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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우 스님의 계율 카럼] 스승의 가르침

기자명 법보신문

상좌 가르치기가 더 어려워지는 게 현실
상좌 위해 탁발까지 했던 옛 스승 떠올라

스승과 제자로서의 관계를 꾸준히 유지한다는 것이 참 어렵고도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작은 일 하나에도 서로 갈등하는가 하면 그 갈등이 심화되어 사제지간의 사이가 남남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도 한다. ‘상좌 하나에 지옥이 하나’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닌 것 같다.

옛 스님들은 상좌의 학비를 위해 탁발을 마다하지 않았다. 탁발해 온 엽전을 깨끗하게 씻어서 불전에 올리고 ‘아무개의 학비입니다’고 고하고 다시 내려다가 엽전을 바랑에 지고 상좌가 공부하는 곳에 가서 상좌에게 건넸다. 그 때 스승의 감회는 어떠했을까? 그 돈으로 공부한 상좌는 지금까지 절집에 살고 있을까?

스승에게 편지 한통을 보내거나, 안부전화 한통을 받아 보는 일이 예나 지금이나 어른의 입장에서 하는 푸념으로 지나친다. 그래서는 안 되는 데 말이다. 나는 어려서 은사 스님의 대필을 자주 했던 관계로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별로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가는 것일까 지금은 가능하면 스승의 대필도 해보고 싶어진다. 흩어진 제자들의 전화 한통이나, 이메일 하나, 명절이면 보내는 작은 선물이 그리도 반가울 수가 없다.

며칠이 지나면 종단의 단일계단에서 후학들에게 열심히 가르치신 어른 스님들의 소임과, 행적을 수록한 사진집이 나온다. 이 책자는 2000년에도 ‘단일계단 20년’이라는 이름으로 발간되었고, 금년에는 ‘단일계단 30년사’라는 이름으로 발간되었다.

이 책에는 존경하는 스님들이 연세가 많아 미처 사진을 찍지 못해 빠지신 분들이 많다. 가급적 모든 스님들을 책에 담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건 아쉽다. 이제는 그분들의 미소와 하신 업적을 더 이상 볼 수 없고 오직 그 책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기에 더더욱 그런지도 모른다. 요즈음 시대가 변하고 환경이 변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옛날 같은 스승들의 사랑은 만나기 어려운 것 같다.

오래 전의 일이다. 조그만 암자에 10대의 어린 제자와 스승 단 둘, 혹은 서넛이 사는 암자가 많았다. 그런대 아직 어린 상좌는 아궁이에 불을 지피거나 밥을 짓는 일이 익숙하지 못했다. 그래서 마지를 올리려고 법당에서 천수를 칠 때면 웃지못할 일이 종종 생기도 했다. 목탁을 치시면서 ‘정구업진언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고 염불을 외면서, 한편으론 ‘아무것이야, 불 집혀라.’ ‘밥 넘는다, 불 끄집어내라. 뭐하노 빨리 끄집어 안내고’ 하면서 어린 상좌에게 나무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도 스승과 제자는 천년고불의 미소에 올릴 마지를 준비했다. 이렇게 어렵게 스승의 가르침이 제자의 머릿속에 하나하나 배워나게 했다.

지금은 상좌에게 세심한 배려도 해야 하고 아부하듯 아첨도 해야 하는 상황까지 됐다고 한다. 그렇지 않으면 관심이 있다 없다 한다. 그러면서 본인들은 웃사람에 대한 배려를 할 줄 모르고, 책임은 없고 의무만 있다.

이 세상에서 스승은 상좌에게 어떤 스승이어야 하는가? 어려운 일이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세속에서 성장하면서 자신의 욕망을 억제 못하지 못했다. 지혜를 얻어 높은 정신력을 개발하는 과정이 수행이다. 그것이 어찌 쉽겠는가, 업을 말해 주어야 하고 인연을 깨닫게 해야 하는데, 요즈음에 우리는 인연을 모른다. 그리고 점차로 지혜롭고 고귀한 성품을 지니게 해야 하고, 쉽게 가르쳐야 한다. 상대에게 맞는 눈높이로 가르쳐야 한다. 가끔씩은 스승과 제자가 잘 어울리는 장난도 쳐가면서 말이다. 

철우 스님 율장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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