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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절대긍정의 마음

기자명 법보신문

대긍정은 사실을 그대로 수용하는 마음
부정 심리는 마음속 불만의 세상 투영

‘증도가’의 가르침에로 다시 돌아간다. “여래선을 단박에 깨치니 육도만행(六度萬行)이 본체 속에 있는 원만함이라. 꿈속에선 맑고 맑게 육취(六趣)가 있더니, 깨친 후엔 비고 비어 대천(大千)세계가 없도다. 죄와 복이 없고 손해와 이익도 없나니 적멸한 성품 가운데서 묻고 찾지 말라. 예전에 때 낀 거울 갈지 못했더니 오늘에야 분명히 닦아 내었도다.” 이것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보리수 나무 아래서 반짝거리는 새벽별을 보신 이후에 성도하신 경지를 말씀하신 것이다. 중생의 몸이 순식간에 부처의 몸으로 바뀐 것과 동시에 나타나는 여래선의 깨침을 노래한 것이다.


육도는 육바라밀을 말한다. 보시, 지계, 인욕, 정진, 선정, 지혜의 바라밀이 그것이다. 육바라밀은 피안에 이르게 하는 여섯가지 방편을 말한다. 피안이라 하여서 멀리 떨어진 강 저쪽의 언덕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몸안에 있는 중생의 마음 언덕에서 부처의 마음 언덕으로 장소를 바꾼 것을 말한다. 내 속에 중생과 여래(부처)의 두가지 언덕이 공존하고 있음을 말한다. 두가지 언덕이라 하지만, 사실상 그것은 내 마음에 있어 온 두가지 사고방식을 말할 뿐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깨친 것은 사고방식의 혁명을 말한다. 그 혁명은 이상한 것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내 몸 속에 있어 온 원만함을 이름이다. 즉 편파적이고 편견으로 가득찬 마음의 사고방식에서부터 이 모든 것이 씻은듯이 사라진 원만구족한 마음으로의 이행이 곧 여래선이다.


망상의 꿈을 꾸는 중생의 눈에는 육취(六趣)인 육도(六道=지옥, 아귀, 축생, 수라, 인간, 천상)가 명백히 전개되더니, 부처로 탈바꿈한 이후로 그 모든 망상의 가지들이 다 사라지고, 모든 것이 허허롭게 비고 비어서 삼천 대천세계가 다 햇볕을 받은 안개처럼 사라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중생은 망상의 헛 것에 갇혀 사는 존재이고, 여래는 마음을 부자유하게 얽어매는 어떤 질곡도 없는 자유의 해탈심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 영가대사의 기술이다.


더구나 여래심에게는 죄와 복도 없고, 손해와 이익도 없다는 것이다. 죄인과 성자의 구분도 없고, 천국과 지옥도 없는 적멸의 무심만이 존재한다는 것이 영가대사의 견해다. 깨달은 부처의 마음에는 오직 절대긍정만이 존재한다. 절대긍정의 마음은 이 우주에서 어느 것도 부정되거나 버려질 것이 없는 있는 그대로가 다 존재할만한 이유를 가진 그런 긍정적 요소만이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증도가’의 내용이겠다. 적멸의 무심한 마음의 본성에는 오직 모든 것을 존재하는 그대로 인정하는 대긍정의 철학만이 성립하고, 다만 묻고 찾는 그런 의문의 여지가 설 땅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중생에게는 부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의심하고 논쟁하는 일이 일상사로 생기지만, 부처는 대긍정의 마음으로 존재한다. 대긍정의 마음은 선악도 없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필연성의 의미로 수용하는 그런 마음가짐이다. 중생의 마음을 깨끗이 닦았다는 것은 부정적 심리를 넘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정적 심리는 좋게 보면 비판적 심리로 통할듯 하나, 그 비판적 심리도 다시 원만구족한 관점에서 보면 자기 마음의 불만을 인간세상에 투영하는 것이다.


▲김형효 교수
마음의 불만을 인간 세상에 투영한다는 것은 중생의 입장에서 보면 좋은 의견의 개진일 수 있겠으나, 비판은 부정의 심리를 끝없이 낳는 계기를 제공할 뿐이다. 행복한 마음은 이 우주에서 모든 마음이 다 긍정되고 인가받는 그런 경지다. 이 우주에는 끔직한 고통과 슬픈 죽음이 있지만, 적멸의 무심에서 보면 그것은 그 무엇도 필연성을 벗어나지 못하는 생명의 과보인 것을. 


김형효 서강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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