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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법신과 법성

기자명 법보신문

존재는 눈에 보이는 색과 연관해서 언명
공과 무는 비색의 관계에서 설파했을 뿐

‘증도가’의 구절을 잇는다. “법신을 깨달음에 한 물건도 없으니, 근원의 자성이 천진불이라.” 법신(法身)과 법성(法性)은 어떤 관계일까? 글자 그대로 몸(身)과 마음의 본성(性)과의 관계와 유사하다. 하늘을 나는 새들은 그 종류를 막론하고 경쾌한 몸을 가진 것으로 보이듯이, 육중한 몸을 가진 짐승은 이미 그 몸을 통하여 자신의 성품을 말하여주고 있다.


몸은 마음이 느끼고 있는 바를 이미 말하고 있다. 마음이 느끼고 있는 바를 입으로 말하기 전에 이미 몸이 나타내 보이고 있다. 이처럼 몸은 마음의 생각을 색으로 나타내 보이게 하고, 마음은 몸이 눈에 보이는 물질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몸은 마음을 겉으로 보이게 하는 현상의 역할을 하지만, 마음은 몸의 모든 한정(限定)을 다 넘어서 있다. 즉 마음은 몸에 비하여 초탈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가 화가 나 있을때에 화가 난 성질을 몸을 통하여 나타내지만, 그러나 화난 상태가 그 마음의 전부라고 누가 정의하면, 누구든지 내가 화난 상태이지만, 그러나 내 성품이 화난 상태로서 한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남들 앞에서 수줍어 하고 부끄러움을 타는 아가씨가 있는데, 그녀의 본성이 오직 수줍어 하고 내숭만 떤다고 하면, 아마도 그녀는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이처럼 마음의 본성은 초탈의 성격을 지닌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마음을 정의할 때에 가장 적합한 방식은 마음은 어디에도 한정되지 않는 초탈의 본질을 갖는다고 하는 것이다. 이 초탈의 본질이 곧 마음의 공(空)이다.


만약에 허공에 아무 것도 없다면, 우리는 허공이 허공임을 자각하지 못할 것이다. 허공이 허공임을 깨닫게 해주는 것은 허공에 떠 있는 몇 조각의 구름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구름은 허공을 느끼게 해주는 가시적인 존재자에 해당한다. 여기서 씌어진 존재자는 하이데거 철학이 사용한 존재와 다른 의미의 뜻으로 읽혀져야 한다. 이 것을 여러번 우리가 앞 글에서 설명했기 때문에 여기서 더 부연하지 않는다.


우리가 하늘의 구름이란 존재자만 존재한다고 말하지 않고,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도 또한 존재한다고 말하기 때문에, ‘존재한다’란 말의 뜻은 어떤 한 존재자(구름이나 별들)에게만 한정되어 씌여지는 것이 아니다. ‘존재한다’라는 말의 뜻은 아까 본 공(空)의 뜻과 같이 초탈적이다.


이 말의 의미는 곧 ‘존재와 무(無)’가 같은 의미를 각각 다르게 언명한 것에 다름 아님을 가리킨다. 이미 선종의 3대 조사인 승찬대사가 그의 ‘신심명’에서 ‘존재가 곧 무요, 무가 곧 존재’임을 설파했다. 존재와 무, 또는 존재와 공이 초탈적인 의미에서 다 같은 뜻을 함의하고 있지만, 그래도 존재는 같은 뜻을 눈에 보이는 색(色)과 연관해서 언명한 것이고, 공이나 무는 눈에 안보이는 비색(非色)과의 관계에서 설파한 것이다.


그러므로 법신과 법성은 곧 존재와 무(공)의 양면성과 같은 차원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무와 공을 같은 차원으로 해석하고 있다. 다만, 색은 공과 대대법적인 의미고, 무는 존재(有)와 대대법적인 위상으로 읽은 것이라는 것을 말할 뿐이다.


▲김형효 교수
그러므로 ‘법신을 깨달음에 한 물건도 없으니’하는 글귀는 법신을 존재론적으로 이해해서 법성과 대등한 차원에서 보니까 존재자적인 한 개의 물건도 없다는 의미를 말한다고 봐야 한다. 법신을 존재자적인 차원에서 독립적인 물건의 수량으로 읽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한다. 법신의 근원적인 자성은 법성과 같으나, 다만 법신은 그 자성을 눈에 보이게끔 나타내 보이는 측면에 가까우므로 천진불(天眞佛)이라 했다.


천진불은 아기부처를 말한다. 아기는 어른 처럼 분별심으로 가득차 있지 않다. 아기는 거의 내용이 비어 있는 공에 가깝다. 눈에 보이는 법신불도 구태여 말하자면, 아기처럼 비어 있는 존재다.


김형효 서강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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