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에서는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일 때문에 부모를 시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은 세속을 벗어나 출가 수행하는 사람으로 장차 인천의 스승이 될 것이기에, 부처님은 제자를 출가시켜 가르치지 않으려면 제자를 두지 말라고 했다.
스승과 제자의 해야 할 도리는 예나 지금이나 세월이 변했다고 해서 다르지 않다. 그래서 부처님은 스승과 제자가 해야 할 의무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새로 구족계를 받은 비구는 화상과 함께 머무르며 스승을 위하고 비구가 배워야 할 법을 배워서 몸으로 익혀야 한다. 비구는 보통 10년, 총명한 비구는 5년, 총명하지 않는 비구는 평생토록 모두 배울 때 까지 화상을 의지해 배워야 한다. 의지(依支)라는 것은 형식적으로는 함께 머무르며 생활하는 것이며, 제자라고 번역하는 원어도 동주자(同住者)라는 의미이다. 그때까지는 수학기(修學期)라고 해야 한다.”
율장에 의하면 처음에는 화상이 없었다. 때문에 가사 입는 법이 제각각이고 걸식하러 가서 발우를 내밀고 밥을 달라 하기도 하고, 식사 때에는 큰소리를 내면서 밥을 먹기도 하여 “바라문의 의식과 같다”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바라문의식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무질서 했는지는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같은 말이 나올 정도면 그 당시 비구들의 삶이 어느 정도 무질서 했는지 예상이 된다. 따라서 비구들을 제자로 삼아 올바른 행법을 지도해 줄 화상이 필요하게 되었던 것이다.
여기서 화상과 제자의 관계는 이렇다. “화상은 제자를 아들을 대하듯 해야 한다. 제자는 화상을 아버지 대하듯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요즈음도 스승과 제자 사이가 이와 같이 되어야 하는데, 시대가 달라졌다 해서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안 된다. 이것이 바로 화상제도의 취지이기 때문이다.
또 화상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할 사람이 화상이 되어서도 안 된다. 화상이 되기 위해서는 구족계를 받은 후 10년이 되지 않은 사람이 아니면 될 수 없다. 화상은 계·정·혜의 삼학에 통달하고, 비구계나 경론을 잘 알아서 능히 교와 계를 베푸는 스승이 될 수 있어야 하고, 제자에게 의지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제자가 화상에 대하여 해야 하는 제자 법을 간략하게 적으면 이와 같다. “제자는 아침 일찍 일어나 화상을 위하여 양치, 세숫물, 좌구(坐具)를 준비하고 잡수실 죽을 드린다. 다 잡숫고 나면 물을 드린다. 화상이 자리에서 일어나면 좌구를 거둔다. 화상이 마을로 갈 때에는 옷을 갖춰드리고 발우를 드린다. 모시고 갈 때에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뒤따른다. 말씀을 하시는 중간을 잘라 말씀드리면 안 된다. 앉을 때에 방로 비구를 가로 막아서는 안 된다.
방을 청소할 때는 상(床), 병, 베개, 자리를 문이나 문설주에 부딪치지 않도록 밖으로 낸다. 발우를 거두어 드릴 때에는 한 손으로 발우를 잡고 한손으로 상이나 작은 상 아래를 만지면서 넣는다. 바람이 불면 창을 닫고 겨울이 되면 낮에는 창을 열고 밤에는 닫는다. 여름철에 그 반대로 한다. 방, 창고, 경행당, 화장실이 더러울 때에는 청소를 하고 음료, 음식과 깨끗한 병에 물을 준비한다. 화상이 병이 나면 가까이서 모시고 쾌유를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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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우 스님 율장연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