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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응 스님 [하]

기자명 법보신문

‘맹자’ ‘순수이성비판’ 즐겨

 

▲1970년대 중반 명성 스님에게 ‘생명의 실상’ 필독을 권하며 보낸 편지.

 

 

관응 스님은 선·교의 일치를 몸으로 실천하면서 후학들의 정진을 독려하는데도 아낌이 없었다. 딸 명성 스님에게 ‘초발심자경문’ 1만 번을 읽으라는 말로, 출가수행자의 초발심 유지를 강조했던 스님은 ‘선문염송’, ‘선가귀감’ 등 선서(禪書)와 경전을 가까이 하면서도 외전을 외면하지 않았다.


스님은 특히 동서양의 사상서나 철학서를 섭렵할 정도로 관련 서적 보기를 즐겼고, ‘맹자’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 등은 법문에 인용하기도 했다. 언젠가는 법문을 하면서 “세상을 산다는 것은 사람다운 짓을 하는 것이다. 사람이 되려면 사람의 행동을 해야 된다는 것이 인간의 교육이다. 그런데 기성인들이 그걸 제대로 못한다. 인간윤리에 대해서는 공자와 맹자가 이야기를 잘했다”면서 ‘맹자’에 나오는 내용 중 ‘만물 가운데 오직 사람이 가장 존귀하다. 사람이 가장 귀한 까닭은 오륜이 있기 때문이다(萬物之衆 唯人最貴 所貴乎人者 以其有五倫也)’는 말을 인용하는 등 ‘맹자’를 가까이 했다.


중국의 전국시대 뛰어난 학자였던 맹자가 정계를 은퇴한 뒤 말년에 쓴 것으로 알려진 ‘맹자’는 격동의 정치 상황 속에서 ‘인의의 정치’로 시대 정치의 난맥상을 타개하려는 정치사상 교과서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어 오늘날에도 읽어 볼 만한 책으로 꼽히고 있다.


관응 스님이 동양사상서 중 ‘맹자’를 가까이 했다면, 서양 철학서로는 칸트의 ‘순수이성비판(純粹理性批判, Kritik der reinen Vernunft)’을 즐겨보고 후학들에게 권하기도 했다. 직지사 중암 도진 스님이나 영남대 의대 김성규 교수 등 스님을 가까이서 모셨던 제자들에 따르면 관응 스님은 70대 중반, 즉 1980년대 중반까지 책을 가까이 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 가까이 두고 보면서 일독을 권했던 ‘순수이성비판’은 이마누엘 칸트가 1781년 초판을 출간한 이후 철학의 역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저서 중 하나로 손꼽히는 책이다.


이 책은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 등에 앞서 나온 까닭에 칸트의 ‘첫 번째 비판’으로 언급되기도 한다. 여기서 순수이성이라는 표현은 칸트가 만든 용어이고, 책은 철학의 새로운 지평을 연 업적으로 인정되어 많은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스님은 또 일본에서 발간된 다니구찌 마사하루의 ‘생명의 실상’을 필독서로 추천했고, 이같은 사실은 1970년대 중반 명성 스님에게 보낸 편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스님은 “명성이 받아보아라”로 시작하는 편지에서 “지금 ‘생명의 실상’ 4책을 부송하니 대장경 열람도 좋지마는 이 책을 부지런히 읽어라. 일독뿐만 아니라 내지 10독, 100독을 하여도 좋을 것이다. 추후로 2책을 더 부송할 것이니 금년 추동간에는 이것을 수십독 하도록 하여 보아라, 반드시 효과가 있을 것이다.(…)앞으로 포교선상에 진출하려면 ‘생명의 실상’을 다독할 필요가 있으니 허수히 알지 말고 꼭 읽도록 하여라”라며 책의 탐독을 권하고 있다.


이처럼 책의 소중함을 역설하는 한편, 평소 “부처님의 가르침이 둘일 수 없듯 참선과 간경은 본디 하나”라며 후학들에게 선과 교를 겸비할 것을 강조했던 스님은 2004년 2월28일 세수 95세, 법랍 76세로 입적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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