사 | 대원불교사상연구원 | 2009 |
부산 황련사 | 불교문화콘텐츠연구소 | 2009 |
김제 금산사 | 우리문화연구원 | 2010 |
고창 선운사 | 백파사상연구소 | 2010 |
대구 정토사 | 삼국유사연구원 | 2010 |
공주 마곡사 | 백범사상연구소 | 2010(8월 예정) |
안성 도피안사 | 한국불교윤회사상연구원 | 2010(8월 예정) |
평창 월정사 | 한암사상연구소 | 2011(5월 예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