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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묵 스님의 풍경소리] [끝]

기자명 법보신문

참된 버림은 집착 버리고 동사섭 실천하는 것
나 비우고 자리이타 실천할 때 행복 찾아 들어

아침 상강례 시간에 강주 스님께서 “참회를 하고 그 참회를 대중이 받아 들였으면 그 일에 대해선 더 이상 재론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후에 설령 그와 유사한 일이 다시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세속에서처럼 거기에 이전 일을 결부시켜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한다는 말은 우리 절 집에는 안 맞는 말입니다. 모두가 다 소중한 존재이고 우리가 그 모두를 보듬고 함께 가야만 합니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을 들으며 이전 강원 생활 중에 대중 생활을 위해서 ‘스님은 더 이상 우리 대중과 어울려 살기 힘드니 떠나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말을 거침없이 했던 것이며, 현재의 대중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걸망을 맸던 일들이 부끄러웠다. 지금 그 때 일들을 반추해보면 표면엔 대중을 내세우고 더 크고 바른 삶을 내세웠지만 내면에 자리한 나의 자존이 문제의 근간이었던 것 같다.

대중을 내세웠지만 그로 인해 내 생활이 흔들리거나 공동체의 위상 추락이 나 자신의 자존심 추락으로 이어짐이 못 마땅했던 것이고, 나 자신은 잘 하고 있다는 교만에 사로잡혀 있었음이고 도반의 힘듦을 포용할 힘과 사랑이 부족함에서 기인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버리기보다는 보듬고, 떠나기보다는 함께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

가정에서도 사랑했던 사람이지만 이제는 나와 맞지 않는 부분이 많고 나의 바람을 채워주지 못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기에 문제가 있겠다 싶으면 쉽게 서로를 저 버리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 떠나지만 그런 마음에 행복은 결코 깃들지 않는다.

참된 버림의 삶은 단편적인 버리고 떠나기가 아니라 나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주며 더불어 가는 삶이다. 그저 되돌아서면 내 한 몸 편할 수 있을 지라도 서로에 대한 자비와 애민으로 온갖 힘듦을 감내하면서도 보듬고 함께 하는 삶이다.

이를 정화 스님은 『대승기신론』을 통해 이렇게 말씀하신다. “‘나’가 따로 있으면서도 ‘나’만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여실히 알며, 생명의 어울림이 늘 절대 현재인 지금 여기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렇게 사는 것입니다.”

이렇듯 지혜로운 삶은 자신만을 고집하는 삶이 아닌 나를 비운 어울림의 삶이다. 『숫타니파타』에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말씀도 독선적 자기중심의 삶을 살라는 것이 아니다.

이는 세속적 탐욕 번뇌에 물들지 말고 깨달음을 향해 오롯하게 한길로 정진하라는 말씀이다. 그래서 경에서 “사랑과 연민, 기쁨과 평정과 해탈을 때때로 익히고 이 세상을 아주 등져버리는 일 없이 저 광야를 가고 있는 코뿔소의 외뿔처럼 혼자서 가라”고 말씀하심이다. 이를 법정 스님도 『버리고 떠나기』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 하신다. “버리고 비우는 것은 결코 소극적인 삶이 아니라 지혜로 삶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렇듯 버리고 떠남은 등져버림이 아니라 지혜로운 어울림의 삶을 위한 과정인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이런 비움을 전제함이 없이는 함께 하여도 서로의 삶이 서로에게 놀이 쳐 멋진 하모니를 이루어 낼 수 없다. 그러므로 참으로 함께 하고자 한다면 나 뿐 만이라는 아견을 비워내야 할 것이다.

풍경소리를 연재하는 동안 자신을 돌아볼 때 비움이 적어 울림도 많이 적었던 것 같다. 그래서 늘 부끄러운 마음으로 글을 썼고 많은 힘이 들었다. 이제 연재를 마치게 되어 짐은 한결 덜었지만 보듬고 어울림을 위한 숙제는 남았다. 그동안의 글이 그저 부끄럽고 감사할 따름이지만 이 인연으로 모두가 불회상에서 함께 할 수 있기를 발원해 본다.

정묵 스님 manib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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