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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 한다면서 유색인종 무관심

기자명 법보신문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논할 때 흔히 숭산 스님의 성공을 이야기한다. 근대 이래 서양의 침투를 받은 우리들에게, 더구나 서양종교인 기독교에 밀려 한국 사회에서조차 열세에 처한 불교의 입장에서, 푸른 눈의 백인에게 불교를 가르치는 숭산 스님의 모습은 자랑스럽기 이를 데 없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왜 꼭 서양 사람들, 그것도 백인만을 포교해야 성공인가? 그 밖에 흑인이나 라틴 아메리카계, 나아가 서아시아나 남아시아 사람들은? 김선종 씨 사건에서 보았듯이 아프리카는 물론이고 몽고와 아프가니스탄까지 진출하는 한국 기독교의 극성스런 해외선교도 문제지만 미국이나 유럽만 초점을 맞추는 한국불교도 문제이다.

시야를 넓혀보면, 불교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백인뿐 아니라 흑인이나 라틴 아메리카 사람들 중에도 불교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같은 유색인이기 때문에 기독교보다 아시아 종교인 불교에 더 동질감과 호의를 갖는다.

 

더욱 놀라운 일은 이스라엘에서도 불교가 인기 있다는 사실이다. 한 컨퍼런스에서 불교를 전공하는 이스라엘 유학생을 만난 적이 있는데, 특이하게 생각되어 어떻게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이스라엘에서 불교를 배우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꼬치꼬치 물어보았다.

그에 따르면, 비록 많지 않지만 이스라엘에서도 불교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한다. 놀랍게도 이스라엘 사람들은 기독교나 이슬람교가 아니라 불교 속에서 유대신앙과 유사한 점을 발견한다는 이야기였다. 스미스 칼리지에서 티베트 불교철학을 가르치는 제이 가필드 교수에게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티베트 스님들이 이스라엘에 초청받아 갈 정도라고 한다.

 

이렇게 눈만 돌리면 불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세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문제는 우리 자신에게 있다. 소수민족인 우리들이 같은 처지에 있는 다른 유색인종에게 관심을 갖기보다 주류 백인들만 쳐다보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 ‘한국불교의 세계화’가 상업적인 성공이나 명성을 얻는 데 치우쳐 백인들의 인종차별주의를 내면화하고 있지 않은지, 세상의 약자들, 고통 받는 사람들을 외면하고 있지 않은지 깊이 반성해보아야 한다.

대학원 동기 중 미국에서 목사로 활동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 기독교인이지만 본받아야 할 점이 있어 여기에 소개한다. 학교 졸업 후 소식이 감감했는데 우연치 않게 미국에서 만났다. 원래 공부를 계속할 계획이었으나 도중에 진로를 바꿔 목사가 되었는데, 그 친구가 자리 잡은 곳은 잘 나가는 한인교회가 아니라 흑인교회이다. 그것도 미국에서 범죄발생률이 가장 높은 필라델피아 우범지대 한 복판에 위치한. 며칠 전에도 한 블록 떨어진 곳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고 말하면서 가지고 온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명법 스님

흑인 아이들이 그와 함께 해맑게 웃고 있는 사진을 보고서야 그 위험한 곳에서 권총 한 자루 없이 혼자 지낼 수 있는 까닭을 알 수 있었다. 한인들만 상대하는 한국교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헌신과 신뢰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는 미국 언론에서도 다루어졌고 한국 방송사에서도 방영되었다.

그렇다. 고통을 나누지 않으면 신뢰와 공감이 자랄 수 없다. 모든 것을 버리고 그들의 고통을 함께 나눌 때 비로소 붓다와 예수의 진정한 가르침을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때 한국불교의 세계화도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을까?

명법 스님 운문사·서울대 강사 myeongbeo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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