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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대학수학능력시험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10.11.23 09:36
  • 수정 2010.11.29 04:32
  • 댓글 0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이틀 앞둔 조계사법당에는 수험생 자녀의 대입합격을 기원하며 기도하는 학부모들로 붐빈다.

나 또한 퇴근 후 포교사가 되기 위해 다니는 불교대학 수업을 마치고 밤 9시가 넘은 시간 법당에 잠시 들러 수능을 보는 한 불자학생을 위한 기도를 했다. 그 학생은 자운고 3학년 홍현승군이다. 중증의 뇌성마비장애라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동국대 서울캠퍼스와 경주캠퍼스 불교학과 수시 전형에 응시를 했었다. 서울캠퍼스는 1차 서류에는 합격을 하고 2차 면접에서 아쉽게 떨어졌으며, 서류전형으로 응시한 경주캠퍼스에는 대기자 명단에 올랐다. 아마도 뇌성마비장애를 가지고 불교학과에 응시를 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장애불자들이 적은 현실에서 한번쯤 불교계에서 불자장애인들의 새 물결, 변화의 바람으로 바라본다면 큰 의미가 될 것이다. 그리고 홍군을 면접했던 스님들께서 홍군은 비록 떨어졌지만 홍군을 통해 장애불자학생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4년 전 홍군은 자신은 불교가 좋다며 장애불자의 모임인 ‘보리수 아래’를 이끌고 있는 나를 찾아왔었다. 더불어 시를 쓰는 내게 글을 지도 받고 싶다고도 했다. 장애인복지기관에 근무하면서 어릴 적부터 홍군의 성장과정을 시켜 봐온 나로서는 희망의 등불 하나를 켜든 느낌이었다.

그 후 홍군은 ‘보리수 아래’에서 꾸준히 신행활동을 해왔다. ‘보리수 아래’의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 “보리수 아래 핀 연꽃들의 노래”에 매년 참여하고 찬불동요를 작사해 음반작업에 참여하고, 제15회 전국 자연사랑 포스터 및 글짓기 학생 공모전 글짓기 고등부 특선, 제1회 전국청소년불교교리경시대회 장려상, 제15회 불교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청각장애인 모임 원심회 두드림 공연, 불교학연구회 2010년 하계워크숍 초대 시낭송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는 곧 언어 및 신체장애를 지닌 홍군이 자신의 재능을 살려 부처님 법을 실천하고 알리려는 한 방법인 것이다.

장애불자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다른 종교에 비해 그 수가 소수임에는 틀림없다. 장애불자들의 모임이나 법회도 드물다. 그나마 근래 크게 발전해온 불교 사회복지, 출판사업, 전법단 구성 등 다양한 불교계 흐름 속에서 장애인포교에도 관심과 지원도 늘었지만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지역의 장애인을 모아 수계법회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계에 앞서 소수의 장애인이라도 그들이 바른 신행생활과 포교를 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또 장애인 포교사를 비롯한 인재 양성이 선행돼야 한다. 그러자면 장애인을 도움만 받아야 하는 사람, 혹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바라보는 일반 불자들과 스님들의 인식이 먼저 변화되어야 한다.

장애불자들의 모임 ‘보리수 아래’를 있게 한 봉화 청량사 지현 스님과 장애인에게 열린 마음을 갖고 계신 ‘맑고 향기롭게’의 덕현 스님, 수화로 된 『법구경』을 출판하신 본각 스님, 불자장애인들의 재능을 살펴주시는 조계사의 도문 스님, 장애인들의 시를 찬불가로 만드는 ‘풍경소리’ 이종만 사무국장 등 드러나지 않게 장애인의 포교활동을 돕는 분들이 많음을 생각해 볼 때 장애인 포교의 미래는 밝다. 이런 분들이 있어 나를 비롯한 뜻있는 장애인들이 장애인 포교를 위한 쉽지 않은 길을 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부처님의 10대제자의 한 분으로 시각장애인인 아나율 존자와 청소와 빗자루로 깨달음을 얻은 지적장애인 주리반특, 다문제일(多聞第一)로 칭송받은 척추장애인 웃다라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불경속의 장애인이다. 불자장애인들에게 “우리도 이들처럼”이라고 외치고 싶다.

최명숙 보리수아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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