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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듯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

기자명 이학종
북한은 종교고유의 기능을

남쪽 불교에서 배울 수 밖에 없으니…



마침 좋은 기회가 생겨 지난 11월 26일부터 12월 3일까지 북한의 사찰을 참배했다. 묘향산 보현사에 들렸을 때, 조선불교도연맹 중앙위원회의 주선으로 그곳의 불자들과 함께 남북 불교도 공동법회를 봉행하게 되었다.

분향, 헌화, 찬불가, 반야심경, 발원, 남북대표 인사말, 사홍서원의 간단한 법회의식이 진행됐다. 한 여성불자의 어코디언 연주에 맞춰 부른 찬불가는 남쪽과 마찬가지로 '찬양합니다'였는데 3절까지 부르는 바람에 2, 3절의 가사를 몰라 몹시 당황스러웠다.

반야심경과 사홍서원의 운율이 남쪽과는 약간 차이가 있어 이색적이었다. 발원문의 경우, 남쪽의 '무엇무엇을 하고자 하오니 불보살의 가피를 내려달라'는 타력적인 성격인데 비해 북쪽은 '무엇무엇을 할 것을 부처님 전에 다짐한다'는 식의 매우 자력적인 형식이었다.

그러나 이런 작은 차이를 제외하면 법회의식의 전반적인 부분은 남쪽과 대동소이했다. 적어도 법회의식에 관한 한 남북통일이 80%정도는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법회가 끝난 후 보현사의 불자들과 잠시 대화를 나눴는데, 정기적인 법회는 없지만 중요한 행사나 명절에 법회를 봉행하고, 때때로 절을 찾아 개인적인 기도를 올린다고 소개했다. 불자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교세가 약한 지방의 남쪽 불교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묘향산에 약 40년 동안 살고 있다는 주지 청운 스님은 경내에 20여명의 스님이 살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 삭발염의를 한 스님들이 눈에 띄었다. 알려진대로 양복 입고 홍가사만 두른 형식에서 차츰 검은색이나 짙은 회색의 승복에 홍가사를 두른 전통적 양식의 복식을 되찾아가는 모습이었다.

과거와는 다르게 성불사 등 주요 사찰에는 관리인이 아닌 스님이 거의 배치되어 있었다. 스님이 없던 사찰에 스님이 배치된다는 것 자체가 북한의 사찰들이 종교본연의 역할을 조금씩 찾아가는 소중한 변화로 여겨졌다.

조선불교도연맹이 그 동안 남쪽 불교계와 지속해오던 인적교류나 단순한 물적 교류 단계를 벗어나 사찰단청 등 불교본연의 교류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만일 남쪽 불교계의 북한 사찰 단청 지원이 제대로 진행된다면 앞으로 불상개금이나 다른 분야에까지 그 폭이 확대될 것은 확실하다.

북한 불교는 종교고유의 기능에 관한 한 사실상 다시 시작하는 단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그들이 그 모델을 남쪽에서 찾으려고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교류가 더 확대되는 것에 비례해 남쪽 불교의 각종 의식과 예식, 신앙형태 등이 더 많이 북한의 불교에 이식될 것은 분명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런 현상은 법회의식 등에서 이미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이는 분명 바람직한 것이지만 일면 부담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 말그대로 여법한 불교 의례와 문화를 북쪽에 전해주어야 하는 의무가 남쪽 불교계에 지워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남쪽의 불교가 좀더 여법하고 반듯해져야 하는 당위는 이렇듯 북한의 불교를 여법히 다시 일으키는 데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학종 부장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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