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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순례기도회 선묵 혜자 스님

기자명 법보신문
  • 기고
  • 입력 2011.01.04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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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도 108순례 정성 막지 못해”

1500여명 신륵사 참배
남북의 평화정착 기원


돌아오는 길 교회 들러
아기 예수 탄생 축하도

 

 

▲108산사순례기도회 불자들이 지난해 12월25일 여주 신륵사에서 남북평화 정착과 우리 사회의 화합을 기원하는 탑돌이를 하고 있다.

 


성탄절인 지난해 12월25일, 유럽에는 100여년 만에 최악의 강추위가 몰아닥쳤다. 우리나라 역시 30여년 만에 찾아온 영하 17도의 혹한(酷寒)속에 전국이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이 와중에 ‘선묵 혜자 스님과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순례’ 기도회 1,500여명은 이른 새벽부터 제2차 순례지인 여주 신륵사로 향했다. 차창 밖 나무들은 남은 잎들을 모두 다 털어내고 목피(木皮)만 앙상하게 들어내고 있었다. 봉미산을 두고 남한강을 바라보고 있는 뛰어난 경치를 가진 신륵사도 을씨년스러운 겨울 풍경 속에 갇혀 있었다.


‘108산사 순례기도회’가 일주문에 도착하자 신륵사 봉사자들이 마중을 나와 “오늘 아침부터 날씨가 매우 추워 걱정을 했는데 스님께서 ‘부처님 진신사리’를 들고 일주문에 들어서자 세찬 겨울바람도 이내 누그러진 것 같다.”고 매우 기뻐했다. 서서히 온기가 감돌기 시작하고 회원들의 얼굴에도 활기가 돋았다. 남한강에서 불어오는 강풍에 마당에 깔아 놓은 돗자리에는 살얼음이 서려 앉았다. 무릎과 두 손마저 꽁꽁 얼고 귓불이 다 얼어붙을 지경이었다. 법회가 시작되고, 부처님 전(殿)에 일심(一心)으로 간절하게 108배 절을 올리는 회원들의 모습에 부처님도 감동을 했는지 햇살이 따뜻해지고 108염주 보시를 하는 동안에도 추위는 한결 누그러졌다. 이런 그들이 있기에 4년간의 힘든 순례도 능히 헤쳐 나갈 수 있었다. 법회를 마치고 차에 오르자 또 다시 강풍이 몰아쳤다.


나는 이런 날일수록 은사이며 인욕보살(忍辱菩薩)의 화신(化身)이셨던 청담 큰스님을 떠올린다. 대장정인 ‘산사순례’를 빠짐없이 행하는 것도 평소 내게 가르쳐 주신 청담 스님의 인욕사상 때문이다. 인욕이란 ‘참다’란 말이다. 아무리 날이 춥거나 더워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그르치는 것은 잘못된 일이며 기도하는 마음에는 항상 변함이 없어야 한다. 그래서 청담 스님은 아무리 힘든 일이 생기거나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참아라. 참아라. 참아야 한다.”고 그토록 강조하셨던 것이다. 나는 그날 회원들의 모습 속에서 인욕보살의 화신이신 청담 스님의 그림자를 보았다.


산사에서 돌아오는 길, 우리‘108산사순례기도회’ 회원 108명은 서울 장충동에 있는 ‘평화를 만드는 교회’에 들러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원하는 축하자리’와 ‘남북평화 정착을 위한 기도법회’를 가졌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폭격, 북한 핵의 위협, 위기의 남북문제 그리고 경제위기 등 수많은 고통과 시련을 한꺼번에 겪었다. 현재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단합된 마음과 정신이다. 종교는 국민들의 마음을 한곳으로 모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종교 간의 갈등은 나라의 평화와 화합을 한순간에 무너지게 할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종교 간의 분열이 아니라 상생(相生)과 화합의 정신이 필요한 때다. 그런 뜻에서 우리‘산사순례기도회’는 해마다 성탄절이면 구세군 캠페인에 참여했으며 올해도 그런 자리를 마련했다. 나는 이 자리에서 “부처님과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것은 모두 중생을 위한 것이며 이들 성현(聖賢)의 깊은 뜻을 헤아릴 수 있는 불자와 성도들이 되자”고 했다. 또한 김춘섭 목사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성탄 메시지인 “성탄은 구원과 평화, 고난극복의 상징’을 인용하며 종교 간의 상생의 가치를 강조했다.


지난해 12월20일 조계종의 총본산인 조계사에 사상 처음으로 ‘성탄트리’가 점등되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실로 불교와 개신교간의 화합을 상징하는 일이다. 특히 교회 측은 우리 ‘108산사순례기도회’의 원만한 회향을 위해 음성공양과 간단한 다과(茶菓)를 준비해 마음이 흐뭇했다. 우리 ‘산사순례기도회’는 이에 대한 화답(和答)으로 교회신도 중고생 두 명에게 ‘108장학금’과 ‘108향로’를 선물로 전해주었다.


기쁜 마음으로 귀가하는 회원들의 어깨위로 어디선가 성탄을 축하하는 캐럴송이 울려 퍼졌다. 그래서 ‘삶은 힘들고 어려울수록 서로에게 힘’이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것이 바로 ‘축복의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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