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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소중히 여깁시다

기자명 이학종
과거에 비중 있게 다루던 사안이었지만, 앞으론 가급적 다루지 않기로 한 기사가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한가지를 거론해볼까 합니다. 새 정부가 출범하거나 전면적인 개각을 할 경우, 발탁된 내각의 각료 중에 불자가 너무 적어서 종교인구 대비로 견주어볼 때 종교형평 원칙을 벗어난 편향적 인사라는 유형의 기사 말이지요. 이런 기사는 불자들에게 피해의식만 길러줄 뿐이고, 더 급한 것은 불자인재를 양성하는 시스템의 구축이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정부가 단행한 첫 조각에서도 이런 시비는 어김없이 재연됐습니다. 선거운동 중에는 그렇게 종교형평을 외치더니 이렇게 됐다는 식의 푸념이 교계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지요. 그 때 정부측이 보인 반응은 대개 이런 것이었습니다. ‘종교 편향적 인사를 한 게 아니다. 적재적소에 적당한 인물을 발탁한 것뿐인데, 나중에 보니 종교분포가 그렇게 됐더라.’ 지난 해 방송위원회 위원 선정 때에도 볼멘 소리가 나오자 인사관계자들 사이에서 ‘차라리 불교계에서 방송위원에 선정될 만한 인재를 추천해 주었으면 좋겠다. 종교를 보고 방송위원을 선정한 것은 아닌데…, 솔직히 우리도 답답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합니다.물론 그들의 이야기가 전적으로 타당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적어도 나라의 중책을 맡을만한 인재들 중 불자의 숫자가 타종교에 비해 열세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또 불자임을 밝히는 것이 출세에 도움이 안 된다는 풍토가 부지불식간 형성돼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지요. 다만 분명한 것은, 언제까지나 볼멘소리를 하는 것으로 대처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그에 앞서 각계에서 능력과 자질을 갖추고 활동하는 불자들을 지원하고 키우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더 효율적이란 것이지요. 사실 그 동안 불교집안에서는 인재를 아끼고 키우는 것보다 상처를 주거나 좌절시키는 것을 더 즐겨한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

불교계에서 활동하며 확고한 기반을 다진 인물이 거의 없는 것, 사회에서 활동하다가 불교계에 발을 들여놓았던 인사들도 몇 년 사이에 상처만 입은 채 되레 불교계와 소원해진 경우가 대부분 것이 그 반증들이지요. 툭하면 네 사람 내 사람을 따지고, 갖은 이유를 붙여 줄을 세우는 풍토, 또 내 편이 아니면 적으로 간주해 짓밟는 풍토에서 이런 결과는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지난주에도 언급했지만, 불자 김태복 장군은 수심의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부처님께 의지하지 않는다면 하루도 견디기 어렵다는 그의 고통을 우리는 차갑게 외면하고 있는 것이지요. 또 한 사람, 지금 서울의 한 병원에는 포교를 위해 헌신했던 이동성 법사가 사경을 헤매고 있습니다. 생사의 기로를 오가며 막대한 수술비가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는데도 극히 일부 불자들의 정성만 간헐적으로 답지할 뿐입니다. 사람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풍토의 조성, 불교가 홀대받는다는 볼멘소리에 앞서 불교계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할 현안이 아닐 수 없습니다.



편집부장 이학종
urubella@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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