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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불교 미래는 없다

기자명 법보신문

선이 중요하지만 포교에 대한 인식도 바꾸어야만 한다. 산 생활을 하다 서울에 오면 들르던 신도님이 계셨다. 참으로 신심이 장하고 부처님과 스님들을 공양하는데 정성스러운 분이셨다. 어느날 ‘천수경’, ‘반야심경’ 등을 줄줄이 외우시면서 기도하시기에 그 내용을 알고 계신가 여쭤봤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이 무슨 뜻인지 물으니 머뭇머뭇하셨다. 천수경의 ‘도량청정무하예 삼보천룡강차지’가 무슨 뜻인가 여쭤보니 마찬가지였다.


불교신도로 생활해 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불자들도 개신교나 가톨릭 신자처럼 교리공부가 어느 정도 돼 있는 줄 알았다. 가톨릭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반드시 신도들을 모아 신부님, 수녀님이 교리강론을 한다. 일요일은 물론이고 교리공부 시간이 다양하게 전개된다. 이웃종교 신자들은 대부분 성경을 가슴에 끼고 생활화하며 산다. 그러나 수십 년 된 불자들의 공부내용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어떠한 종교를 막론하고 그 종교가 유지되고 존속되려면 그들의 경전을 제대로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언젠가 불교관계 보도에서 서울과 수도권 사찰들 가운데 법회를 여는 곳이 절반이 안 된다고 하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내가 불교문중에 들어와 놀란 것은 한둘이 아니다. 포교를 해야 한다고 외치지지만 실제로 얼마나 효과를 보고 있는지 의문이다. 포교 활성화란 외침만 울려 퍼질 뿐 이렇다할 성과를 제시할 수 있는가.


아마도 한국불교의 장자인 조계종이 선종이고 직관과 견성을 부르짖는 간화선 전통 때문이 아닌가 한다. 참선하는 수행자들은 실제 불입문자(不立文字)라 얘기한다. 문자가 없는 곳에 어떻게 포교가 가능하겠는가. 통불교라지만 포교사들은 항상 2류 쯤으로 치부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문자를 거부하고 사유와 논리를 거부하는데 포교가 설자리는 없다.


포교를 한다 말하면서도 선을 우월시하는 풍토에서는 포교가 제대로 될 수 없다, 선이 중요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선이 중요하면 그에 못지않게 포교도 중요함을 승가와 신도들에게 끊임없이 가르쳐야 한다. 종교가 사회적으로 존속하려면 대사회적인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여타 종교에서는 매년 교역자 8000여명을 양성해 선교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과연 교계는 포교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 왔는가.


포교당을 키워내는 과정은 생명을 건 치열한 경쟁의 연속이었다. 이 과정에서 여타 종교는 둘째치더라도 승단 내부에서 조차 시기와 질시를 받아야 했다. 이 같은 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꾸준히 이겨내며 목표를 향해 나아갈 뿐이다. 누가 뭐래도 부처님법이 좋고, 수행하는 삶이 좋기 때문에 고통을 이겨내며 열심히 정진하고 있다.
예측컨대 불교 관계자들의 포교에 관한 대오각성의 노력이 경주되지 않는 한 불교는 점차 위축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불자와 사찰이 있는 한 불교가 망할 일이야 없겠지만 안타까운 현실은 점점 심화될 것이다.


지난날 포교에 발을 들여 놓은 것을 후회했던 날들이 헤아릴 수 없다. 족쇄가 풀렸을 때 선방이나 다니며 일생을 보낼 걸 잘못했지 않나 싶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는 많은 신도들이 부처님 법을 연마하려 애쓰고 열심히 정진하는 모습을 보면서 후회의 많은 부분을 접어들이고 있다.


▲지광 스님
진정 포교는 종교의 존재가치를 확인시켜주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다. 포교가 있는 종교는 흥할 것이요. 아무리 위대한 가르침을 가지고 있어도 열심히 실천하고 권하지 않는다면 위축되고 소멸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급변하는 현대사회에 불교가 갖는 역할이 대단히 중차대하다” 얘기하는 사람은 많은데 이를 전달할 사람들, 훌륭한 포교사들은 도무지 얼마나 되는지…. 매년 여타종교는 교육된 수천 명의 교역자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점을 새삼 주목하길 바란다.


지광 스님 서울 능인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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