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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 합창단원 김모 씨 고백

기자명 법보신문

“불교음악 공연 제안에 단원 절반 사표”

노골적 찬양 땐 자괴감…공연이 부흥회로도 변질

“모 합창단에서 기독교 위주의 음악이 잦다는 의견과 불교 등 다른 연주와 합창을 같이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그러자 그 합창단 단원 절반 정도가 사표를 냈던 일이 실제 있었습니다.”

익명의 불자 시립합창단 단원의 고백이다. 기독교인이던 다른 단원들이 불교 음악을 다루자는 말에 사표를 냈다는 것이다. “통칭 서양 음악계에서 내로라하는 음악가는 다 기독교인이에요. 불자는 끼어들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흔히 이력에 어느 교회 성가대 지휘자라는 내용을 밝히는 점을 영광으로까지 생각하는 지휘자마저 있다는 현실을 전할 땐 깊은 한숨도 섞여 나왔다.

그의 말에 따르면 국립과 시립, 군립, 구립 등 세금을 급여로 받는 준공무원 합창단 단원들은 버젓이 ‘주님’을 찬양하고 있다. 때론 찬송가 앨범 제작에 착출되거나 자청해 목청껏 ‘주님’을 찬양하는 일이 다반사라고 그는 말했다. 부활절이나 성탄절엔 어김없이 찬송가를 부른다. 앙코르 곡으로 주기도문을 합창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그의 토로다. 가끔 다른 종교를 갖고 있다고 해 눈칫밥을 먹기 일쑤다.

특히 가정의 달인 5월에 있었던 공연을 그는 잊지 못했다. 오라토리오 ‘엘리아’가 무대에 올랐다. 오라토리오란 종교, 또는 종교와 관련된 내용을 다룬 독창, 합창, 관현악을 위한 대규모 악곡이다. 보통 기독교 성서를 기초로 한다. ‘엘리아’는 독일의 멘델스존의 곡으로 헨델의 ‘메시아’, 하이든의 ‘천지창조’와 함께 오라토리오 3대 걸작으로 꼽힌다. ‘엘리아’는 성서의 엘리아 일대기를 다룬 곡이었다.

제1부는 이방의 신을 몰아내 여호와의 노여움을 풀고 이스라엘의 백성을 구하는 이야기다. 제2부는 박해를 피해 달아난 엘리아가 여호와의 거룩한 뜻을 받들어서 ‘성업’을 이루고, 승천한다는 내용이다. 때문에 가사는 이교도를 잡아 죽이는 내용이란다. “목을 따서 죽여라 하나님을 반역하는 이교도는 죽여라”라는 내용의 가사를 목 놓아 외쳐야 했다고. 그는 불자로서 몹시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그의 고백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메시아’를 무대에 올릴 땐 국·시·군립합창단 공연임에도 대부분 기독교인만 공연장을 찾는다 했다. 어떤 경우엔 빔도 쏘아 가며 마치 부흥회 같은 분위기가 연출돼 단원으로서 자괴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자조 섞인 말이 이어졌다.

“어렸을 때부터 교회 성가대를 통해 서양 음악을 쉽게 접하는 사람은 관행처럼 기독교인이됩니다. 어떻게 보면 시스템이 구축된 셈이죠. 반면 상대적으로 불교 음악계는 열악해요. 구조적인 문제라고 탓하기 전에 불교계에서 어떻게 음악인을 많이 길러내느냐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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