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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화선, 재가자 위해 창안됐다”

기자명 법보신문
  • 교학
  • 입력 2010.08.1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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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클리대학교 로버트 샤프 교수 주장
지식인들 교화 목적…‘공안’ 송대 정형화
선종 지적인 전통 강해…의례 교육도 필수

동아시아의 대표적인 수행법인 간화선은 대혜종고(1089~1163) 스님이 불교 교리에 익숙하지 않은 재가 지식인들을 지도하기 위해 창안한 수행법으로 원나라 때까지도 선종 사찰의 보편적인 수행법이 아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또 간화선의 ‘공안(公案)’이 정형화된 송대에는 주지 스님이 공안을 이용해 상당법어를 하고 입실(入室)을 주관할 정도로 ‘이판사판’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버클리대 불교학 석좌교수이자 불교학센터장인 로버트 샤프〈사진〉 교수는 동국대 불교학술원이 8월 12~13일 교내 중강당에서 개최한 간화선 국제학술대회에서 중국 선종의 공안에 대해 새롭게 고찰했다.

샤프 교수는 “간화선은 대혜 스님이 편지를 이용해 불교적인 지식이 부족했던 문인들을 위해 간소화된 선(禪)을 고안한 것”이라며 “『무문관』을 쓴 무문 선사, 『벽암록』 서문을 쓴 삼교노인, 중봉명본 선사를 비롯해 송·원대의 어떤 주석가도 계를 받은 스님들의 정규적 명상수행에 있어서 공안이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어디에서도 주장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샤프 교수에 따르면 ‘공안’이란 선수행자들이 교리적 고민이나 도전적 과제에 어떻게 응해야 하는가에 대한 믿을 만한 선례이자 수사적인 전형으로, 재판관의 책상(案)에 놓여져서 판례로 사용됐던 범죄 소송의 기록문에서 비롯된 용어다. 과거의 많은 소송들에 대한 판결로 인해 그 재판관의 권위가 공적으로 입증되듯 옛 조사들의 일화나 대화를 담고 있는 선 공안을 통해 후대 조사들의 권위가 정당화 되고 문하생에 대한 그들의 지도와 평가도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샤프 교수는 이러한 공안은 당시 사찰 대중스님들이 실제 닦았던 대중적인 수행법은 아니지만 원나라 때 임제종 고승인 중봉명본(1263~1323) 선사가 언급했던 것처럼 선종사찰에서 승려의 이해력을 공개적으로 시험하고 입증하는데 공안이 이용되는 등 공안이 사찰의 공동생활에 광범위하게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샤프 교수는 특히 일반 사회에서 판관이 재판을 위해 공안을 다루듯 선종사찰에서는 주지가 공안을 주로 다루고 있었음도 규명했다. 그에 따르면 당시 선종사찰의 주지는 단순한 행정직 직무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석가모니로 거슬러 올라가는 법맥상의 살아있는 조사로서 상당법어를 하고 입실(入室) 의례로 선승들을 지도했으며, 이러한 상당법어와 입실 의례에는 정형화된 공안이 효과적으로 이용됐다는 것이다. 샤프 교수는 또 당시 선종사찰 주지들은 수행 이외에도 설법을 위해 많은 양의 경전 문헌을 숙달해야 했고, 불교변증법의 복잡한 수사학적 논리를 습득해야 했음도 소개했다.

샤프 교수는 “‘선은 반지성적이고 언어와 문자를 거부한다’는 관점은 선에 대한 그릇된 이해로 동아시아 불교학파 중에 선종의 문헌이 가장 방대하다는 엄연한 사실과도 상반된다”고 지적하고 “당시 스님들은 의례에도 정통했을 뿐 아니라 집중적인 공부와 수행을 통해 사판은 물론 이판의 역할까지 성공적으로 소화해 냈다”고 평가했다.

한편 하버드대 나타샤 헬러 박사도 이날 발표에서 “대혜종고 스님의 가르침은 재가불교의 수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간화선은 재가신자들의 요구에 맞도록 적응시킨 수행법”이라고 밝혀 샤프 교수와 동일한 입장을 견지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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