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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개신교 종교용어의 독선과 폭력성

  • 기자칼럼
  • 입력 2011.03.24 13:36
  • 수정 2011.03.2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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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성경 등은 특정종교 언어 아닌 일반 언어
언론·방송사에 ‘성탄절→크리스마스’ 등 요구해야

이슬람권 채권에 비과세 혜택을 주자는 내용의 이슬람채권법(수쿠크법)과 관련해 기독교계가 연일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개신교계에선 이 법이 통과되면 “대통령 하야운동을 벌이겠다”는 압력행사에서부터 “한국여자들이 (이슬람 남자들의) 첩이 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주장까지 공공연히 하고 있다. 이런 배경엔 개신교의 이기주의가 무엇보다 짙게 깔려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사실 타종교를 인정 않는 개신교의 독선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 연구소가 종교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타종교는 인류사회를 위해 공존해야 할 대상인가?”라는 질문에 스님과 신부의 80% 이상이 긍정적인 답변을 한데 비해 목사는 채 30%에도 이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오늘날 한국 개신교에 팽배한 배타주의의 속성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개신교의 독선이 여실히 드러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그들의 종교 용어들이다.

 

개신교에선 특정 종교의 언어를 마치 일반적인 언어처럼 사용하는 일이 허다하다. 하느님(하나님), 성경(聖經), 성서(聖書), 성탄절(聖誕節), 성가(聖歌), 교인(敎人) 등이 바로 그것이다. 불타(붓다), 불경, 불서, 부처님오신날, 찬불가, 불자 등 대부분 불교용어임을 명확히 하는 불교계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이스라엘의 신인 야훼를 한국의 전통적인 신격인 하느님으로 불러 전통적인 의미를 퇴색시킨 것도 그렇지만 성경, 성서, 성탄절, 성가 등도 지극히 일반적인 보통명사일 따름이다. ‘바이블’만 성서가 아니라 ‘금강경’도 성서이며 ‘논어’나 ‘도덕경’도 성스러운 책이다. 예수님이 태어난 날뿐만 아니라 부처님과 공자님이 태어난 날도 모두 성스러운 분이 탄생한 성탄절이며, 찬송가만 성가가 아니라 종교적인 노래가 다 성가에 포함될 수 있다. 또 개신교를 믿는 사람만 교인이라 칭하는 것은 지독한 독선이다. 16~17세기 유럽에서 로마 가톨릭 교회의 쇄신을 요구하며 등장했던 개혁운동은 ‘종교개혁’이 아니라 단지 ‘기독교개혁’일 뿐이다.

 

‘언어가 사고를 규정한다’는 미국 언어학자인 사피어와 워프 박사의 이론처럼 언어가 개인은 물론 사회와 문화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다. 개신교의 급성장 배경에는 이 같은 일반 용어의 점유도 한 몫 하지 않았나 싶다. 그렇지만 성스러움을 나타내는 이들 용어들이 특정종교에 종속되는 순간 그 언어는 자기만 우월하다는 배제의 언어, 불통(不通)의 언어로 전락하고 만다.

 

개신교가 타종교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언어를 계속 고집한다면 그들의 울타리 안에서 사용하면 된다. 정작 문제는 이러한 안하무인의 언어들이 일반 언론과 사회에서도 버젓이 통용된다는데 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크리스마스’를 ‘성탄절’로, ‘기독교 성경’을 ‘성경’으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화됐다는 점이다. 일반 달력에서도 크리스마스를 대부분 성탄절로 기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개신교도들이 일요일을 주일로 부른다고 해서 언론이나 방송에서 일요일을 주일로 부르지는 않는다. 그것은 그들의 종교적 언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성탄절과 성경 등 용어도 이와 다르지 않다. 성탄절이 아니라 예수탄신일이나 크리스마스로 불러야 하며, 성경이 아니라 기독교 성서나 기독경으로 표현해야 적확하다.

 

▲이재형 기자
따라서 불교계의 책임 있는 기관에선 더 이상 이런 독선적인 용어가 사용되지 않도록 일반 언론과 방송에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그것은 편협이나 옹졸함이 아니다. 오히려 다종교 사회 속에서 대화와 소통의 언어를 정착시키는 일이며, 삿됨을 깨뜨리고 정법을 바로 세우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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