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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덕 스님 [중]

기자명 법보신문

구국 일념으로 ‘금강경’ 독송 전념

 

      ▲경전과 책 등을 발췌한 광덕 스님의 법문노트.

 

 

광덕 스님은 1946년 모친에 이어 이듬해 둘째 누이까지 세상을 떠난 후 진로를 모색하던 끝에 한국대학(지금의 서경대학교 전신) 법정학부에 입학했으나 폐에 이상이 생겨 학업을 지속할 수 없었다. 이때 강의를 맡았던 서울대 철학교수 박종홍은 인간 정신의 부흥을 위해 원효 스님과 보조 스님의 사상을 반드시 알아야 하고, 참선을 체험할 것을 당부하며 범어사에서의 요양을 권했다. 그리고 스님은 이 길이 출세간을 향한 걸음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한 채 3개월 요양을 목적으로 부산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이렇게 신병 요양차 범어사를 찾은 스님은 그곳에서 동산 스님의 지도를 받으며 선 수행을 시작했고, 1년여쯤 지나면서 신심이 우러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동산 스님의 하명에도 불구하고 “병객인 내가 비구가 되면 단월의 시주물을 헛되게 할 뿐인데, 그 과보를 어떻게 감당하겠는가”라는 생각에 수계를 뒤로 미뤄뒀다.


그리고 이 무렵 신소천 스님을 만났다. 그는 이미 1935년 ‘금강경강의’라는 책을 간행하면서 금강경 사상으로 해방공간의 민족문제, 개인의 고통 등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그 사상을 전달하고자 노력하던 인물이었다. 그런 소천 스님을 도와 경을 번역하면서 광덕 스님은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 금강경을 읽자”는 다짐을 하게 됐다. 중생의 대립적 감정, 미혹한 감정을 깨뜨려서 모두가 참으로 평화롭고 진리로써 하나가 되고 진리가 가지고 있는 공덕을 한결같이 누리자면 육체·물질·감각·타성에 매달린 관념들을 다 깨버려야 한다는 생각이었고, 그것을 해결할 길이 반야사상에 있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스님은 ‘금강경’ 읽기에 대한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소천 스님과 함께 마산, 부산, 진주, 대구, 울산은 물론 서울의 대각사 등 여러 곳을 찾아다니며 ‘금강경’의 수승함을 알리고 반야사상을 역설했다. 이것은 곧 훗날 불광운동 태동의 씨앗이 되었다. 따라서 스님은 불광운동을 펼치면서도 후학과 불광인들에게 금강경 읽기를 권했고, 스스로도 반야부 경전을 손에서 놓지 않았었다.


불문에 들어선지 오랜 세월이 흘러서도 계를 받지 않고 ‘고 처사’로 불리며 수행과 불교공부를 이어가던 스님은 마침내 1960년 5월 10년의 행자생활을 마감하고 계를 받았다. 당시 함께 수행하던 도반들이 10년을 마다하던 수계를 결심한 이유를 묻자, “대사일번(大死一番)”이라 짧게 답했을 뿐이다. ‘벽암록’ 41칙에 나오는 이 말은 ‘철저하게 죽는 것이 도리어 사는 길’이라는 뜻으로, 이제부터 불법과 중생을 위해 자신의 길을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가겠다는 다짐에 다름 아니었다.


고 처사로 수행하면서 선어록을 탐독했던 스님은 수계를 앞두고부터 선적(禪籍) 출간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고, 도반들과 논의 끝에 처음으로 펴낸 책이 옛부터 ‘벽암록’, ‘임제록’ 등과 함께 종문칠서(宗門七書)라 하여 선수행의 입문제일서로 불리던 ‘선관책진(禪關策進)’이었다. 이 책은 중국 명나라 말엽 항저우 운서사의 주굉 선사가 대장경과 조사들의 어록 중에서 요점을 추려 엮은 참선수행 지침서로, 우리나라에서는 이때 범어사에서 현토해 발간한 것이 처음이다.


스님은 이후 ‘벽암록’, ‘선문촬요’, ‘선문염송’ 등을 출간했으며, 이같은 선어록에 대한 관심은 그동안의 참선 수행에서 나아가 선사상의 사유가 깊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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