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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불광산사와 조계종 교육 개혁

기자명 법보신문

지난 8월말 대만불교연합회에서 주최한 공승제에 참가하기 위해 대만을 방문했다. 전국비구니회 회장스님을 수행하는 것이 내 소임이었고 이전에도 몇 차례 대만을 방문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공승제를 제외한 다른 일정에 대해서는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대만을 방문할 때마다 불자님들의 신심에 감동하곤 하는데 이번도 예외는 아니었다. 공승제 행사를 거행하는 체육관 입구부터 일렬로 도열해서 스님들을 마중하는 불자들로부터 그 틈 사이로 정성껏 마련한 공양물들을 드리고자 애를 쓰는 불자들에 이르기까지 대단한 광경을 목격하면서 이것이 바로 대만불교를 이끄는 힘이 아닌가 생각했다. 불자들이 이처럼 스님들을 외호하니까 스님들이 수행과 전법 외에 다른 곳에 한 눈을 팔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그런데 이번 대만여행의 수확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얻었다. 불광사를 방문한 때였다. 전국비구니회에서 시행한 이번 대만여행은 공승제 참가 외에도 대만 승가교육 시설 견학이 중요한 목적이었기 때문에 불광사에서 처음 안내된 곳은 비구니 불학원이었다. 20대 후반의 앳된 비구니 스님이 나와 교육시설과 내용을 설명해주었다. 너무 어려 보여 학인인가 물어보았더니 이곳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라고 했다. 불학원의 교육 내용은 지난 2006년 교육원에서 실시한 승가대학 교직자를 위한 연수 때 자세히 안내를 받았기 때문에 나로서는 더 들을 것이 없으리라 짐작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오판이었다. 안내를 들으면서 예상치 못한 내용에 귀가 번쩍 뜨였다. 몇 년 사이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과거의 교육 시스템과 내용은 우리나라와 조금 달랐지만 전통적 교학체계와 그리 다르지 않았다. 2008년 그들은 교육 시스템과 내용을 완전히 개편했다. 사찰 운영과 관리 프로그램부터 포교와 신행지도, 그리고 교학을 포괄하는 현대적인 교육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이 과정을 재가신도들에게도 개방하여 재가 여성과 비구니 스님들이 함께 교육받도록 했을 뿐 아니라, 더욱 놀라운 것은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된다는 사실이었다.

 

미국에 서래대학(웨스트 유니버시티)을 설립하여 대만불교의 세계화를 꾀했던 그들인지라 벌써 세계적 흐름을 읽고 글로벌 시대에 불교가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대비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올해 겨우 승가교육 개혁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에 비하면 얼마나 발 빠른 대응인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불광사는 방문할 때마다 많은 것을 배우지만 이번 방문의 충격은 꽤 컸다.

▲명법 스님

지난 9월 뉴욕에서 열린 사찰음식시연회와 총무원장 스님의 방미로 어느 때보다 한국불교의 세계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러나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어떻게 실현하여야 할지, 이를 담당할 인력은 어떻게 길러낼 것인지 구체적인 논의와 준비는 별로 없어 보인다.

교육원에서 준비하는 외국어 특수 교육기관 설립이 그 전부인데, 늦었지만 환영할만한 일이다. 일개 사찰이지만 대만 불광사는 오래 전부터 승려들을 해외에 파견하여 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도록 하고 미국에 대학을 설립하고 이제는 승려교육까지 영어로 실시하고 있다. 대만불교의 변화를 보면서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위하여 무엇보다 승려 교육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명법 스님 운문사·서울대 강사 myeongbeo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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