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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버리기 연습’ 저자 고이케 류노스케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 새해특집
  • 입력 2011.01.04 13:55
  • 수정 2011.01.04 14:31
  • 댓글 1

‘나에 묶인 생각’ 버려야 번뇌의 폭주도 멈춘다

지난해 서점가에는 특이한 불교 서적들이 베스트셀러 코너에 이름을 올렸다. ‘생각 버리기 연습(Kangaenai Renshu)’, ‘번뇌 리셋(Bonno Reser Keikocho)’. 제목에 내용이 함축돼 있는 것도 독특하지만 저자가 일본 스님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법명은 고이케 류노스케(小池龍之介). 스님은 일본 최고 학부인 동경대학을 나왔다.


1978년생이니 이제 갓 34세. 신세대인데다 책 표지에 찍힌 스님은 시선을 확 끌어당길 정도로 빼어나다. 책은 산듯하면서도 날렵하다. 스님이 직접 그려 넣은 익살스러운 그림으로 이해가 더욱 빠르다. 책은 끊임없이 일어나는 생각을 어떻게 버릴 것인가, 현재의 번뇌를 어떻게 번뇌가 일어나기 전의 명징한 상태로 되돌릴 것인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스님은 이미 일본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불교를 쉽게 풀어쓰는 능력뿐 아니라 치열한 수행으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인터뷰는 스님의 유일한 소통 공간인 ‘iede cafe’ 웹사이트를 이용했다. 스님은 이메일이 없다. 매달 초순부터 중순까지 수행에만 전념하기 때문에 웹사이트를 통한 연락도 쉽지 않았다.


부친 뒤이어 출가…인간 관계 해답 불교서 찾아
마음의 성장은 ‘참회’· 수행의 시작은 ‘말 조심’

 

▲고이케 류노스케 스님은 현대사회의 과도한 문자정보가 생각의 과잉을 불러 사람들에게 스트레스를 준다고 지적한다.

▶동경대 출신의 신세대 스님이라는 점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대학 때 전공은 무엇이었습니까.
“대학에서는 독일어와 독일 철학, 그 중에서도 윤리학과 사회비판이론을 전공했습니다. 임마누엘 칸트의 윤리학에 대해서 졸업논문을 썼습니다.”


▶동경대는 일본 최고의 대학으로 좋은 직장에 취직도 하고, 남부럽지 않은 삶을 영위할 수 있었을 텐데 굳이 출가를 하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아버지가 사찰의 주지를 하고 있어서 아버지 모습을 보고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겠지만 일본불교에서는 스님이 결혼해서 그 아이가 절을 잇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므로 ‘스님’이라고는 해도 일본에서는 일반인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과는 별도로 저 자신이 대학 시절에 주변 동료들과 인간관계가 원만치 않아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변하고 싶었고, 불교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스님의 책들은 불교를 현대인의 근기에 맞도록 쉽고 평이하게, 그러면서도 삶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도록 서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스님의 책들이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합니까.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각종 전자기기가 보급되어, 누구나 정보의 혜택을 받으면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정보들은 거의 모두 문자정보로 되어 있어, 사람들의 머리는 문자, 즉 언어정보를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지경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언어에 빠져 있는 것’=‘생각하는 것’은 마음에 커다란 스트레스를 주게 됩니다. 제 책이 인기를 끈 것은 그것으로부터 벗어나서 해방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이 있기 때문 아닐까요.”


▶스님은 ‘생각을 너무 많이 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을 할 때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으며, 또 생각을 세밀하게 해야 실수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 아닙니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맞습니다. 생각을 세밀하게 해야 실수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쓸모없는 일에 생각을 너무 많이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일에 실패했을 때 생각해야 하는 것은 ‘무슨 원인으로 실패했을까’, ‘다음에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입니다. 그것은 불교의 가르침에서 말하는 ‘정사유’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실패에 대한 본질적인 것보다 ‘나’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다음과 같은 불필요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실패한 게 들통 나 혼나면 어떻게 하지’, ‘또 실패하면 어떻게 하지’, ‘다음에도 잘 안될지도 몰라’, ‘나란 인간은 안 돼’와 같이. 그러면 더욱 더 마음은 불안하고 혼란스럽게 됩니다. 그리고 결과 또한 실패할 확률이 높아지게 됩니다. 이렇게 번뇌에 사로잡혀 생각이 폭주하는 것을 컨트롤해서, 필요한 것만을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 ‘생각하지 않는 연습’입니다.”

 

▲고이케 류노스케 스님.

▶스님은 ‘부정적인 생각의 근원은 분노’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부하 직원이나 자식들을 따끔하게 야단쳐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부정적인 생각이라고 보십니까. 또 이것이 사랑이 아닌 분노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애정을 갖고 야단치는 경우와 화가 나서 야단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개의 경우는 화가 나서인 경우이겠지만. 엄하게 야단쳐야 할 때에는 우선 자신이 화가 난 것을 알아차리고 그것이 진정되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그리고 화가 풀렸을 때 냉정하게, 따끔하고 엄하게 지적해 주면, 상대방 역시 말하는 바를 잘 듣게 됩니다.”


▶한국에는 말이 씨가 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아미타불을 염송하는 것처럼 마음에 없는 감사라도 자꾸 감사하다고 말하게 되면 결국 감사의 마음, 좋은 마음이 생긴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입니다. 그러나 스님은 마음에 없는 감사는 마음을 삐뚤어지게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생각하지도 않는 ‘좋은 것’을 말하는 사람을 예부터 위선자라고 부르듯이, ‘좋은 것을 말하는 사람’과 ‘좋은 사람’과는 전혀 다른 사람입니다. 좋은 것을 말하는 가운데 은연중 ‘자신을 좋은 사람’ 이라고 착각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좋은 사람이라고 정말로 믿어버리는 위선자야 말로, 좋은 사람인척 해서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를 억지로 강요하여 폐를 끼치게 되는 것입니다.”


▶‘반성 없이는 발전이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매일 매일 참회하고 반성하는 것도 부정적인 마음이 될 수 있을까요.
“어정쩡하게 후회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분노하는 부정적인 기분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어 결국 악업을 쌓게 됩니다. 그러나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분명히 ‘참회’하는 것은 마음의 성장으로 이어집니다. 참회의 마음가짐으로, 미래지향적으로 ‘이런 일을 하고 말았지만 결코 반복하지는 않을 테다’라고 적극적인 결의를 다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관(觀)과 집중(集中)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수행에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관(觀)은 한마디로 자기 자신의 신체 감각을 세밀하게 느끼거나, 자기 자신의 생각과 과거의 기억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훈련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하기 위해서는 마음이 하나에 고정된 고요함, 즉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집중의 훈련은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의식을 호흡 등 하나의 감각에 맞추어 움직이지 않게 함으로써, 마음의 고요함과 강렬한 힘을 끌어내는 것입니다. 관(觀)을 행하기 위해서는 집중이 필요합니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간화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간화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사람의 상식을 뒤엎을 만한 발상으로 핵심을 찔러 들어감으로써, 상식적인 생각을 파괴할 수 있는 흥미로운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임제어록’ 등을 읽어보면, 그 발상의 자유로움에 감동합니다. 저 자신은 수행에 공안을 사용한 적이 없습니다만.”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있으며 어떤 수행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새벽4시 기상해서 7시까지 좌선을 하고 아침 공양을 합니다. 오전 나머지 시간은 집필을 하고 오후12시 반에 점심 공양을 합니다. 이후 저녁9시에 취침에 들기까지 집필과 좌선을 합니다. 필요한 경우 사람을 만나기도 합니다. 수행은 호흡에 의식을 집중하는 좌선으로 시작해서, 전신의 신체감각을 세분화해서 관찰하고, 그 위에 오온(마음과 신체)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합니다.”


▶생각하지 않고 오감(五感)으로 느끼면 어지러운 마음이 서서히 사라진다고 하지만 바쁜 일상을 살다보면 스님의 말씀처럼 하기가 어렵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방법, 혹은 초보자가 가장 먼저 해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트집 잡지 않고, 사실에 반하는 것을 말하지 않고, 쓸데없는 소문을 갖고 말하지 않고, 쓸모없이 자기 자랑을 하지 않으면 됩니다. 생각을 컨트롤하기가 어려우면, 우선은 말을 컨트롤 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스스로 말의 규칙을 세우면, 짜증나고 조바심 나는 생각의 폭주를 쉽게 막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스님은 수행자로 존경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에서 스님은 하나의 직업으로 인식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물론 전부는 아니겠지만). 이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일본의 불교계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결혼하여, 아버지의 직업을 계승하는 방식으로 승려가 됩니다. 승려가 된 후에는 수행을 하지 않고 경만 읽는 사람이 많기에, 살아가기 위한 수단으로써의 직업과 같은 분위기가 풍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일본의 불교계가 부활하기 위해서라도, 승려가 분명한 의식을 갖고 일상생활 속에서 수행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젊은 나이임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가르침을 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계획을 갖고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그다지 커다란 계획은 갖고 있지 않습니다.”


▶2011년 새해를 맞는 한국의 불교신자들에게 당부의 말씀이 있다면.
“짜증내고 조바심내지 않고 지낼 수 있는, 밝고 명랑한 한해가 되도록 ‘짜증내고 조바심내지 않을 거야’라고 마음을 굳게 하고 정진하시길 바랍니다.”


번역=이필원 동국대 강사
대담 정리=김형규 기자 kimh@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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