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경 스님과 불교환경연대
수경 스님과 불교환경연대
  • 최호승 기자
  • 승인 2011.02.14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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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30일, 줄곧 수경 스님과 오체투지 순례 등을 함께 해오며 홀로 사무실을 지키던 마지막 상근 활동가 한 명마저 불교환경연대를 떠났다. 이보다 앞서 상임대표 현고 스님도 1월17일 사퇴의사를 밝혔다. 수경 스님의 업적에 누가 될까 염려스럽다는 게 현고 스님의 설명이다. 이제 수경 스님과 생명살림을 위해 길 위에 섰던 실무진 중 남은 사람은 집행위원장 지관 스님뿐이다.


수경 스님의 그늘이 이렇게도 컸을까. 삼보일배, 오체투지 등 그 동안 한국사회에서 새로운 환경운동의 지평을 열었던 환경연대였다. 그 이면에는 수경 스님의 진두지휘가 있었다. 이로 인해 환경연대가 불교계와 한국사회의 환경운동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동전의 앞뒤처럼 바람직하다고만 볼 수 없는 현상도 고개를 들었다.


세간출세간에는 환경연대보다 수경 스님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렸다. 환경연대는 큰 발걸음으로 앞서가던 수경 스님의 뒤를 따르기에 바빴다. 상근 활동가나 불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중 문수 스님의 소신공양으로 자신을 반추한 수경 스님이 홀연 은적했다. 상근 활동가들이 잇따라 환경연대를 떠났고, 사회 현안을 보는 날카로운 시선이 담겼던 성명서도 뜸해졌다. 진행중이던 사업은 아예 정체됐고, 소식지 발행도 중단됐다.


그래도 “모든 땅과 물은 나의 옛 몸이고 모든 불과 바람은 나의 본체”라는 만고의 진리를 이어가려 했다. 환경연대를 아끼는 이들이 자구책을 고민하고 지난해 10월 임시총회를 거쳐 상임대표를 임명하고 숲 유치원 사업으로 거듭나려고 노력해왔다. 한 사람에게 이끌려 가던 시스템을 바꾸고자 TF팀도 꾸려 조직을 재정비하려고도 했다. 그런 시기에 남아있던 한 명의 상근 활동가까지 눈물을 머금고 등을 돌려야만 했다.


비상이다. 의결기구인 집행위원들이 자주 모여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수 없는 건 왜일까. 총회를 소집해도 모이지 않는 회원들과 발만 구르는 관계자들. 이대로라면 환경연대라는 이름만 남게 될 수 있다. ‘내가 없어도 운영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수경 스님의 말씀이 메아리처럼 들려온다.


▲최호승 기자
입춘이 지났다. 겨울이 모든 꽃들을 꺾을지언정 결코 봄을 지배할 수 없다. 다시 한 번 불교환경운동에 꽃 피는 봄이 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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