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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한인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기자명 법보신문

얼마 전 한 대중가수의 학력을 두고 인터넷 논쟁이 시끄러웠다. 그 사건을 지켜보면서 우리 사회의 병리적 현상에 대하여 깊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동시에 지난번 대만 여행 때 들었던 이야기가 두고두고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자제공덕회 병원을 돌아보고 나오는 참이었다. 대만 사정에 밝은 한 비구니 스님이 내 뒤에서 지나가는 말처럼 말했다. 증엄 스님의 성공 뒤에는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화교가 있다고.

 

한국 사회는 빠르게 다민족, 다문화사회로 변하고 있다. 1960년대에 본격화된 한인들의 해외 이주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역이민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다른 한편, 중국,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국제결혼이나 산업훈련생 등으로 한국으로 유입되는 인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혜화동의 필리핀 장터, 가리봉동의 조선족 타운과 같은 ‘작은 외국’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낯선 풍경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이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그 단적인 예가 이번 사건이다. 인터넷 댓글을 읽으며 그 공격성과 배타성에 깜짝깜짝 놀라곤 했는데, 좋은 교육 여건을 가진 선진국으로 갈 수 있었던 사람과 가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괴리감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심화되는 계층적 격차를 해소하는 사회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해외에 사는 한인들이 국적에 관계없이 우리들의 소중한 인적 자원이라는 사실이다.

 

대만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두고두고 생각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전 세계에 퍼진 화교들이 대만불교의 세계화를 가능케 한 배경이었듯이 해외에 있는 한인들은 한국문화의 세계화를 위한 교두보이다. 그들을 포용하지 않는다면 글로벌 시대에 한국 경제의 발전도 지속하기 어렵다.

한때 민족주의는 국가의 독립과 민족의 자결을 위한 소중한 가치였지만 이제 차이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편협한 민족주의는 악이 되었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과 해외에 나간 한인들, 그리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한인들을 포용하는 새로운 민족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입장에서 본다면 해외 한인들이나 역이민한 한인들은 해택 받은 사람들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재외 한인들은 낯선 외국 문화에 적응하기 위해 한국에서 살 때보다 열배 백배 노력한다.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에도 큰 어려움을 겪는다. 그 심리적, 정서적 갈등은 상상 이상이다. 이민 1세대뿐 아니라 2세, 3세들도 마찬가지이다.

 

뛰어난 자질을 가진 한인이라도 주류사회의 유리천장을 뚫기는 힘들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한인들의 단결된 목소리이다. 한국에서도 외국에 나가도 적(敵)은 사촌이 논을 사면 배 아파하는 한국인의 삐뚤어진 심성이다. 이제 편협한 질시를 거두고 한인들이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도움을 주어야 한다. 눈을 더 크게 뜬다면 그들의 성공이 곧 우리들의 성공이기 때문이다.

 

▲명법 스님

한국불교도 마찬가지이다. 서양 사람에 대한 포교도 중요하지만 해외 한인에 대한 포교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니, 서양 사람에 대한 포교를 위해서라도 대만불교처럼 해외에 있는 소중한 인적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나아가 다민족, 다문화사회로 변화하는 한국 사회에서 다양성과 관용이라는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 불교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보아야 한다.

명법 스님 운문사·서울대 강사 myeongbeo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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