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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응 스님 [상]

기자명 법보신문

“초발심자경문 1만 번 읽어라”

▲관응 스님은 후학들에게 ‘자경문’ 읽기를 권했다.

사부대중에게 ‘마음의 눈을 뜨면 모두가 부처이니 자신 속의 부처와 하나가 되어 부처의 눈과 마음으로 세상을 볼 것’을 당부했던 관응당 지안 스님은 1910년 6월 경북 상주군 외서면 봉강리에서 태어나, 나이 스무살이 되던 1929년 탄옹 스님을 은사로 삼아 상주 남장사로 출가했다.


그러나 한국불교 최고의 강백으로 손꼽히는 관응 스님이지만, 태어나서 출가하기까지의 성장과정이나 출가동기가 뚜렷하게 전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후의 학업 및 수행과정에 비춰볼 때 그 또한 범상치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선 스님은 출가 후 교학을 익히는데 힘을 다해 1934년에 금강산 유점사 불교전문강원 대교과를 마치고, 1938년 당시 최고의 불교인재들이 공부했던 서울중앙불교전문학교를 졸업했다. 그리고 같은 해에 해인사 해외유학생으로 선발돼 일본 교토 용곡대학교로 유학, 1942년에 학업을 마치고 귀국했다.


이처럼 당시 불교계에서 최고의 엘리트 과정을 거치며 학문을 이어온 스님은 ‘서른이 조금 지나면서 책을 보지 않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이미 이때까지 보고 들어 배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섭렵했고, 유식학에 남다른 조예를 이루어 이후 불가의 근본종지를 밝히는 길에 매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타고난 천재이기도 했던 스님은 후학들 앞에서는 언제나 당당했고, 같은 입장에서 친 딸의 출가와 수행을 독려하기도 했다. 어느 날 초등학교 교사인 딸에게 “내가 이렇게 승려 노릇 하는 게 나쁘면 너한테 권하겠느냐”며 출가를 권했고, 아버지의 말을 따라 출가사문의 길에 들어선 그가 바로 오늘날 한국비구니계를 이끌고 있는 명성 스님이다.


명성 스님이 해인사 국일암으로 출가했을 무렵엔 기도 중에도 빨치산과 진압군의 총소리가 들리던 시절이었다. 그런 시절 어느 날 아버지 관응 스님은 딸의 출가 생활이 궁금해 그곳을 찾았다. 그리고는 속세의 부녀 인연이 아니라, 출세간의 인연으로 후학을 대하며 “‘초발심자경문’을 1만 번 만 읽으라”고 했다.


‘초발심자경문’은 출가한 사미가 지켜야 할 덕목을 적은 기본규율서로 고려 중기 지눌이 지은 ‘계초심학인문’과 신라 원효가 지은 ‘발심수행장’, 그리고 고려 후기 야운이 지은 ‘자경문’을 합본한 책이다. 여기서 ‘계초심학인문’은 지눌이 조계산 수선사에서 대중을 인도하고 교화시키기 위해 지은 기본규율서이며 주요 내용은 행자의 마음가짐과 지켜야 할 규범, 그리고 일반대중이 지켜야 할 준칙과 선방에서 지켜야 할 청규 등을 담고 있다. 또 ‘발심수행장’에는 수행에 필요한 마음가짐이 담겨 있고, ‘자경문’에는 수행인이 스스로 일깨우고 경계해야 할 내용이 담겨 있어 오늘날에도 출가자는 물론 재가불자들에게까지 필독서로 꼽히고 있다.


그러니 스님의 “‘초발심자경문’을 1만 번 읽으라”는 말은 곧 출가자의 초심을 잃지 말라는 당부에 다름 아니었다. 명성 스님은 그것을 3000번이나 읽었다. 이 말은 또한 모든 출가자와 재가불자들에게 해당되는 말이기도 하니, 관응 스님의 “‘초발심자경문’ 1만 번만 읽으라”는 가르침을 따른다면 한국불교의 현주소도 상당부분 바뀌게 될 것이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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