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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선교장 전락한 지역아동센터

전체 53% 개신교 운영…예배 등 종교교육도 실시

성경암송캠프·신앙상 시상 등 노골적 선교

 

지역아동센터를 활용한 개신교계의 무차별적 선교에 아이들이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지역 내 저소득·맞벌이가정 어린이들을 보호, 교육하는 지역아동센터가 기독교 선교의 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한국교회봉사단이 2009년 실시한 지역아동센터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3013개 지역아동센터 가운데 개신교가 운영하는 곳은 1601개소로, 절반 이상인 53.1%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통계수치는 교회 혹은 교회 운영 법인에서 운영하는 시설만을 집계한 것으로, 현장 관계자들은 목사 또는 목사 부인, 집사 등 교회 관계자들이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시설까지 포함하면 70%이상이 개신교 운영시설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문제는 전국 지역아동센터의 3분의 2에 달하는 개신교 운영 시설이 공공연한 선교의 장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 교수가 2009년 6~7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교회가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는 첫 번째 목적이 선교와 하나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것이었으며, 아동복지와 아동교육은 그 다음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조사에 참여한 452개 시설 가운데 종교교육을 실시하는 비율은 55.1%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개신교 신자들도 이 같은 지역아동센터 운영 방침에 대해 5점 만점에 4.4점으로 응답했으며, 목사들 역시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는 것이 목회 활동에 긍정적인 인식을 미친다는 문항에 5점 만점 중 4.2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줬다. 기독교적 이념이 반영된 지역아동센터의 운영방침이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개신교계 내부에서도 이러한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회의 지역아동센터 운영 장점으로 교회 자원 활용, 교회부흥·전도 활성화, 선교 사명 달성 등을 꼽음으로서, 저소득·요보호 어린이들의 교육과 복지를 담당해야 할 지역아동센터가 선교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직·간접적으로 표방하고 있다.


실제 본지 조사 결과 지역아동센터 현장에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이 같은 종교 편향적 교육 사례는 △아동을 대상으로 한 직접적인 선교 △생활과 교육 프로그램 △교사 채용 등에서 나타났다.


◇직접적인 선교 사례


광명시의 A지역아동센터의 경우 센터 이용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신앙모범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등 마치 교회 어린이부나 다름없이 운영되고 있었다. 신앙모범상 수상 기준은 예배하는 마음과 비기독교 신자에 대한 전도의 노력 등이다.


제주도 B지역아동센터는 최근 1박 2일 일정으로 성경암송캠프를 다녀왔으며, 서울 성동구의 C지역아동센터의 경우 지역 교회에서 개최한 성경고사, 암송, 쓰기대회에 센터 어린이들을 참가시키는 등 노골적인 종교교육을 진행하고 있었다.


교육과 복지 지원이 필요해 센터를 찾은 어린이들로서는 이 같은 선교 행위들이 ‘강요’ 아닌 ‘강요’로 받아들여 질 것이라는 점은 쉽게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생활·교육 프로그램


교회 혹은 교회 인근 건물에 위치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는 교회 식당을 이용해 급식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 ‘음식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는 의미로 이용 어린이들에게 식사 전 기도문을 외우거나 ‘아멘’을 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노래 교육을 빙자한 찬송가 교육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문제 중 하나다.


개신교계 시설에 자녀를 보내고 있다는 한 학부모는 “지역아동센터가 교회 바로 옆 건물에 위치하고 있어 노래교육을 할 때는 피아노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교회 강당에서 찬송가를 가르친다”며 “개신교 신자가 아니라 불편하긴 하지만 방과 후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상황이라 어쩔 수 없이 보내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교사 채용


기독교 신앙에 근거한 개신교계의 지역아동센터 운영 방침은 교사 채용 시에도 드러난다.
인터넷상에서 지역아동센터 교사 모집 공고를 찾아보면 지원자격 자체를 ‘진실한 기독교인’,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회복지사’, ‘센터운영 교회에서 신앙생활 가능한 자’ 등으로 명시하는 경우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아예 신앙간증서나 신앙고백을 자기소개서와 함께 첨부하도록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성광지역아동센터의 경우 채용 공고에서 근무형태를 ‘아동교육’이 아닌 ‘전임사역’이라고 게재했을 뿐 아니라, 주중에 사회복지사로 활동하는 동시에 파트타임으로 교회학교의 전도사로 활동하는 조건을 추가하기까지 했다.


조계종복지재단 관계자는 “지역아동센터 자체가 워낙 개신교, 즉 교회가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인 까닭에 선교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사회복지계에서 공공연하게 인지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 같은 문제는 겉으로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시정을 요청하거나 문제를 제기하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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