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후안무치·승려로서 양심포기 표현, 모욕”
법원, “기사 일부에 불과…사회상규에 위배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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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은 본지가 지난 2009년 4월 부천 스포피아의 실질적 운영자였던 영담 스님이 직원들의 월급과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아 조계종 유지재단의 통장이 압류당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영담 스님을 비판한 보도에서 비롯됐다. 특히 본지는 “실질적 운영자였던 영담 스님이 직원들의 월급과 퇴직금에 대한 책임을 종단에 전가할 경우 향후 조계종 복지사업에 미칠 파장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총무원 관계자의 말을 인용, “영담 스님이 책임 전가도 모자라 복지재단 대표이사였던 총무원장 지관 스님의 사과와 종무원 징계를 운운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행위이며 승려로서의 기본적인 양심마저 포기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영담 스님은 2009년 7월 “법보신문의 보도로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했고, 검찰은 영담 스님이 고소한 내용과 달리 ‘모욕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법보신문은 ‘부천 스포피아’의 운영과 관련한 기사를 작성하면서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피해자(영담 스님)에 대한 악의적인 표현을 사용해 모욕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1심 최종 변론에서 ‘모욕죄’ 형량으로는 이례적으로 본지 기자에 대해 ‘징역 6월’을 구형했다. 비교적 가벼운 범죄에 해당하는 모욕죄에 대해 징역형을 구형하는 것은 매우 드물다는 게 변호사들의 한결같은 설명이다. 그러나 이 같은 검찰의 공소에 대해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이 사건의 1심 재판을 진행한 서울 서부지법 형사 제3단독 재판부(재판장 허명산)는 “모욕죄에서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면서 “어떤 글이 모욕적인 표현을 담고 있을 경우에도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비춰 그 표현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은 행위로 볼 수 있을 때는 형법 제20조에 의해 예외적으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영담 스님이 종무원의 징계를 운운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행위이며, 승려로서 기본적인 양심마저 포기한 것 같다’는 표현은 고소인(영담 스님)에 대한 모욕적인 언사로 볼 수 있지만, 이 사건 기록에 나타난 증거들에 의해 인정되는 사정들을 비춰보면 기사작성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또 “사건 기사에서 모욕적인 표현은 ‘후안무치하고 승려로서 기본적인 양심마저 포기한 것 같다’는 내용인데, 그 부분이 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며 “이 사건 기사의 전체적인 내용을 보면 이 부분(모욕적인 표현)도 크게 벗어난 표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 역시 영담 스님의 행위가 부적절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1심 판단에 대해 2심 재판부도 “피고인의 기사에 대해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로 보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을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며 “따라서 원심 판결이 법리오해의 위법이라는 검찰의 주장도 이유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영담 스님이 부천 스포피아의 운영 책임을 종단에 전가한 행위’를 비판한 본지보도가 정당성을 입증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