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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덕 스님 [하]

기자명 법보신문

고형곤 박사의 ‘선의 세계’ 탐독

 

▲광덕 스님의 법문 모습.

 

 

광덕 스님은 불교적 삶의 출발을 소천 스님의 불교사회과학적 방법론에서 시작했고, 이러한 입장에서 경전을 이해했으며 대장경 반야부는 바로 신앙적 기반이 됐다. 그리고 ‘선관책진’ 발간에 이어 뜻을 같이하는 도반들과 현대선학연구회를 결성해 ‘벽암록’ 등 어록의 현토를 시작하면서 선어록에도 심취했다.


스님은 잘 알려졌듯 내전은 물론 외전까지 수많은 책을 읽었고 그만큼 저술도 많이 남겼다. 그러면서도 틈만 나면 종로의 한 대형서점에 가서 새로운 책을 살피고 구하는 일도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책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기에 책을 통한 문서포교에도 앞장섰고, 그 시작이 바로 1974년 11월 월간 ‘불광’의 창간이었다. 그러니 ‘불광’의 모태는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님은 ‘불광’을 통해 수많은 언어를 산출하고 전파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보현행원품’, ‘금강반야바라밀경’, ‘선관책진’, ‘육조단경’ 등 경서를 번역했고 ‘반야심경강의’, ‘보현행원품 강의’ 등 논서를 저술하기도 했다. 특히 ‘생의 의문에서 그 해결까지’, ‘삶의 빛을 찾아’, ‘메아리 없는 골짜기’ 등 10여 편의 독자적 저술을 통해서 우리가 직면할 수 있는 가정과 사회, 그리고 세계의 모든 문제들을 반야적으로 접근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한 스님의 활동에 힘입어 1975년 10월 불광법회가 창립됐고, 7년 후인 1982년 10월 불광사를 건립하게 됐다. 이때도 스님은 대웅전에 불화 대신 ‘금강경’ 전문으로 본존불의 후불탱화를 삼았다. 스님은 이후 불경과 불서를 쉬운 우리말로 번역하고 재가생활 중심의 교양적인 불서들을 저술하며 찬불가 운동까지 펼쳤다. 그렇게 숨 가쁘게 달려온 스님은 1999년 2월27일 낮 1시40분 세수 73세, 법랍 50세로 세간 인연을 접었다.


스님은 그렇게 잠시의 쉼 없이 달려오면서도 ‘경전에 다 써 있으니 붓 잡을 시간에 경전을 보라’고 권했고, 차 한 잔 우려마시는 것조차 사치라고 마다했다. 또한 절 어느 곳에나 ‘청정막방일(淸淨莫放逸, 청정하게 계율을 잘 지켜서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수행하자)’이라는 ‘열반경’ 경구를 붙여놓고 대중 스님들의 사중 생활을 독려했을 정도로 방일을 경계했다.


평생 수없이 많은 책을 읽어온 스님에게 책은 말 그대로 ‘지혜의 보고’라 할 수 있다. 때문에 후학에게도 책 읽기를 게을리 하지 말라고 당부했고, 외국어 공부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산중 수행에만 머물지 말고 세간과의 소통에도 관심을 갖도록 권했다.


그러한 스님은 외전 중에서도 특히 칸트를 비롯한 서양철학자들의 저서를 즐겼고, 그 가운데 니체의 대표작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젊은 시절 이상을 키웠던 책이었기에 평생 곁에 두었던 장서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 한 권 주변인들에게 읽기를 자주 권했던 책이 고형곤 박사의 ‘선의 세계’였다.


이 책은 선종의 철학을 서양의 하이데거 철학과 비교하고 회통을 시도한 첫 연구서다. 특히 존재와 사유의 본질을 밝히는 데 관심을 집중하면서 동서양 철학의 만남을 시도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동시에 제3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논저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이런 연유로 이 책은 오늘날 21세기에도 남을 20세기의 빛나는 책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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