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철우 스님의 계율칼럼] 살생에 대한 인과응보 ②

기자명 법보신문

작은 생명 해한 것도 업으로 남아
몇 생 거쳐 갚아야 할 두터운 과보

지난번에 이어서 계속하자면 이야기는 이렇다. 노파는 집도 좁고 누추함을 말하여 사양하였지만, 사정도 딱하고 내심으로는 ‘오랜만에 푼돈이나 만져 보겠구나’하는 생각으로 허락하였다. 그래서 노파는 이웃집에 돌아다니면서 침구도 마련하고 먹을 음식도 구해다가 이들을 극진히 대접하였다. 이렇게 해서 3인은 조석의 식사와 편안한 잠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노파가 잠시 자리를 비웠는데 이틈을 타서 그들은 뺑소니를 치고 달아나고 있었다. 괘씸하고 분함을 참지 못한 노파는 기를 쓰고 그들의 행방을 찾아서 좇아갔다.

“여보시오 숙박비를 내고 가시오, 남의 집에서 잠을 잤으면서 인사말 한마디도 없이 그냥 가는 법이 어디 있소”라고 했으나, 이들은 오히려 거짓된 흉재를 꾸며 말하기를 “이 노파가 망령이 들었는가. 우리가 떠나올 때 노파가 하도 불쌍해서 후하게 대우하여 열 냥씩 30냥을 거두어 내고 깎듯이 인사말을 하고 왔는데 무슨 돈을 또 내란 말이오”라고 오히려 큰 소리를 쳤다.

노파는 너무 기가 막혀 “이 날도둑 같으니라구. 너희들이 30냥은 고사하고 단돈 서푼이나 내었느냐, 이놈들아, 언제 30냥을 냈단 말이냐.”하고, 노발대발 꾸짖었다. 그러나 이들은, 세 사람이 보는 자리에서 돈을 주고 고맙다는 치하의 말도 하였다면서 ‘만약 그런 억지의 말을 한다면 우리가 할멈을 죽여버리겠다’고 하면서 눈을 부라리는 것이었다. 분심이 하늘까지 치솟고 핏덩어리가 튀어 오르는 것 같은 심정이었지만 강약이 부동인지라 노파는 물러서며 저주하였다.

“이놈들아 잘 먹고 잘 살아보아라, 그러나 너희들을 용서치는 않으리라, 금생이 아니면 내생 내 후생에라도 또는 짐승으로 태어나서라도 네 놈들의 원수를 갚고야 말 것이다”고 했다. 그 후 노파는 늙어 명이 다하여 세상을 떠났으나 원심을 품고 죽었으므로 뒷날 암송아지로 태어나서 원한을 되갚아 그들을 죽였다.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살생의 마음을 버리지 못하면 수행에 아무런 이익이 없다. 왜냐하면 그 살생 과보의 뜻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뜻을 알지 못하니, 겉으로 공부를 잘한다고 할지는 모르나 남에게 전할 수 있을 만큼 공부가 되어 있지도 못하다. 그래서 본래의 성품이 공한 것이라 깨닫지 못하니, 좌선을 해도 이익이 없다.

부처님의 정법을 믿지 않으면 고행을 해도 수행에 이익이 없고, 아만을 꺾어도, 법을 배워도 이익이 없다. 안으로 덕을 튼튼하게 닦지 않으면 밖의 위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스승의 덕을 흠집 내면 중생을 구제하는데 유익함이 없듯이, 살생의 마음을 버리지 않으면 말을 잘하는 것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 일생을 괴각으로 살게 되고, 대중에 살아도 이익이 없으며, 무식하여 배부르게 가득한 것 같아도 이익이 없다.

악심이 많이 쌓이는 것을 자신도 모른다. 그런 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작은 물건 하나를 던지면 그것이 무기가 되어 산 생명이 맞아 생명을 잃는다. 바로 살생 업이다. 절 마당에서 기르는 고양이가 다람쥐를 쏘아 보면 다람쥐가 앞으로 기어들며 잡힌다. 이렇게 잡히는 것도 업에 따른 살생이다. 작다고 힘없다고 함부로 죽여서는 정말로 안 될 살생 업 짓는 일이다.

전생에 지은 살인 업보 때문에 암 송아지에게 죽임을 당하는 업을 어찌 소홀하게 여기겠는가? 고의로 저지른 일이 아니라도 몇 생을 두고 갚아야 하는 것이 살생 업 짓는 일이다. 

철우 스님 율장연구 회장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