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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덕 스님 [상]

기자명 법보신문

‘생명의 실상’서 마음 법칙을 읽다

▲유소년시절부터 책읽기를 즐겼던 광덕 스님.

부처님의 반야지혜 광명으로 우리 자신과 이 사회를 비추어 밝혀가는 ‘불광운동’을 펼치며 불교의 대중화를 견인했던 광덕 스님은 유소년시절부터 유난스럽게 책을 가까이 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는 3km나 떨어진 학교를 걸어서 다니면서도 집에 돌아오면 형이 배웠던 고학년 교과서와 형이 빌려다 주는 다양한 책들을 볼 수 있다는 기쁨에 힘든 줄 모르고 학교를 다닐 정도였다. 이렇게 어려서부터 몸에 밴 독서열과 탐구열의 효과는 초등학교 3학년 시절 고향인 오산읍 내리 고씨 집성촌을 떠나 읍내로 이사를 하면서 치룬 편입 시험에서 나타났다.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서 2학년이나 월반하여 5학년으로 편입한 것. 이는 곧 소년 고병완의 책 읽기가 어느 정도로 왕성했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초등학교 졸업 후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학교 진학을 못했을 때도, 형의 도움을 받아 책으로 중학교 과정 통신강좌를 이수했다. 그것도 5년제 중학교 과정 통신강좌를 3년 만에 마치고 학력을 인정받을 정도로 학구열이 높았다. 이어 열여섯 나이에 일본인 회사 소림광업소에 취업했고, 일본어에 밝았던 그는 회사 도서실에 비치된 정치, 경제, 철학, 사회, 종교 등 각 분야의 책을 닥치는 대로 읽으며 마음의 갈등을 극복해갈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중앙공론’이라는 일본 잡지에서 ‘침략주의를 버리는 것은 국가를 버리는 것과 같다’는 국수론자들의 기고문을 보면서 큰 충격에 빠졌고, 개인과 민족의 자립적 삶을 고민하기에 이르렀다. 그때 병완의 눈길을 끈 책이 바로 다니구찌 마사하루가 지은 ‘생명의 실상’이다.


이 책은 ‘마음의 법칙’과 ‘인간의 실상’을 다루고 있으며, 각자 생명의 실상을 발휘하라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마음의 갈등을 설명하면서도 어렵지 않은 단어를 이용해 희망과 용기를 주는 책으로 지금까지도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또한 불교 서적이 아님에도 ‘법화경’, ‘화엄경’, ‘금강경’ 등 많은 경전을 인용하면서 실례를 들어 놓음으로써 인생 문제에서 구체적으로 희망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당시 ‘생명의 실상’은 전쟁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의 서민들에게 생명수와 같이 여겨질 만큼 널리 읽혀지던 책이었다. 그런 책을 청년 병완이 탐독했던 것이다. 그 당시 병완이 근무하던 그 회사의 선배이자 훗날 광덕 스님이 대동상업고등학교의 재단법인 재산을 보강해 종단이 인수할 때 광산을 출연해, 대동상고의 서무과장을 지낸 성(成) 모씨는 당시 어린 사람이 읽는 책으로는 좀 어울리지 않는다 싶어 ‘왜 그런 책을 읽느냐’고 물었었다. 그때 청년은 “전쟁에 시달리기는 침략자인 일본인이나 침략을 받은 우리나 같을 것이다. 그런 인생의 끝이 어디인가 알고 싶어서 읽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을 정도로 사고의 깊이가 남달랐다.


청년 병완은 당시 “왜 정당하지 못한 일제에 협력하면서 살아야 하는가. 그 끝은 어디인가”라는 화두를 잡고는 그 끝을 찾기 위해 손에 닿는 대로 책을 읽으면서 답을 구하는 주경야독의 생활을 이어갔다. 그런 아들을 보고 어머니가 얼마나 많은 책을 읽으려 하느냐고 걱정할 때면 “한 방 가득히 읽으렵니다”라며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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