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각해봅시다-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의 기도

기자명 법보신문

“월드컵 정신은 화합, 기도세리머니로 갈등만 조장”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이 무적함대 스페인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원정 첫 16강을 달성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에 대한 국민적인 찬사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회에서도 어김없이 이어진 박주영과 개신교인 선수들의 기도 세리머니와 지나친 기도 행위는 찜찜한 뒷맛을 남겼다.

특히 나이지리아와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16강 진출이 확정된 순간, 개신교인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축구장은 교회 예배당이나 다름 아니었다. 이영표가 카메라를 향해 ‘주여’를 외치는 모습이 여과 없이 전 세계의 축구팬들에게 방영됐으며 박주영을 비롯한 개신교인 선수들은 무릎을 꿇은 채 기도를 올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기도 세리머니, 개신교계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개인적인 신앙이기 때문에 괜찮은 것인가. 8강전부터 경기에 앞서 두 나라 대표팀의 주장들이 페어플레이와 함께 선언한 내용을 보면 기도 세리머니가 월드컵의 정신에도 위배된다는 것이 더욱 명확해진다. 두 나라 대표팀의 주장들은 “축구를 통해 국가와 이념, 종교의 벽을 넘어 하나가 될 것”을 선언했다. 이 선언을 보면 특정 종교를 드러내는 기도 세리머니 행위는 월드컵 정신을 훼손시킨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국제축구연맹(FIFA) 제프 블래터 회장 역시 월드컵 개막에 앞서 이러한 월드컵 정신을 분명히 하기 위해 “경기 도중 기도 세리머니를 자제해 달라”며 반대 입장을 공표했다.

원정 첫 16강 진출이라는 대업에도 기도 세리머니로 인해 국민적인 화합이 깨졌다면, 그러한 행동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이 제기되었다면 국가대표로서 그러한 행동을 하지 말아야 했다. 그것이 월드컵의 정신이다. 기쁜 마음으로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던 국민들이나 불자들의 마음이 불편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도 개신교인 국가대표 선수들의 기도 세리머니와 지나친 기도 행위를 비판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세계인의 화합과 축제의 마당인 월드컵에서 한국 선수들의 이기적인 기도 행위로 월드컵 정신이 훼손됐다”고 꼬집었다. “축구를 통해 정치와 종교, 이념적 갈등을 극복하고 화합과 상생을 완성하자는 월드컵의 근본정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국제축구연맹이 이른 시일 내에 기도 세리머니를 금지하는 규정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국제축구연맹은 2006년부터 종교적, 정치적, 상업적인 내용이 담긴 문구를 보이는 행위에 대해 경고 등 강력히 처벌하고 있다. 그러나 ‘특정 종교를 알리는 기도 세리머니를 금지 한다’는 문구는 규정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대한축구협회는 다수의 반대와 문제 제기에도 월드컵을 앞두고 “선수들의 기도 세리머니를 규제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대한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몇몇 국가대표 선수들의 시합 후 특정 종교 행위나 발언 등으로 심려를 끼쳐 유감”이라면서도 “무의식적이고 자발적인 종교 행동이나 발언은 몇몇 대표 선수들의 경우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변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국제축구연맹이 기도 세리머니를 금지하는 규정을 제정하면 대한축구협회 역시 이를 따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되풀이 했다.

기도 세리머니의 상징인 박주영은 귀국 후 전 국민이 기뻐하는 골 세리머니를 했다. 할렐루야팀과의 자선 경기에서 골을 넣은 후 박지성 선수의 세리머니를 흉내 냈다. 당사자인 박주영은 물론 개신교계가 함께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대목이다.

최승현 기자 trollss@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