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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위한 변명] 텅 빈 희망

기자명 법보신문

지구생태계 벼랑 끝으로 내몬 인간의 탐욕
문명의 밝은 미래 개척 기대는 허구일지도

진화한 새로운 인간이 문명과 지구생태계의 위기를 생태적으로 건강한 미래문명을 개척해 갈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기만이다. 진화한 새로운 인간의 출현은 자연의 대재앙을 초래한 인간의 자기변명이며, 욕망하는 인간의 집요한 희망사항일 뿐이다.

정치적 변혁이든 사회문화적 혁명이든 종교적 깨달음이든 새로운 인간은 없다. 자연을 속일 수 없듯이 인간의 본성도 속일 수 없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모든 생명이 세상에 맞서 살고자 하는 본성에 깊이 뿌리내려 있는 원칙을 자신의 탁월한 인식능력과 도구를 이용하여 이기적인 방향으로만 사용해 왔다. 이러한 성향은 결국 지구생태계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녹색성장주의자들이 이산화탄소 감축을 의무화하고, 생태주의자와 동물보호운동가, 주민자치운동의 지도자들이 원전폐기운동과 나무심기운동, 반달곰 방사운동, 반려동물보호운동, 풀뿌리정치운동을 펼치고 있는 동안에도 다른 한 쪽에선 눈과 귀를 닫은 채 4대강에 말뚝을 박고  있다.

인간은 그동안 성장과 진보의 이름으로 일군 화려한 풍요의 이면에 어두운 그늘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 철저하게 무지했다. 뒤늦게 깨닫긴 했으나 너무 늦었다.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 재앙이 될 수도 있는 재앙은 이미 시작되었다. 자연은 인간과 다른 종들을 전혀 구분하지 않으며, 인간의 이런 태도에 대하여 그저 무심할 뿐, 스스로 제 무덤을 파는 이 오만하고 무지한 존재를 위해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문제는 인간 스스로 자신의 어리석음을 과소평가한다는 것이다. 반면 자신을 이성적 존재로 과대평가하고, 자신의 신념과 철학 또는 신의 도움으로 자신의 본성도 뛰어넘고 자연도 극복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는 점이다. 생물학적 진화의 세계에 포섭된 존재는 어떤 종이건 멸종의 위험에 놓여 있다.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3만 5000년 전 네안데르탈인은 크로마뇽인에 의해 순식간 멸종되었다고 하지 않는가. 벼랑 끝으로 내달리는 인간의 이기적 생존전략은 생물학적으로 탁월한 뇌 때문이다. 다른 종과 달리 유물론적 진보를 일구어 온 것도 이성의 도구인 뇌 때문이다. 아마존의 눈물을 MBC가 포착하고 남아공 월드컵이 서울광장에서 펼쳐지는 방송기술시장이 이를 웅변하고 있다. 더 무서운 것은 자기통제가 불가능한 인간의 뇌이다. 이 때문에 단지 몇 초 내에 수만 명의 인명을 앗아가는 자연 앞에 한 없이 무력한 존재가 중단 없는 성장과 공리주의적 진보를 꿈꾸는 어리석음을 되풀이 하고 있다.

진화의 시계로 따지면 호모사피엔스는 지구상에서 24시간 가운데 불과 5초 정도만 살았을 뿐이라고 한다. 자연의 시계에서 5초라는 시간 안에 인간이 저지른 폭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인간이 불과 5초 만에 지구상에서 멸종시킨 종이 얼마인가. 한 종의 멸종은 그것이 아주 하찮은 것이라 할지라도 하나의 독창적 존재가 영원히 소멸하는 것을 말한다.

자연은 인간이 다른 종에게 저지른 잔혹한 멸종사를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의 진화를 운운하는 것은 기만일 뿐 희망은 허구다. 텅 빈 희망, 천지현황이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 다시 시작한다면 인내천이 아니라 물물천 할 것이다.   

정호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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