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2. 불교와 사회적 약

기자명 법보신문

만인 동의할 정의·대의 명분은 없어
절대선 주장은 그 자체가 악의 씨앗

불심은 나 중심을 산화시켜 나를 우주의 모든 존재방식에 흩어 놓는다. 나 중심의 사고방식이 질투심과 적개심과 편파심을 조장한다. 인류의 역사는 사실상 각자가 다 나중심의 이야기를 정당화시켜나가는 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그런 일을 흔히 정의라는 내용 없는 추상명사를 내세워 사람들은 자기 합리화를 꾀한다. 한국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정의라는 말 쓰기를 좋아하고, 또 국민이라는 말을 너무 남용한다. 한국사를 통하여 정의의 개념이 빠진 투쟁이 거의 없고, 자기 입지를 정당화하기 위하여 국민의 뜻을 등장시키지 않는 예가 거의 없다. 그 말은 한국인들이 현실적으로 자기의식과 자기 고집이 얼마나 완고한가를 입증한다 하겠다.


한국인들이 정의와 국민이란 허울 좋은 이름으로 강렬한 자기 고집과 자기의식을 제각기 발산할수록, 한국인들의 공동체 의식은 더욱 멀어져간다. 정의와 국민의 이름을 십인십색으로 남발할수록 제각기 갈라진 한국인들은 서로 진실로 아끼기는커녕, 오히려 서로 증오하고 미워하는 칼바람을 이 땅에 일으킨다.


증오의 칼바람이 일어날수록, 한국인들은 불행한 자기들을 이롭게 할 수 있는 지혜의 눈을 멀리한다. 어리석은 한국인의 자화상을 깨닫지 못하고, 한국인들은 제각기 잘났다고 착각한다. 모두가 국민의 이름으로 정치를 한다면서 허상의 허깨비를 우상화하기 때문에 허상의 국민이 바람이 나서 실상의 국민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실상의 국민은 우리 모두가 가식이 없는 불심의 모습으로 되돌아갈 때에 다가온다.


한국은 오랜 세월동안 거짓 생각으로 교양을 받아 왔다. 그것은 유교의 도덕주의는 실생활적이며 실질적이고, 불교는 출세간적이고 초탈적인 종교여서 현실적 정치사회생활 지도원리와는 거리가 먼 허학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다. 일반 대중들은 말할 나위가 없고, 심지어 지성인들도 이런 생각에 깊이 오염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한국의 정신문화가 기독교중심으로 변형되면서 더욱 강세를 받았다. 왜냐하면 기독교는 유교처럼 오직 사회도덕적 측면만을 강조하는 명분소유적인 가르침이기에, 한국은 전통적인 유교와 새로 들어 온 기독교의 사고방식이 유사하게 가미되어 공공의 사회를 명분적인 도덕원리로 지배하려는 의욕을 강하게 풍긴다.


이런 말을 사람들은 평소에 잘 듣지 못하므로 독자들은 어리둥절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좀 깊이 사유해야 한다. 이런 내용은 ‘증도가’의 의미와 연관되므로 이제 한국의 불교사상은 한국사회의 질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데 주력을 쏟아야 한다. 불교사상은 우리 사회가 너무 소유론적 명분의 탐욕으로 일그러져 있음을 자각시켜야 한다,


탐욕적인 사고방식을 멀리하는 것은 불교의 기본적 가르침이다. 그러나 우린 탐욕을 너무 물질적인 것으로 좁혀 생각하는 병폐를 갖고 있다. 물질적으로 너무 탐욕스럽게 행동하는 것을 우리는 다 나쁘다고 쉽게 지적한다. 그러나 도덕적으로 너무 정의를 내세우거나 대의명분을 강조하는 것은 사회를 정신적으로 온전히 지배하려는 소유의 열병이 안으로 그만큼 강렬하다는 것을 반영한다.


▲김형효 교수
이 세상에 만인이 다 동의할 수 있는 정의나 대의명분이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불교는 가르쳐 준다. 그것은 절대선이 구체적으로 없다는 것을 말한다. 절대선은 그것이 절대적이라고 주장될수록, 이미 그자체가 악의 씨앗을 진하게 품고 있다는 것을 부처님은 이미 우리에게 가르쳐 주셨다. 불교는 절대선을 지향하는 사회도덕종교가 아니다. 한국은 이 절대선을 지향하는 도덕적 주장들이 너무 많다. 이것이 한국병이다. 


김형효 서강대 석좌교수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