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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한인교회의 태생적 한계

기자명 법보신문

미국에 사는 한인 기독교인 중 한인교회에 다니는 사람이 97%나 되고 미국교회에 나가는 사람은 3%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는 미국 기독교사에서 매우 독특하고 기이한 현상 중 하나이다. 더구나 한인교회는 대부분 성서와 개인적인 성령 체험을 강조하고 전도에 전력을 쏟는 복음주의 교회다. 선교를 위해서라면 아프리카, 몽고, 심지어 아프가니스탄까지 누가 말리건 개의치 않고 달려간다.


뉴욕에서 만났던 한국 여성이 자기 교회 목사가 ‘티베트에 선교하자’는 설교를 했다면서 어처구니없어 할 정도로 극성스럽다. 문제는 기독교의 본토인 미국에서이다. 기독교가 한인 집단 내에서 여러 종교들이 각축을 벌일 때 그 기득권 때문에 비교우위를 점하지만 미국 내의 다른 교회들과 경쟁을 벌일 때에는 무의미한 것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한인교회가 존립할 수 있는 기반은 한인사회다. 비록 민족적 정체성보다 종교적 정체성을 앞세우고 기독교인으로서 교회에 대한 충성도를 강조한다 하더라도 한인교회의 존재 근거는 그 종교적 보편성이 아니라 그 민족적 특수성에 있다. 따라서 한인교회에서 민족적 정체성과 종교적 정체성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정말 복음주의에 충실하다면 한인교회는 해체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한인교회가 한인사회의 테두리를 벗어나 미국적인 교회가 되는 것은 태생적으로 불가능하다.


젊은 한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그들은 묻는다. “왜 한인교회여야만 하는가?” 한인교회에서는 미국교회나 다른 인종의 교회에 다니는 것조차 극도로 경계한다. 신앙심이 약해진다는 이유로. 그렇다면 가능한 해결책은 한인교회가 다른 인종의 기독교인들을 포섭하거나 다른 인종의 타종교인을 개종시키는 길뿐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두 가지 장애가 있다.


첫 번째 장애는 한인교회의 배타성이다. 대부분의 한인교회는 인간적 친밀성을 바탕으로 한 소규모 교회이기 때문에 다른 문화적·인종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끼어들 여지가 거의 없다. 한인 이외의 다른 종족은 한인교회에서 스스로를 이질적인 존재로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전통도 더 깊고 규모도 더 큰 미국교회를 놔두고 굳이 한인교회를 찾을 이유가 없다.


한인 2세 젊은이들도 마찬가지다. 한인교회의 배타적이고 편협한 문화와 동질적인 인적 구성은 개방적이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미국 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에게 문화적인 이질감을 줄 뿐 아니라 다종교·다문화의 포용성을 추구하는 미국문화의 흐름에도 역행한다. 다른 한편, 신앙심이 투철한 이들에겐 한인만의 인종적 유대와 사업적 이해관계에 기초하는 한인교회가 복음주의의 원칙에 충실치 못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것이 젊은이들이 한인교회를 떠나는 이유 중 하나다.


다행스럽게도 한국불교는 출발이 다르다. 불교에는 민족적 정체성과 종교적 정체성이 충돌할 일이 애당초 없다. 불교가 곧 한국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미국사회의 다양성과 충돌하지 않는다. 오히려 불교는 미국의 다종교, 다문화의 다양성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로서 가치를 갖는다.


▲명법 스님
한인교회가 다른 인종에 대하여 배타적으로 작용하는 것과 달리, 한국불교의 민족적 기반은 불교의 원류로서의 가치 뿐 아니라 백인 주류층과 흑인, 히스패닉계 등의 소수인종을 포섭할 수 있는 힘이다. 나아가 미국사회에서 아시아인들이 불교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연대할 수 있다. 불교에는 그런 역량이 충분히 있다. 하지만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으로서만 있다. 이 가능성을 어떻게 구체화하느냐가 우리들에게 남겨진 몫이다.


명법 스님 운문사·서울대 강사 myeongbeop@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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