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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학계, 인도불교사 이해 개론서 수준”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10.07.01 21:22
  • 댓글 0

권오민 경상대 교수 ‘문사철’서 비판
해석 인정 않는 폐쇄적 불교관 팽배
교단사 도식적 이해…탐구정신 실종

“우리의 인도불교사 이해는 역사의 한 단면을 스스로 밝혀볼 생각은 아예 접어둔 채 케케묵은 개론서에나 나옴직한 내용에 매달려 거기서의 글귀를 끊임없이 되풀이하는 정도다.”

지난해 「문학/사학/철학」(제17호)에서 “대승경전이 불설이 아니라면 아함과 니카야 또한 비불설이다”라는 파격적인 주장을 펼쳐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권오민 경상대 철학과 교수가 이번에는 「문학/사학/철학」(제21․22호)에서 국내 불교학계의 연구방법의 고루함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권 교수는 ‘불설과 비불설 여적(餘滴)’이란 장문의 글에서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본지를 통해 진행됐던 ‘니카야 비불설 논쟁’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또 최근의 연구성과에 대한 아무런 검토 없이 근대불교학이 제시한 ‘초기불교―부파(아비달마)―대승불교’라는 구분을 금과옥조로 받아들이는 풍토에 대해서도 신랄하게 지적했다. 그는 “사실상 우리가 알고 있는 인도불교 초기 교단사는 근대불교학이 성립하면서 불교사의 공백을 채워 넣기 위해 상좌부 전승의 ‘유사(類似) 역사문헌’을 위주로 동원 가능한 모든 자료에 근거해 재구성된 것”이라며 “초기 교단사 역시 대승불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다만 가설체계라고 할 수 있지만 반성적 비판의 과정을 거치지 못한 우리의 교단사 이해는 가설을 기정사실화한 강고한 선입견에 기초한 것이기에 극히 도식적이거나 편파적”이라고 질타했다.

권 교수는 또 ‘대승불설/비불설 논쟁’이 현재 진행형임에도 마치 100년 전에 끝난 것처럼 여기고 있는 국내 기성학자들의 견해에 대해 “끝난 문제란 없다. 논거만 마련되면 언제 어디서든 다시 제기될 수 있다”며 “끝난 문제라고 여기는 것은 의심과 탐구를 사명으로 삼는 학자이기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권 교수는 대승불교의 기원과 관련해 지난 1980년대 이후 쇼펜, 실크, 해리슨, 코헨, 시모다 마사히로, 사사키 시즈카, 하카야마 노리아키 등 세계적인 불교학 대가들이 대승불교의 기원을 재가 루트가 아닌 전통 부파불교의 연장선상에서 찾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권 교수는 이어 “대승경전은 ‘역사적 붓다’의 권위를 빌려 날조된 것이 아니라 앞서 설해진 (원시)경전의 언설을 수용 해석하면서 새롭게 읽는 과정을 통해 종류와 분량 면에서 확대되어 갔다”는 것이 현대 불교학의 새로운 흐름임을 밝혔다.

권 교수는 사사키 시즈카 등 외국의 유수학자가 ‘숨겨진 정보’를 찾아내 새로운 불교사를 쓰고 있는 것에 대해 소개한 뒤 “그런데 왜 우리는 그 같은 ‘숨겨진 정보’를 찾지 못하고, 새로운 진실을 찾기 못하고, 기왕에 주어진 케케묵은 정보에 목을 매는가?”라고 반문한 뒤 “그 이유는 특정의 불교이념에 매몰돼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권 교수에 따르면 ‘숨겨진 정보’를 찾기 위해선 다양한 텍스트들 사이의 불교 제학파 사이의 행간과 문맥(콘텍스트)을 읽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불교사나 불교학의 제문제는 결코 특정의 텍스트, 특정의 학파만의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시 불교학의 제문제는 생동하는 문제였고, 논쟁을 통해 혹은 논리적 정합성을 갖추기 위해, 이성이 제기하는 온갖 물음에 답하기 위해 끊임없이 해석되고 변용됐다는 것. 『구사론』이나 『순정리론』 상에서의 설일체유부와 경량부의 대립뿐만 아니라 불교사상사 역시 불설/비불설, 요의/불요의를 둘러싼 해석의 역사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권 교수는 “전통적으로 경전편찬의 근거가 된 불설의 기준은 ‘붓다의 친설’이 아니라 ‘법성(法性)’으로 불교의 다양성은 처음부터 용인됐다”며 “불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정통과 이단의 투쟁을 그들의 역사로 간직하는 ‘종교’와 동일한 반열의 종교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인간의 사상은 끊임없이 해석되고 변용되며 불교사상 또한 결코 예외가 아니다”라며 “불교 제학파 사이의 단절의 간격은 해석과 변용을 고려하지 않으려는 폐쇄적 불교(학)관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사실상 도그마이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문학/사학/철학」(제21․22호)에는 △난세의 영웅 위무제 조조의 인재활용과 리더십(구성희) △현대 한국불교사와 구술사 아카이브 구축-여익구를 통해 본 불교운동(최동순) △영화 ‘아바타’와 반야심경의 ‘관자재보살’ 둘러보기(원혜영) △낙태문제를 불교적으로 성찰한다는 것은 무엇일까?(고미송) △해석적 삽화의 태동(윤선애) △심우도와 함께 가는 인생의 단계들(강소연) △담불라 동굴사원에 반영된 싱할라 불교의 근대화(김진영) 등 글이 실려 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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