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양도 좋지만 이것만은

기자명 법보신문

침소봉대·과도한 형식주의는 곤란

 
조계종 도의국사 다례재 모습.

일제치하에서 통도사 주지를 지낸 구하(1872~1965) 스님은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오랜 세월 낙인찍혔다. 한때 민족문제연구소가 추진했던 친일인명사전에 오르기도 했지만 2005년 통도사의 노력으로 이러한 오명은 이제 깨끗이 씻겨나갔다. 통도사가 구하 스님이 일제시대 비밀리에 독립운동자금을 지원했음을 증명하는 자료를 발굴해 공개했기 때문이다.

통도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구하 스님 선양사업의 일환으로 2008년 다시 구하 스님의 민족불교운동 사료집을 엮어냄으로써 구하 스님이 친일행위자라는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 오히려 독립운동가였다는 사실을 확고히 했다.

그러나 이와 달리 일각에선 선양의 정도가 지나쳐 명확한 역사적 사실까지 왜곡하는 사례도 종종 나온다. 명확한 친일행적이나 역사의 오점을 남긴 불교인물을 노골적으로 감싸는가 하면 특정인물을 선양하기 위해 다른 인물은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일도 적지 않다.

신라 법랑 선사 외면현상도 그 중의 하나다. 법랑선사가 선덕여왕 때 당나라에 가서 도신선사의 법을 전해왔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조계종 종조인 도의국사로 인해 이러한 사실은 종종 묵과되고, 마치 한국 선종의 초조가 도의국사인 것처럼 선양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조계종이 봉행하는 도의국사 다례에서도 “한국선문의 초조”라고 버젓이 공언하기도 한다.

또 고승 선양사업이 과도하게 형식주의로 흐르거나 부수적인 행사가 지나치게 부각됨으로써 정작 고승의 사상과 업적이 선양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중의 눈높이와 입맛을 지나치게 중시하다가 고승 선양이라는 알맹이를 잃어버리는 격이다.

따라서 고승 선양 사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선 기본적인 사료의 축적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해당 인물과 관련된 사료, 설화, 유물 등을 수집해 이를 단행본으로 엮어내는 일도 선양사업의 내공의 다질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또 세미나 등을 통해 학자들이 해당 인물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동시에 그들로 하여금 사상적·역사적인 조명 및 현대적 의미나 선양사업의 방향도 연구토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런 작업이 꾸준히 이뤄질 때 선양사업도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역 유관기관과 협력해 다양한 사업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