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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심을 내지 말라’ ①

기자명 법보신문

사랑은 미물에게도 숭고하지만
지나치면 오히려 탐욕심만 키워

부처님은 십선계에서 ‘탐욕심을 내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지나치면 존재할 수 없는 것을 강조하신 계율이다. 사랑도 지나치면 참 사랑으로 존재하지 못한다. 우리는 사랑을 세 가지로 분류한다. 첫째 상대편을 존중해 정성과 힘을 다하는 마음과, 둘째 이성에 이끌려 몹시 그리워하는 마음이나, 또는 그런 관계, 셋째 일정한 사물을 즐기거나 좋아하는 마음이다.


우리가 말하는 사랑과는 달리 불교에서 말하는 자비는 사랑에 비해 대승적인 것이다. 자비는 두 가지로 분류한다. 동정심 많고 자애로움. 모든 이를 사랑하고 모든 것을 가엾이 여김이고, 부처나 보살이 중생에게 복을 주어 괴로움을 없게 함이며, 괴로움을 없애주고 함께 기뻐함이다.


부처님은 ‘잡아함경’에서 “너희 비구들은 바른 믿음으로 집을 나와 집이 없이 도를 배운다. 마땅히 사랑하는 마음을 닦고 또한 사랑하는 마음의 공덕을 찬탄하여야 하느니라”고 하셨다.


‘출요경’에서는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지 말고, 사랑하지 않는 이와 짝하지 말라. 사랑과 못 만나면 괴로움 있고 사랑을 못 받으면 근심 있나니, 그 중에서 근심과 슬픔이 생겨 사랑의 근본을 소멸시킨다. 제 몸보다는 남의 몸을 사랑하고 제 목숨으로 남의 목숨에 견주는 그는 남을 해치지 않는다. 어진 사람은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는 것과 같이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중생을 보호하는 것이다”고 했다.


옛 설화에 이런 호랑이의 사랑이야기가 있다. 신라 원성왕 때의 일이다. 김현은 초파일 날 깊은 밤에 흥륜사에서 탑돌이를 하고 있었다. 그때 한 처녀가 염불을 하며 따라 돌다가 서로 알게 되어 관계를 가지게 되었다. 둘은 함께 처녀의 초가집에 가게 되었다. 노파가 둘 사이를 묻고는 걱정해 “비록 좋은 일이나 서로 만나지 않음만 못하다. 네 오빠들이 나쁜 짓을 할까 두려우니 잘 숨겨라”고 하였다.


잠시 후 세 마리의 호랑이가 들어와 말을 하기를, “집안에 사람냄새가 나니 요기하기 좋겠다”고 하였다.


모녀와 오라비들이 옥신각신하는 중에 하늘에서, “너희들이 너무 많은 생명을 해하고 있으니 내 한 놈을 죽여 그 악을 징계하겠다”고 하였다.


그 소리를 듣고 모두가 근심하는데 여자가 “세 오빠가 멀리 피해서 스스로 참회하면 제가 벌을 받겠어요”고 했다. 모두 고개 숙여 감사하고 도망가자 여자는 김현에게로 와 말했다.


“이제 모든 것을 아셨으니 진심으로 말씀드립니다. 비록 유가 다르나 부부의 연을 맺었습니다. 이제 하늘의 화를 저 한 몸이 받고자 하니 차라리 낭군의 손에 죽어 은혜를 갚고자 합니다. 내일 제가 시장에서 사람을 해치면 나라에서 상금과 벼슬로 저를 잡고자 할 것이니 낭군께서는 저를 쫓아 성 북쪽 숲으로 오시어 저를 잡아가십시오.”


▲철우 스님
김현이 어찌 그런 무정한 짓을 할 수 있겠는가 하고 완강히 거절하였으나, 여자는 “이는 하늘의 명령이요, 나의 소원이며, 낭군의 경사요, 일족의 복이고 나라 사람의 기쁨입니다. 한 번 죽어 다섯 가지 이익을 얻으니 어찌 어기겠습니까. 다만 저를 위해 절을 세우고 불경을 설해주시기를 바랍니다”고 말하고 결국 울며 떠났다. 미물에게도 사랑은 이렇게 숭고한 것이다. 그러나 호랑이는 스스로의 분수에 맞지 않는 사랑으로 인해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 탐애하지 말라는 십선계가 바로 이런 것을 경계한 것이다.

 

철우 스님 율장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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