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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엄 스님과 대만불교의 힘

기자명 법보신문

지난 번 대만여행에서 세계적인 구호단체 자재공덕회의 증엄 스님을 친견했다. 그 동안 몇 차례에 걸쳐 정사를 방문했지만 증엄 스님을 뵙지 못했는데 이번에 뜻밖에 뵐 수 있었던 것은 모시고 갔던 명성 비구니회장 스님과의 특별한 인연 때문이었다.

 

30년 전 명성스님께서 그곳을 방문하여 하룻밤 머문 일이 있었는데 올해 공승제에 한국 비구니 대표로서 초청되어 어렵게 오셨다는 말에 시자 스님이 두 분의 만남을 주선해주었다. 바로 이런 것이 큰스님을 모시면 얻는 덤이다. 대만을 방문할 때마다 대만불교의 저력에 감탄하지만, 그 지도자를 뵌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시자 스님의 안내에 따라 접견실에서 잠시 기다리고 있으니 큰 키에 호리호리한 몸매의 여성 수행자가 나타났다. 함께 갔던 스님들이 “학과 같다”고 감탄할 정도로 맑고 기품이 있었다.

 

병약하신 분이라 육체적인 활력이 넘치지 않았으나, 좌중을 압도하는 어떤 힘이 느껴졌다. 그 힘은 지위나 명예, 또는 카리스마가 아니라 오랜 세월 철저하게 자신을 자재해온 힘이었다.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이 병약한 노비구니 스님이 세계적인 봉사단체를 이끌 수 있는 이유를.

어려서부터 여성들이 나이가 들어 여성적인 아름다움이 사라지고 나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남성들은 보통 나이가 들면 중후한 멋이 생기지만, 나이든 여성에게서 어떤 정신성을 본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출가 후에는 연만하신 은사 스님 덕분에 많은 노비구니 스님들을 뵐 수 있었는데, 그때마다 그분들의 모습에서 내가 찾고 있던 얼굴을 찾곤 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았던 대만 여행에서 한 여성 수행자가 어떻게 자신의 육체적, 정신적 에너지를 자재해왔는지, 그리고 그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분명하게 보았다.

바로 이 여성 수행자가 세계적인 단체의 중심에 있다. 대개 사람들은 큰 사업을 하려면 열심히 활동해야 한다고 믿는다. 맞는 말이다. 성공하려면 남들보다 먼저 일어나 바쁘게 뛰지 않으면 안 된다. 이렇게 노력해서 한 사업에 성공하면 또 다른 사업이 벌어진다.


돈을 버는 일만 그런 건 아니다. 좋은 일, 남을 위한 일도 마찬가지다.

성공에 매달려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하고 주위의 감언이설과 허장성세에 중심을 잃게 된다. 그래서 가끔 우리는 훌륭한 자선사업가에게서 공허한 내면을 발견하게 된다.

▲명법 스님

지레의 축이 움직이지 않아야 지레 끝에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릴 수 있는 것처럼 세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 없다면 세상을 구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증엄 스님의 수행은 자신의 육체적 에너지뿐 아니라 사업에 대한 열정마저 자재한 것이 아니었을까? 자신으로부터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세계의 중심이 된 것이 아닐까? 실제로 증엄 스님은 한 번도 대만을 벗어난 적이 없다. 건강 때문에 비행기를 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엄 스님이 설립한 자재공덕회는 전 세계에 지부를 두고 세계 어느 곳이든 재난을 당한 곳에 가장 먼저 달려간다. 한국불교가 세계로 진출하고자 한다면 이 대만 비구니 스님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배워야겠다.

명법 스님 운문사·서울대 강사 myeongbeo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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